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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16 (신사동 630-25번지) Tel. +82.(0)2.725.2930 gallery-now.com
임옥상은 흙, 종이, 쇠, 유화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또 동시에 페인팅, 조각, 설치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특히 대중과의 소통을 도모하며 실천하는 문화 전달자로서 오랫동안의 역할과 시선, 삶, 땅, 자연, 역사에 대한 관심과 서사가 있는 임옥상이 이제는 나무를 통한 깊은 성찰의 시간의 궤적을 보여준다. 나무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거치면서 이어지는 죽음과 소생의 반복은 만물이 흙에서 생명의 움을 틔우고 흙으로 되돌아가는 흙의 모습과 그 궤를 같이한다. 흙 위에 나무가 서 있듯이 그의 캔버스 위에 나무가 서 있다.
갤러리나우에서 열리고 있는 『나는 나무다』展은 임옥상이 오래 전부터 사용했던 흙이 주재료이다. 흙을 두툼하게 캔버스에 올린 후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음각 드로잉과 채색을 통해 완성된다. 민중미술가 1세대로 불리워지는 임옥상의 이번 나무와 매화 작업은 봄바람이 일기 전의 미묘한 생명의 신호와도 같이 그의 작업의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과 같은 작업이다. 문명비판적, 정치고발적, 사회참여적인 민중미술가로서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숙명을 지닌 한 예술가의 모습으로만 서 있음을 볼 수 있는 전시이다. 나목과도 같이 인간의 모습을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에게서 찾는다면 단연 나무일 것이다. 임옥상의 나무는 바로 자신이다. "나는 나무다. 나무로 산지 오래다. 나무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나무가 춤추면 나도 춤춘다." 임옥상의 나무는 바로 자신이다, 정제되어 있지 않은 날것의 모습을 보는듯한 임옥상의 '나무'에서 어깨춤이 저절로 들썩여지고 마음을 베어내는 듯한 감동이 가슴에 스미는 이유다. 그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먼저 배경은 완성하고 그 위에 매화를 심듯, 키우듯, 뿌리를 박듯, 그 힘이 솟구치듯 일필휘지로 그린다. 기운생동이 제일 강령이다." 임옥상의 나무와 매화는 살아있는 생명, 날것의 숨길 그 자체이다. 무(無)로부터 어떤 것이 만들어질 때의 순간의 힘, 순간의 숨결이 기운생동의 강인하고 거친 숨결을 거쳐 일어난 가녀린 매화로 피어난다. 이것이 '임옥상 매화'의 매력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낮설지만 익숙한 그 경계의 힘, 기운생동의 봄의 기운이다. 그것이 캔버스로 흙으로 나무로 매화로 온 것이다.
"아~ 봄이 가깝다. 이젠 매화를 그릴 때다. 심매도(尋梅圖)는 새해를 맞는 나의 통과 의례이다." 이제 나목 속에 든 봄의 씨앗과 눈속에서 피어날 매화를 맞이하는 마음을 가져 봄직한, 정제된 본연의 어떤것과 솟구치는 봄의 에너지를 만나볼 수 있는 전시이다. ■ 이순심
10월 말 성균관 명륜당을 찾았다. 다시 은행나무를 그리기 위해서다. 6.25 70주년을 맞아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해 3개월째 씨름을 하고 있던 차였다. 유례없는 긴 장마와 무더위, 거기에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였다.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야했다. 600년 은행나무의 기운이 절실했다. 그러나 은행나무는 아직 푸르렀다.
1970년대, 군부독재 반공이데올로기의 전쟁 일촉즉발의 분단된 나라에서 더는 살 수 없다는 이민, 유학 열풍이 휩쓸 때 나는 역으로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이 곳 이 땅의 한 그루 나무가 되겠다 결심하였다. 한 그루 나무 밑에는 길이 생긴다. 나무가 자랄수록 길은 선명해지고 커진다. 사람들이 꼬여든다. 쉼터가 되고 놀이터가 되고 급기야 성소가 된다. 桃李不言 下自成蹊(도리불언 하자성혜), 나무는 뽐내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푸념하지 않는다, 의연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몸을 맡긴다. 바람 불면 바람에 춤을 춘다. 자연, 자연 그 자체이다.
11월 첫째 주말 명륜당은 노란 황금바다에 잠겨있었다. 노란단풍이 물결처럼 반짝였다. 바람을 타고 출렁였다. 찰나의 황홀을 뽐내고 있었다. 노란 꽃비가 내린다. 천지를 노랑으로 뒤덮을 것이다. 의문이 생겼다. 왜 유림 한가운데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노랑 은행나무인가, 선비는 흰색인데... 꽃은 일년의 시작이지만 단풍은 한해의 마감이다. 은행나무 단풍은 일시에 불타올랐다가 한 순간에 진다, 한 순간에 비운다. 찬란한 비움이다. 이 찬란한 비움이 찬란한 채움을 약속한다고 본다. 그래서 유가를 상징한다고 보았을 것이다.
