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10: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수성아트피아 SUSEONG ARTPIA 대구시 수성구 무학로 180 전시실 전관 Tel. +82.(0)53.668.1566 www.ssartpia.kr
2020년은 '안전불감증'을 실감한 해였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가 일상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생경했던 유해 바이러스와 마주한 우리는 익숙한 삶의 패턴들을 수정하며 거리두기와 분리 등의 새로운 삶의 규칙 준수에 적응하는 중이다. 불안감과 긴장감 속에서 맞이하는 일상은 냉소뿐만 아니라 위기를 동반한다. 이 시대를 위기로 몰고 가는 요소는 코로나19 외에도 많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삶의 '경직'을 경험한다. 반면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기도 한다. ● 위축보다 상생을 도모할 때다. 긴장감을 풀어주고 삶의 패턴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삶의 활력과 진일보는 정치나 경제의 역할만이 아니라 예술적 신념으로도 실현가능하다. 예술의 역할 중 하나는 '삶의 환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미술관(또는 전시장)은 미(美)의 보고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삶의 행간을 읽으며 치유를 도모하는 곳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생명의 안전과 관계의 소중함을 실감한 예술가들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점검하게 된다. 바로 2021년 1월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팀이 기획한 『힐링 & 필링』展의 출발점이다. ● 2021년 1월 26일부터 2월 24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힐링 & 필링』展의 취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삶을 위한 예술 추구'다. 다른 하나는 '사유하는 미술'이다. 위기의 현재를 예술로 승화시켜 삶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풀어나가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예술로 삶 속에 드리운 위기와 두려움을 헤쳐나아가 조화로운 삶의 태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시대 요구에 대한 예술의 역할 점검 및 반응이다. 하여 이번 기획에 참여하는 작품은 무겁고 힘들었던 경험을 상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유에 더하여 예술을 통한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데 집중한다. 시대의 위기를 견지한 작가들이 미술작품으로 경직된 삶을 이완시키고자 한다. ● 잠시 생각을 멈추고 예술을 통한 공감각에 자신을 맡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음의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거나 지혜를 우리 안에서 찾아보는 것도 해법은 될 수 있다. 미술작품이 지친 삶을 낫게 할 처방이나 특효약은 아니지만 예술작품이 복잡한 일상을 필터링하고 삶의 활력을 재생시켜줄 것이라 기대한다. 관람자는 예술작품 감상을 통해 삶의 선순환적인 동력을 찾았으면 한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김문숙(60대), 나동석(20대), 박지훈(20대), 배윤정(30대)(가나다순) 4인이며 경력과 나이, 학연, 성별을 전시초대의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이들은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통찰하고 시대의 요청을 인식하며 적극적으로 전시 참여에 의지를 보인 작가들이다. ● 이번 기획전에는 같은 주제 아래 각각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멀티아트홀'은 명상의 방으로 꾸며진다. 예술로 체험하는 '명상공간'인 셈이다. 오랜 시간 꾸준하게 지속해온 명상체험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해온 김문숙 작가가 연출할 멀티아트홀은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명상공간으로 거듭난다. 지금까지 해오던 평면작업방식의 범위를 과감하게 한 발짝 넘어서 보기로 한 김문숙 작가에게는 멀티아트홀 전체가 하나의 캔버스가 될 것이다. 김문숙 작가에게 작업은 명상의 출발이자 극기의 기록 같은 것이다. 어릴 적부터 병약했던 그녀에겐 종종 극심한 통증과 병이 수반됐고 자연스럽게 수행에 몰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삶 전반이 육체적 고통과 번뇌를 잘라내는 수행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작업이 마음탐구의 방편이었던 김문숙 작가에게 수행은 곧 예술작품을 잉태했고, 그 과정이 함축된 작품을 이번 기획전에서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멀티아트홀에 비해 비교적 면적이 넓은 호반갤러리에서는 배윤정, 박지훈, 나동석 작가가 영상미디어 작품을 설치한다. 배윤정 작가가 설치할 작품의 제목은 'The new normal(새로운 일상)'이다. 1 channel video, 2분, 가변크기로 제작된 이 작품의 제작배경을 작가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일상이 변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도시에 있던 조카들이 학교를 못가고 내가 있는 시골로 왔다. 고요하던 나의 일상이 제법 소란스러워졌지만 그사이 계절이 변하는 것을 함께 지켜보면서 또 다른 일상의 즐거움을 만들었다.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벌이 날아다니고, 바람이 불 때면 조카들과 시골길을 걸으며 자연과 가까이하며 느낀 순간들을 2D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냈다. 예전에는 하지 않던 일들이 일상이 되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보지 못했던 세계를 비로소 마주하게 되면서 새로운 평안을 얻는 요즘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박지훈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방식으로 제작한 영상작품을 설치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관적인 주제를 지속적으로 표현해온 박지훈은 지금까지 해오던 자기중심적인 작업방식에서 한 발 나아가 생동하는 삶의 단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해낸다. 작품의 제목은 '춤추는 정원 (Dancing garden)'이다. '자연과 함께 춤추다'라는 의미가 내포된 이번 작품을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한 우리는 보호해야만 하는 생명들의 위기를 실감했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으로부터 시작되고 자연으로 회귀한다. 생명은 그만의 가치를 지니기에 동등한 위치에서 조화를 이루어야한다."(박지훈 작가노트) 작가의 애니메이션 화면 속의 모든 생명체들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서로 조화롭게 춤을 추는 그곳은 불완전한 관계를 회복한 유토피아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유토피아를 펼쳐낸다. 이때 유토피아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작가의 소망이 반영됐다.
작가 나동석은 지금까지 영상작업에 매진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작업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나의 관념과 감정은 작품을 통해 표현된다. 특정한 공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즐기며 한 걸음씩 더 나아갈 것이다."(2020년 나동석의 작업일기) 이번 기획전에 선보일 나동석의 작품은 영상작품(소고-Video)과 설치작품(기념공원-Video Installation)이다. 두 작품은 「Memory기억」와 「Island섬」라는 키워드에서 파생된 연작으로 내용은 상호보완적이다. 20대의 젊은 시각과 감각이 스민 나동석의 작품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기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련함'이라는 감정을 소환한다. 관람객들에게 일종의 해소감과 치유를 전달하려는 목적이 내제된 작품이다. ● 『힐링healing & 필링feeling』展은 정적인 예술작품과 동적인 예술작품을 동시에 전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 삶의 주변은 낮과 밤, 음과 양처럼 서로 상반된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 유동한다. 하여 healing과 feeling도 양면을 조명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나동석, 박지훈, 배윤정 작가의 영상설치작품으로 채워질 호반갤러리는 김문숙 작가의 명상의 방(멀티아트홀)에 비해 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참여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업방식과 가치관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새해 출발지점에서 삶의 정화와 환기를 돕는 신호탄이 되었으면 한다. 더하여 일상에 지친 우리들에게 삶의 동력을 제공하는 발아점이 되었으면 한다. ■ 서영옥
Vol.20210126b | 힐링 & 필링 healing & feel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