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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3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3 ARTSPACE3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23(통의동 7-33번지) B1 Tel. +82.(0)2.730.5322 artspace3.com
빛은 내게 '타자'이다. 그게 신적인 존재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사회 체제이든, 나라는 내면을 스치고 지나가는 타자적인 존재이다. 빛에 대한 관심은 독일 유학시절 초기 학교에 들어가려고 포트폴리오 준비하던 막막한 시절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독일의 햇빛은 한국에서보다 무척 강렬했다. 그 햇빛이 내가 머무르던 작은 방 안으로 창을 통해 들어와 서서히 이동했다. 처음에는 따듯한 느낌이지만 가끔은 정말 무서웠다. 강하고 선명한 빛이 내 작은 공간을 혀로 핥듯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느낌이랄까? ● 빛을 관찰하면서 변화하는 빛을 기록하고 구조화시키는 시도를 계속했다. 그리고 건축공간의 내부를 빛으로 채우거나 건축모형 안에서 이동하는 빛을 재현하기도 했다. 움직이는 빛과 그 빛을 구조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동의 잔상이 만드는 형태적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점이 이동하면서 생기는 시점의 층을 겹치는 드로잉 작업들이나 건축물들의 실루엣을 금속 재료의 선으로 조합한 레이어 작업을 진행했다.
고정되지 않은 빛의 이동과 물질적인 재료로 이루어진 건축구조가 보여주는 대조는 내가 몸의 감각을 통해 경험하는 외부-공간, 다른 사람들, 빛, 공기, 도시와 분위기-가 나에게 불러 일으키는 불안의 물리적 형태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이런 불안이 투명한 건축 모형 내부를 과도한 조명으로 채우고자 하는 욕구-불안정한 빛에 견고한 건축적 구조의 틀을 씌워 붙들어 놓고자 하는 시도로 이어졌던 것 같다. ● 작품 속 건축공간의 안쪽이 사람의 심리 혹은 내면에 대한 하나의 은유라고 한다면, 공간의 바깥쪽은 나를 접하는 타인 혹은 사회나 권력, 신과 같이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와 타자사이에 위치한 불안정한 막은 건축공간의 구조와 빛, 색들로 분절되어가며 물리적인 구조와 빛, 색의 환영으로 이루어진 흔적을 남긴다. ■ 정정주
Façade ● 정정주는 오랫동안 현대식 건물의 구조에 대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등의 현대 건축가들이 정립한 육면체 구조의 건물은 내부와 외부의 유기적 관계, 빛의 유도와 반사를 통한 실내의 채광, 그리고 공간의 기능성 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조합들을 발전시켜 왔다. 오늘날 도시의 전면을 뒤덮고 있는 이 건물들의 파사드는 아름다운 장식적 표면인 동시에 기능적 피부 혹은 막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시각적 기호로 작동한다. 물론 이 건물들이 지닌 역사,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기억들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대사 속 대부분의 사건들은 바로 이 콘크리트 육면체의 공간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것이다.
현대식 건물 미니어처를 제작한 뒤 그 안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이동하는 소형 카메라를 통해, 정정주는 마치 거대한 건축물의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연출해 왔다. 또한 지난 몇 년 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복잡한 건물의 벽을 이동하는 빛과 그림자의 변이, 반사, 투사 등을 영상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끊임없이 황도를 따라 이동하는 태양의 위치이다. 미니어처 작업이 복수의 인공적 광원에 의한 흑백 그림자의 드라마틱한 서사를 외부에 확대하여 보여주는, 즉 밤의 시간대를 다루는 것이었다면, 영상 작업은 그보다 더 낙관적으로 다양한 색채를 강조하는 낮의 시간을 다루고 있다. 물론 이러한 빛의 시간성은 「해든 미술관 로비」(2019)에서 보듯, 인위적 편집과 광원의 숫자가 조정된 추상적 구성으로 인해 더욱 환상적이고 주관적인 연출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건축적 공간과 그 위에 투사된 빛의 추상적 조합은, 동일한 크기를 지닌 다양한 형태의 모듈과 색면으로 이루어진 「Façade2019」에 이르러 완전히 새로운 전개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도날드 저드(Donald Judd)의 미니멀리즘과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모듈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데, 다양한 구조와 색면들을 지닌 입방체들이 나란히 연결되어 있는 그 자체만으로 마치 도시의 수많은 파사드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와 같은 조합은 이미 2017년 수직으로 주택 미니어처 모듈을 쌓아 올렸던 「Tower」와 같은 작품에서 예견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건축적 맥락은 2020년에 이르면서 「Horizontal Façade」, 「Persfektive」 등 더욱 기하학적 추상에 가까운 간결한 구성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정주의 작업에서 일관성 있게 선보여 온 현대건축의 공간과 그에 투사된 빛의 관계는, 때로 「상무관」과 같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건물에서 역사적 기억의 환기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공간, 면, 빛의 상호관계라는 핵심적 요소들 자체의 변주로도 나아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니어처 작업들에서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던 '복합적 시점'들이 이제는 작품 내부에 내재된 것으로 간주되는 대신, 작품의 '정면성'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합적 구성을 통해 마치 '큐비즘'의 그것처럼 중첩되는 면들로 표현됨으로써 모든 면들이 정면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파사드'는 작가에게 있어 실로 새로운 시공간적 유희와 조합의 장이 되고 있다. ■ 유진상
Vol.20210224d | 정정주展 / JEONGJEONGJU / 程廷柱 / 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