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탈주 PLOTLESS

배헤윰 작가는 '플롯'의 구조적 개념을 회화의 작법으로 변용하여 강렬한 색채와 면으로 구성된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그림 안에서 솟아나고 다시 허물어지는 구조들은 각자의 자리를 만들거나 주변에 놓아 둔 형태들이 그 사이를 드나드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확장해 나간다.

배헤윰_글 모르기 모험-나무_나무패널에 아크릴채색_200×c.a.120cm_2019~20

배헤윰_쫓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3×162.2cm_2020

그림 내부에서 맺어지는 다양한 관계들은 자유로운 변주와 유기적인 구성방식을 통해 회화 실천에서 조형이라는 행위를 상기시킨다. 그것은 물감의 색에서 오는 차이와 경계, 추상적 형태 간의 종속 혹은 탈각을 가리킨다. 이런 관계 조건 하에 구조화 되는 '플롯'은 뚜렷한 이야기의 서술 보다는 암호문 같은 불가해성을 띄며 다음으로의 진행을 암시한다.

배헤윰_플롯탈주 PLOTLESS展_금호미술관_2021

배헤윰_플롯탈주 PLOTLESS展_금호미술관_2021

또한 유기성을 지닌 구조들은 원색에 다채로운 색 면의 구성방식이나 질감의 표현 같은 미감적인 부분을 관찰하게 하는 동시에, 중첩하는 그리기 과정에 대한 호기심과 해석이라는 인지 작용에 대한 의심을 유발한다.

배헤윰_플롯탈주 PLOTLESS展_금호미술관_2021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일찍이 가져본 적 없는 첨단기술이 탑재된 디지털 이미지를 무수히 맞닥뜨리면서 강화된 시지각의 반응력을 얻게 되는 동시에 퇴화되는 감각들이 생겨난다. 작가는 이미지 독해의 문제를 추상 회화를 해석하는 문제와 대치시키며 태초의 회화가 가진 본질적인 자연스러움이 무엇이었는지 탐지하고자 한다. ■ 금호미술관

Vol.20210429g | 배헤윰展 / Hejum Bä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