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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지윤_곽상원_구은정_김혜연_임혜지
주최,주관,기획 /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협찬 / REGROUND_CLEAN-US_QueenBee Store
관람시간 / 12:00pm~07:00pm
17717 서울 성북구 성북로8길 11 www.17717.co.kr blog.naver.com/sunmoonceo
『안단테: 걸어가듯 천천히』는 아름다운 연주를 위해 합을 맞추어나가는 악단처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우리네 모습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 우리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누군가와는 오랫동안 몸을 부대끼며 지내고, 누군가와는 가장 가까웠으나 어느 순간 가장 멀어진다. 아득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사람도 있고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옷깃만 스쳐 지나간 이들은 무수하다. ● 모든 여정 가운데 원만한 공존을 바라더라도 밀려오는 관계의 파도 위에서 난항을 겪기 마련이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자주 배려하고, 그래서 가끔은 희생하며, 종종 눈치를 본다.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조율 과정과도 같다. 연주자들은 자신의 악기가 전체 화음에 녹아들고 있는지 점검하며 현을 조이고 호흡을 정돈한다. 소리가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각자의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걸어가듯 천천히'를 뜻하는 빠르기말 '안단테'는 연주자의 걸음걸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었다.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얼마나 많은 합주 끝에 안단테를 맞춰나갔을까. 참여 작가들은 나와 타인이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맞이하게 되는 다양한 순간을 보여준다. 이 전시는 엇나가고 어설픈 연습 과정을 거쳐 조화로운 공서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건네고자 한다.
강지윤은 보이지 않거나 드러나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고 영상과 설치, 글쓰기 작업을 한다. 작가는 시각을 비롯한 여타 신체 감각을 동원해 확신할 수 없는 현실과 불분명한 경계의 지점을 살핀다. ● 「이미 젖은 땅과 아직 마르지 않은 땅」은 경계를 사유하는 두 사람이 나눈 편지를 재구성한 2채널 영상 작품이다. 그들의 대화 혹은 독백은 주시안(注視眼), 반대말, 해와 비같이 언뜻 확실히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는 개념들의 경계를 흐린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두 입장은 등을 맞댄 화면으로 드러난다. 분리된 양면은 들숨과 날숨, 이쪽과 저쪽처럼 대립하는 듯하지만 실상 긴밀하고도 나란히 연결되어 있다. 결국 경계선을 사이로 맞잡은 두 손은, 우리는 사실 이어져 있다고 조용히 역설한다. ● 「간극의 거리」는 한 인물이 격렬히 오열하는 모습을 먼 거리에서 내다보도록 권한다. 그의 음소거된 외침은 들리지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과연 일방적인 시선만으로 타인의 감정에 온전히 이입할 수 있을까. 저 너머의 지극한 슬픔은 연극처럼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곽상원은 사회 공동체에 속해 있음에도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의 정서에 주목하여 회화 작업을 해왔다. 크고 복잡한 관계망과 단절된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애정 어리고 연민 섞인 작가의 시선은 특유의 선과 색으로 표현된다. ● 「파편들로부터」 연작에는 거친 선으로 휘감긴 풍경 안에 이름 없는 인물이 들어있다. 그들은 스산한 공간에서 함께 혹은 홀로 서 있다. 사람들은 늪과 하나가 되기도 하고 타인과 힘을 합쳐 빠져나오려 하거나 그 안에서 연대하기도 한다. 이들은 삶에서 필연적으로 불어오는 공허함과 불안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뎌내며, 고독이 비단 나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위로와 공감의 말을 속삭이고 있다.
구은정은 시간의 흐름을 구조화해 자신과 타인의 순간이 맞닿는 지점에 주목한다. 또한 개인의 내밀한 감정이나 공백의 기운 등 객관적 사실 너머의 대상에 집중하고 다양한 매체로 그 사이의 연결을 시도해 왔다. ● 「뜻밖의 궤도」는 작가가 여행지에서 겪은 우연한 만남을 악보로 기록하여 연주하는 설치 퍼포먼스 작업이다. 새로운 사건과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악보에서 음의 높낮이와 속도로 표현된다. 흰 모래 위 유리잔, 구슬, 나뭇가지 등 악기처럼 사용되는 사물들은 뜻밖의 관계를 상징하고, 다양한 소리를 내며 관람객의 감각을 자극한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실존이 공명하는 현장에서 작가의 신체가 남긴 흔적은 특별한 궤도를 만들어낸다.
김혜연은 개인의 관계와 그를 둘러싼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공존의 방식을 탐구한다. 작가는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을 통해 사람 간의 상호작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사적인 심리나 사회적 원리의 허점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 「평행 산책」은 작가가 처음 만난 행인과 평행을 이루어 산책하는 과정을 담은 퍼포먼스 영상 작품이다. 그는 저마다의 보폭으로 걸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동시에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좁혀지지 않는 간격은 각자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배려이자 서로의 차이를 묵인하는 태도를 은유한다. ● 「공기 케이크」는 한 번에 오직 한 사람만 숨 쉴 수 있다는 지침 아래 놓인 퍼포머들이 숨을 나누는 모습을 기록한 영상 작품이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같이 살아가기 위해 호흡을 조절한다. 이처럼 비합리적인 규칙을 수행하는 퍼포먼스는 오늘날 공동체에게 주어진 부당하고 어리석은 시스템을 꼬집는다.
임혜지는 회화,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고민과 감정의 근원을 탐구한다. 작가는 반복적인 행위를 거듭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 우울함 등의 감각을 복합적으로 표현한다. ● 「무제」는 작가의 눈을 한 뼘 크기의 나무 판넬 38개에 그려 넣은 작품이다. 맥락이 잘려나간 채 화면을 가득 채운 눈은 각기 다른 감정과 상황을 내포한다. 그것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드러내는 듯하다가도 서로를 감시하는 것 같기도 하는 등 우리에게 강렬한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수십 개의 눈빛으로 메워진 공간은 주변 시선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개개인에게 다양한 감상과 해석을 불러일으킨다. ■ 동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Vol.20210606h | 안단테: 걸어가듯 천천히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