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지구 Dear Earth

『친애하는 지구(Dear Earth)』는 최근 개봉한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제작 반달, 연출 임흥순)의 연계전시로 이번 전시에는 『친애하는 지구』시리즈 (사진, 설치, VR영상, VR사진)를 중심으로, 『좋은 빛, 좋은 공기』 촬영과정과 영화로 완성되기 전 소개되었던 전시형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흥순_Dear Earth_VR, 영상_00:15:30_2019

광주, 병원이 있던 자리. 한 남자와 한 마리의 쥐가 보인다. 남자는 쥐를 보며 납치, 실종, 증발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리고 미술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한 선배를 생각했다. 선배는 우주에서 전시를 한다며 매우 들떠있었다. 둥글고 파란 우주선을 타고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선배가 사라졌다. ● 며칠이 지나 우주선이 떠난 장소를 다시 찾았다. 그런데 선배의 것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노트북, 카메라, 전시기획서, 사진, 지갑, 동전... ● 잠시 후, 죽은 자처럼 표정 없는 사람들과 이들을 안내하는 남자가 들어온다. 이어서 학생들로 보이는 무리가 차례로 건 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학생들이 들어오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간은 폐허가 되기 전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 학교의 모습이기도 했고, 병원의 모습이기도 했고, 미술관의 모습이기도 했다.

임흥순_Dear Earth_VR, 영상_00:15:30_2019

임흥순_Dear Earth_VR, 영상_00:15:30_2019

어떤 이에게는 불편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어떤 이에게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한 여자의 말을 떠올렸다.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는 또 다른 여자의 말도 떠올랐다. 떨어진 건물 잔해, 벽의 핏자국, 총탄 자국, 유리 파편, 수북이 쌓인 먼지, 거미줄에 걸린 사람들과 함께. ● 죽은 자로 보이는 사람들과 안내자는 희고 긴 벽을 지나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사라졌다. ● 남자는 제주도의 학살에 대한 기억을 생각해 낸다. 감귤을 씹다 흘러내린 즙과 향기를 통해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땅에 묻혀 이름마저 지워져 버린 사람들의 살과 피와 뼈 맛을 느끼고 말았던 예기치 못한 기억. ● 흙을 파는 사람들. 땅 아래 있는 사람들. 폐허를 바라보는 사람들. ● 다시 광주, 병원이 있던 자리. 남자는 선배가 사라진 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얼굴 위로 꿈틀대며 지나가는 작은 연체동물.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는 낯익은 두 여자의 얼굴. 우주 행성에서 떨어진 차갑고 끈적한 이물질이 남자의 얼굴에 내려앉는다.

임흥순_Self-portrait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30×90.2cm(framed)_2019

남자가 일어선다. 부식되고 깨진 노트북과 카메라, 찢기고 빛바랜 사진과 전시기획서, 동전... 한 귀퉁이에 청녹색 이끼가 가득 껴있는 지갑이 보였다. 겨우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40년, 50년이 지난 오래된 물건으 로 변해있었다. ● 자신이 죽은 것은 아닌지, 혹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실인지 꿈인지, 깊은 악몽을 꾸고 있는 것 만 같았다. ● 남자는 남겨진 물건들을 보면서 땅의 비밀을 하나 찾았다고 생각했다. 땅은 죽음의 순간을 기억하고 간직한 곳. 죽음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그리고 사라진 선배에게 보낼 편지의 첫 문장을 떠올렸다. ● 친애하는 지구... 유령처럼, 발 아래에 나타난 검고 둥근 그림자. 순간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 임흥순

임흥순_Dear Earth – Photography Series_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45×32.5cm×18(framed)_2019_부분

임흥순_Dear Earth_VR, 영상_00:15:30, 가변설치_2019 임흥순_친애하는 지구 Dear Earth展_과수원갤러리_2021

In Gwangju, where the hospital used to be, it appears to be a man and a mouse. Looking at the mouse, the man brings to mind words such as abduction, missing and fading away. And he thought of an older friend who is an artist and a film director. He was so thrilled to have a show in space. Showing his back departing on a round blue spaceship. And he was gone slipping out in a blink. ● A few days have passed by, the man revisited where the spaceship had landed. Yet a number of objects were laid on the ground recognized to be his friend's; a laptop, camera, exhibition proposal, pictures, wallet, coins... After a little, among the people with dead faces comes in a man guiding them. A bunch looking like students were following them into the building one by one. When they came in, as if in a film scene, the space gradual- ly transformed back to when it wasn't ruined. ● It had an image of a school, an image of a hospital, and an image of a museum. ● He recalled some woman saying that she hoped the space to be uneasy to someone, but then to give comfort to another. A different woman also said that she was scared to be forgotten. Along with the fallen debris of buildings, blood marks on the walls, bullet holes on the walls, a shattered piece of glass, a thick layer of dust, along with the people caught in a spider web. ● The dead-like people and the guide passed by a long white wall then faded away into the coming light. ● The man recollects the memory of Jeju Massacre; with the dripping juice out of chewing a tangerine and its scent, the taste of flesh, blood and bones of victimized souls whose names erased under the burial poured in - the unforeseen memory. People digging up the ground. People beneath the ground. People gazing at the ruins. ● Back to Gwangju, where the hospital used to be. The man lies on the spot where his friend disappeared and looks into the sky. A small mollusk crawled to cross on his face. Familiar faces of two women looking down at the man lying down. A cold, gooey space substance from a space planet falls upon his face. ● The man stands up. The broken rusty laptop and camera, the torn and faded exhibition proposal and a coin... The wallet full of blue-green moss were in the corner. It only has been a few days but for them they looked like 40 to 50 years old. ● Wasn't sure if he was dead or if he was living in someone else's life whether it was real or a dream. It felt like having a long nightmare. ● The man thought that he discovered the ground's one secret staring at the remaining objects. The ground bears and remembers the death moment. The death is a mirror reflecting the life And he comes up with the initial sentence of the letter to his vanished friend. ● Dear Earth... Like a ghost, a round black shadow appearing underneath the feet. Then I woke up at the moment. ■ IM Heung-soon

Vol.20210508c | 임흥순展 / IMHEUNGSOON / 任興淳 / video.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