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 제2,3전시장 Tel. +82.(0)43.236.6622 www.spacemom.org
가볍고 심오한 일상의 이야기 ● 세상을 바라보는 양가적인 감정이 있는 것 같다. 만족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나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실이든, 작업이든, 이미지든, 뉴트럴(neutral)한 상황을 좋아한다. 반대된다고 여겨지는 것 사이, 중간 지대에 머무르는 나의 태도가 작업에 많이 드러난다. (김승환 인터뷰에서) ● 김승환(Bird Pit)의 작품에는 일상의 모습이 담긴다. 서류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과 색색의 자동차들. 출근길에서 본 듯한 거리의 풍경이다.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공원에서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보인다. 누군가는 건물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창밖의 세상을 관찰한다. 비둘기는 높지 않은 하늘을 날고 있다. 어제가 그랬듯 오늘도 각자 자신의 일상에 충실한 도시의 모습이다. 너무나 익숙해 정겹게 느껴지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에서 작가는 영감을 얻었다. 오늘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니 수많은 이미지가 머릿속을 채운다. 일상은 평범한 보통의 생활이 아니다. 무의미한 반복도 아니다. 물론 일상이 언제나 편안하고 행복할 수는 없다. 맑음과 흐림이 공존하는 삶이다. 모순과 부조리의 희극 같은 상황의 집합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혹은 그렇기에 작가에게 일상은 창조력을 자극하는 특별한 순간들이 숨겨진 보물 상자와 같다.
반짝이는 순간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김승환이 선택한 방법은 마치 새가 된 듯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그 시작은 현대인들이 새장에 갇혀 있는 새 같다는 생각이었다. 새장을 벗어나 하늘을 날면 이 세상을 조금은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마음도 더해졌다. ● 거리 두기를 하니 참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멀어지니 오히려 더 자세히 보이는 것도 같다. 더 높이 날아본다. 때로는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그 안에 머물 때는 회색빛이었는데 멀리서 보니 무지개색이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애정 어린 거리 두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칠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보니 소소한 이야기는 모두 자신만의 특별함을 갖고 있었다. 가볍지만 묵직한 삶의 이야기이다. 심각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 때로는 농담에 마음을 울리는 메시지가 담기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Portraits of the ugly」(2017)를 비롯해 「Howl」(2018), 「Neighbors」(2019) 등에서 김승환이 그려낸 일상에는 참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익숙한 이웃 사람들의 모습이다. 각자 자신만의 상황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과 긴밀히 관계를 맺으며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림 속 사람과 사람, 순간과 순간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긴장의 불협화음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인간은 타인과 명확히 다른 내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 닮길 원하기도 한다. 소속되어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남들과 같아지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잃어버릴까 걱정하면서도 남들과 달라 고립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이다.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 그리고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이중적이고 자기 모순적이다. 그런 존재들이 모인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기에 부조리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삶 곳곳에서 일어난다. 참 많은 일이 벌어지는 세상이다. 항상 이해할 수 있는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이 되는 듯, 안 되는 듯하다. 우스운 일인지, 화가 나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관찰하고 질문하며 고민해야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닮은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같아도, 그리고 달라도 불만족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인간은 그저 '매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일까? 이렇게 시작된 질문은 끝이 나지 않는다. 김승환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관객들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익숙함을 벗어나려 하지만 낯섦을 거부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반복되지만 똑같을 수 없는 일상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질문에 응하는 사람들의 숫자만큼 다양한 답을 기대하면 너무 큰 욕심일까? ● 작가는 세상에 하나의 진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양가적이다. 심오한 철학적 담론이 아닌 작가의 일상에서 우러나온 태도이다. 김승환의 작품에 드러나는, 상반되는 상황이 공존하며 빚어내는 상호작용은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를 소소한 것으로, 소소한 이야기를 특별한 것으로 바꾼다. 세상은 그렇게 가벼운 것도, 그렇게 무거운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작품 속 이야기는 모든 가능성을 함유한다. 열린 결말이다. 즉흥적으로, 점과 점을 이어나가듯 작가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언제든 지워지고 새롭게 채워질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명확한 종착지는 없다. 내러티브를 엮어내며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중간 지대에 머물며 '관망과 풍자 사이'를 오간다.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냉정함이 함께 하는 유머는 작가와 우리를 둘러싼 불합리와 모순, 부조리를 덤덤하게 보여준다. 삶이 그렇듯 미소와 실소가 함께 하는 작업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예민하고 섬세하다. 뭉툭하고 푸근한 감성을 전하지만 날카롭고 차갑기도 하다. 어느 쪽이든 관객은 거리 두기와 숨 고르기의 여유를 누리게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러나 진지하게 나와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쉬어 가기이다. ● 이와 같은 양가성은 김승환이 선택한 표현 방식에도 담긴다. 연필을 날카롭게 깎아가며 세밀하게 그린 윤곽선은 색연필을 꾹꾹 눌러 칠한 색 때문에 뭉개지고 흐릿해진다. 그렇게 선과 색은 서로에게 스며든다. 섬세하지만 거칠기도 한 그림이다. 즉흥적인 감각에 근거하지만 그동안의 학습과 경험에 영향받은, 작가의 취향을 따르는 색과 화면의 구성이다. 그렇게 필연과 우연이 교차하며 직조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확실한 것은 작가의 손을 거치며 평범한 일상은 비범해지고, 기억 속의 경험은 상상을 만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림 속에 등장했던 인물, 곰(인형), 비둘기, 개미, 바나나를 펠트 위에 드로잉한 뒤 바느질해 만든 오브제들이 전시장에 놓이자 화폭을 채우던 상상의 타래가 풀리고 공간은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채워지게 되었다. 작업의 마지막,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랑스러운 못난이'들이 만들어내는 해프닝이 담긴,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와 같은 책이 출간되면 작가가 창작한 일상의 조각들은 진짜 현실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그림이 그려진다. ■ 이문정
Vol.20210507g | 김승환展 / KIMSEUNGWHAN / 金昇煥 / illust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