12월 일 년의 마지막 달, 다시 명륜당을 찾았다. 썰렁하다. 그 화려했던 노랑의 황홀은 온데간데없다. 시커먼 나무둥치만 덩그런하다. ● 수세기의 풍상, 뒤틀림, 시간의 궤적-시간과 공간이 서로 맞물려 하나의 지문으로 박혀있다. 나무는 직립·수직의 공간의 뼈다. 나무는 땅의 일어섬, 하늘을 향한 생명의 의지고, 땅과 하늘을 잇는 가교, 수맥-물길이다. 영하 20도의 혹한에도 자맥질은 계속된다. 가냘픈 잎눈 꽃눈이 얼지 않은 것은 지하의 뜨거운 물을 끊임없이 길어 나르기 때문이다. 나무는 하늘로 솟구치는 물길; 불길이다.
제철 음식을 찾아 먹듯 세달 가까이 계속 나무를 그렸다. 온갖 요리를 즐긴 것이다. 처음 시작은 4호F 흙판에 계획없이 그냥 그렸다. 흙판 위에 나무는 찰떡궁합이다. 들쭉날쭉 계속 그렸다. ●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의식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마나스(manas)식을 거쳐 아뢰야식(阿賴耶識) (무의식)으로 내려가 나도 모르는 나무의 상(象)를 찾아 길어 올렸다. ● 60여점이 쌓였다. 대부분을 한 장에 하나의 나무지만 어떤 것은 두 개, 세 개, 네 개가 모여 한점을 이룬다, 대부분 세로지만 가로로 끼어있다. 이젠 전체를 한꺼번에 모아보고 싶었다. 범죄의 구성을 짜맞추듯 큰 그림을 그려본다. 낮과 밤, 계절-가을에서 겨울로 날씨의 변화까지 그림은 다양하게 그려져 있었다. 나무도 처음엔 은행나무에서 느티나무, 팽나무로 다시 나무 일반으로 잡다하게 섞여있었다. 땅 표면으로부터 땅 속까지 흙판 자체도 변화하였다. 세로 4줄 가로 15줄 60점의 작품이 벽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계속 그릴 것이다. 끝은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 화면은 매일매일 배치가 달라진다. 마치 컴퓨터 글쓰기 하듯, 게임하듯 앞뒤 좌우 상하 위치가 바뀐다. 눈에 띄는대로 가필함에 따라 화면과 화면의 관계도 수정, 보완되는 것이다. ● 바람이 세차게 분 날, 눈이 휘뿌린 날, 진눈깨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원인 모를 외로움으로 사무친 날, 그냥 멍한 날, 그도 저도 아닌 그림이 그림을 인도한 날... 보이지 않던 그림의 相(상)이 나타난다. 지난날의 하루하루가 화면 위에서 어른거린다. 이 판에서 충족되지 않는 새 구상이 나오면 또 그것으로 며칠을 달린다. 바람 연작이 그렇다.
바람은 대지의 영혼이다. 들숨날숨 호흡이다. 바람은 나뭇가지 끝에서 논다. 그 떨림은 나무뿌리를 깨운다. 대지를 눈뜨게 한다. ● 아~ 봄이 가깝다. 이젠 매화를 그릴 때다. 심매도(尋梅圖)는 새해를 맞는 나의 통과의례이다. 이번에는 배경-여백에 힘을 주었다. 삼라만상이 그렇듯 매화는 홀로 피지 않는다. 대자연이 지극정성으로 키운 합작품이다. 천지공사(天地公事)다. 먼저 배경은 완성하고 그 위에 매화를 심듯, 키우듯, 뿌리를 박듯, 그 힘이 솟구치듯 일필휘지로 그린다. 기운생동이 제일 강령이다. 매화꽃 한 송이는 하늘의 뜻에 따라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 탄생하는 세상의 개명(開明)이요 개벽(開闢)이요 혁명이다. ● 나는 나무다. 나무로 산지 오래다. 나무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나무가 춤추면 나도 춤춘다. 두 발 끝에서부터 손끝, 머리끝까지 나무처럼 자연을 호흡하고 세계를 숨쉬며 깊이깊이 뿌리내리고 여기 이곳에 살고 싶다. 수직으로 곧추서서 흔들림없이 세상을 지켜보겠다. ■ 임옥상
Vol.20210204b | 임옥상展 / LIMOKSANG / 林玉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