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詩 Poésíe de mon âme

김진희展 / KIMJINHUI / 金珍希 / painting   2021_0527 ▶ 2021_0601

김진희_相生(상생)_우리 함께_아르슈지에 혼합재료_35×29cm_202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H GALLERY H 서울 종로구 인사동9길 10 Tel. +82.(0)2.735.3367 blog.naver.com/gallh hongikgalleryh.modoo.at

오래된 글자 ● "사람들이 보내는 서로 다른 시선을 뒤로 하고 앉아 가슴 속에서 꼭꼭 숨겨 놓았던 응어리 하나를 꺼내 놓았다. 어르고 달래다보면 언젠가는 사라질 줄 알았는데……. 회한 섞인 혼잣말 속에 무던히 닦아내던 그녀석이 도리어 빛나고 있다." ● 오래되고 무뎌져 잊혀 졌으리라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가을 지나 다가오는 겨울 내음의 그리움이나 어스름해지는 초저녁 하늘빛의 기다림 속에서, 아니면 살짝 들어 올려진 봄바람의 설렘을 통해 가슴 한 편에 굳건히 남겨져 각인되어있음이 상기 되곤 한다. 오래된, 아니 이제는 오래된 것이라 믿고 있었던 작가의 남겨진 인식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기까지 오랜 준비가 필요했는가 보다. 이는 아마도 그것을 인내해야만 하는 저며 오는 감정을 스스로 숨죽여 가라 앉혀야 하는 기다림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누군가의 이니셜(intial) 또는 전서체의 짧은 문자들은 힘들게 꺼내는 독백 전 내뱉는 긴 호흡과 닮아 있다. 그 호흡너머 전해오는 빛을 쫓아 가다보면 현재 작가의 생 속에서 이루고자 하는 또 다른 이상향(香)이 드러난다.

김진희_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_음양지에 혼합재료_35×29cm_2019
김진희_思服(사복)_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_음양지에 혼합재료_35×29cm_2020

빛, 소리, 향, 맛. 촉감 등 인간에게 어떠한 인식을 제공하는 감각은 인간의 생존성으로 인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풀이하는 것에 더욱더 익숙해진다. 하지만 감정의 영역에 있어 시지각(Visual perception)은 다른 감각 보다 그 강렬함이 약하게 파생되는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예술의 영역에서 감정은 오로지 새로운 지각을 통해서만 인지되는 것이 아닌 기존 인식의 편린을 이끌어내는 특정한 상황으로 인지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 "아버지는 밥과 같은 존재셨어요……." 쌀 내음이 풍기는 작가의 한 작품에서 시각을 통해 인지되는 문자와 형상은 이것의 일차적 이해를 통해 장식성과 같은 화려함으로 인식되어졌다. 그러나 그 안에는 자신의 삶과 연계된 수많은 episode를 풀어내고 있음이 확인 되어지는 대화였다. 이것은 누군가 찾아내 깎고 다듬어 그 빛남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저 하나의 돌 그리고 오래된 글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림 속 깃들어져 있는 시(畵中有詩)와 같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삶을 읽어 내고 있는 작가의 낮은 독백을 통해 우리에게 잊혀졌던 아련함이란 그 오래된 향기를 상기시키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 때로는 무심히 지나쳐 그 소중한 가치를 잊고 있었던 사람의 향기를 작은 속삭임으로 닦아내어 향기로 피어낸 작가의 어루만짐이, 힘들고 무료한 지금 우리들의 삶에 위안으로 다가가길 기대한다. ■ 장태영

김진희_아, 누가 돌려주랴 그 아름다운 나날_순지에 혼합재료_35×29cm_2019
김진희_영원한 사랑_순지에 혼합재료_35×29cm_2019

그림은 말없는 詩요, 詩는 말하는 그림이다. - 시모니데스 ● 어릴 적 꿈이 화가였다. 가지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으로, 늘 가슴 한 켠이 시렸다. ● 늦은 나이에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그림 그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황홀한 행복인지... ● 중학교 입학 선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시집을 받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詩는 한결같이 위로와 힘을 주는 찬란한 내 편이다. ● 문학 소녀 시절부터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그리움이다. 내게 그리움은 자기 중심의 알량한 감상주의가 아니라 끊임없이 외부 세계와의 화해를 시도하며, 나를 존재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 그리움은 가슴에 사무쳐 내 영혼의 詩로, 보석으로 빛난다. 윤동주 시인이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본 것처럼, 나는 농익은 그리움을 하나씩 옥돌에 그린다. 옥돌이 주는 그윽하고 상서로운 기운을, 삶에 대한 驚異(경이)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 김진희

Vol.20210527b | 김진희展 / KIMJINHUI / 金珍希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