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난 후

장승원展 / JANGSEUNGWON / 張升源 / photography   2020_1218 ▶ 2020_1228 / 일,공휴일 휴관

장승원_무의미한 시#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4×60cm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장승원 인스타그램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서진아트스페이스 SEOJIN ARTSPACE 서울 중구 동호로27길 30 Tel. +82.(0)2.2273.9301 www.seojinartspace.com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수도권 일대의 여러 웨딩홀에 방문하여 결혼식 스냅 촬영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라는 계약 관계는 언뜻 어디에도 완전하게 소속되어 있지 않은 중간지대의 느낌이 들곤 했다. 이러한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모호한 공간과 대상들, 이질적인 형상들과 동일시되었고 점차 웨딩홀이라는 공간 내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특색을 가짐과 동시에 철저하게 공식화되고 규격화된 홀과 로비, 단상과 버진 로드 그리고 미디어 파사드를 보았다. 나는 '결혼'이라는 사회적으로 승인된 인간 관계의 징표를 위한 장소인 웨딩홀에 주목했다. ● 마지막 순간이 피날레로 장식되는 연극처럼, 결혼식에도 ‘기-승-전-결’의 서사구조에 따라 정해진 시간과 예식 순서가 있다. 신랑과 신부 두 사람이 무대에 오르면 본격적인 예식이 시작된다. 도입부를 지나 클라이맥스로 향할수록 성혼선언을 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하객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박수갈채 속에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는 피날레로 끝나는 이 축복의 예식은 한편으로는 서사에 충실한 연극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웨딩홀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징을 포착할 수 있는 구조적으로 내재된 형태들을 담고자 웨딩홀 내부를 탐색했다. 이 작업을 통해 웨딩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이나 공간의 일부를 시각화하여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를 위한 장소 안에서 어긋난 채 부유하는 독특한 상징성을 포착하고자 했다.

장승원_즐거운 장치들#1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71cm_2020
장승원_즐거운 장치들#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00×71cm_2020

이번 전시를 통해 총 3개의 시리즈를 선보인다. 첫 번째 시리즈인 「즐거운 장치들」은 웨딩홀 공간 안에 놓인 소품과 장치들을 담은 연작으로서 정해진 협약 속에 진행되는 결혼식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존재하는 오브제들을 보여준다. 웨딩홀 내의 연출 및 시설관리, 보수를 위해 설치된 소품이나 장치들의 형태는 연출된 장소성 안에서 배제된 비연출성의 이질적 간극을 드러낸다. 이로써 각기 할당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디자인되거나 혹은 고안된 사물을 통해 도식화된 질서가 유지된다는 특징이 있다.

장승원_행복한 식물들#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64cm_2020
장승원_행복한 식물들#6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64cm_2020

두 번째 시리즈 「행복한 식물들」은 웨딩홀 안에 놓인 모조 식물들을 담은 작업이다. 극적인 연출과는 동떨어진 모호한 위치에 놓인 여러 모조 식물들은 웨딩홀이라는 장소와 그 안에서 교차되는 여러 시선들로부터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장식된 소품으로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이탈된 채 그 존재성을 부정당한다. 때론 시선이 머물만한 여지를 두지 않으며 공간 연출의 빈약함을 은폐하는 대체물로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모호한 위치에 놓여 있는 '가짜'는 때론 진짜보다 더욱 절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장승원_무의미한 시#7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90×70cm_2020
장승원_무의미한 시#12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1×58cm_2020

마지막은 「무의미한 시」 연작이다. 규범화된 웨딩홀의 연출 방식과 기억으로 공유되는 특징들 속에서 부유하던 시선이 머무는 공간들이 있었다. 전례 없는 팬데믹의 장기화로 그동안 당연시됐던 일상의 편의와 안락은 점차 예측 불가능한 아이러니의 향연이 됐다. 나는 이와 같은 맥락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을 관통하고 드러내는 이미지를 웨딩홀 안에서 발견할 때마다 수집했다. 우리는 연출된 무대 아래에서 잠시나마 익숙한 슬픔과 고통의 일상으로부터 유예되고자 한다. 이러한 '완전한 불완전성'은 단절된 시대를 잇고자 하는 의지의 표상이다. ● 정해진 식순이 모두 진행되면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는 하객들의 박수 소리와 화려한 조명,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어우러지며 막이 내린다. 두 사람의 행복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로 한 채 무대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공과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이렇게 한 편의 연극이 끝났다. ■ 장승원

Vol.20201218b | 장승원展 / JANGSEUNGWON / 張升源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