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에 너는 뭐 했니? What did you do at that night?

심윤_육종석_이경희_이소진_임은경展   2020_1217 ▶ 2021_0105 / 일,공휴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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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소진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을갤러리 협력 / 두 번째 공간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을갤러리 EUL GALLERY 대구시 남구 이천로 134 Tel. +82.(0)53.474.4888 www.eul-gallery.com

비자발적 고립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행위, 다시 설정된 생활의 영역, 위험 속에서 드러나는 감각의 자극들을 순환시키기 위해 조금 부끄럽지만 드러낼 수 있는 것, 이들의 과정과 결과가 담겨있는 시각 언어들은 더욱이 현실을 반영하고 각자가 보고 있는 세상과 닿아 있었다. (전시 서문 중 발췌) ■ 이소진

제한적 상황에 따른 예술가의 동력에 대한 소고 ● 불안한 시기, 개인에게 제약이 걸린 시대.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그 불안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TV에서는 재난상황에 항상 뉴스에 귀 기울이라 말하고, 휴대전화에서는 도무지 체감되지 않지만 공포를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늘어나는 숫자의 알림이 지속적으로 울려 퍼진다. 특히나 버스나 지하철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는 그 알림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져 그 공포감이 한층 더 강조된다. 모두가 분석하고, 어려운 말을 뱉어내며 상황을 타계하려 애를 쓰지만 남은 것은 불신과 거리감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점점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그 공포는 일상이 되어 늘어나는 숫자의 알림은 눈 여겨 보는 사람이 거의 없고, 양극단의 대치가 일상이 되어버린 TV뉴스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피로한 것이다. 아마도 만성적인 피로일 것이다. 그 복잡한 물음들 속에서 무언가 알기 쉬운 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절실함은 자연스럽게 선호도로 흘러간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선호하며, TV속 교양프로그램 보다는 예능을 선호한다. 인터넷에서는 5분 안팎의 짧은 영상을 선호하며,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영화보다 완성도와는 별개로 단순한 스토리를 고수하는 한국영화를 선호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보다 귀에 쉽게 들어오고 편한 가사의 트로트를 선호하게 됐다. 우리는 결국 힐링을 원하는 것이다. 나에게 힐링이 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필요한건 소크라테스의 질문보다 희화화되고 친근한 이웃집의 소크라-테스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아니 한편으론 새로운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런 걸까. 그 불안감은 보통 이렇게 귀결된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그렇다면 다시 질문이 시작될 때가 된 것이다.

그 밤에 너는 뭐 했니?展_을갤러리_2020

『그 밤에 너는 뭐 했니?』이번 전시는 이 질문부터 시작한다. 밤은 낮보다 그 사회적인 관계에서 해방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낮의 질문과 밤의 질문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눈에 뚜렷이 보이는 낮의 질문이 이성에 호소한다면 밤의 질문은 결국 감성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질문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자신에게 하는 자문형식의 질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자문이 이번전시의 참여 작가 개개인에게는 어떤 대답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우선 그 다섯의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자. ● 먼저 이소진의 작업의 특징적 키워드는 연결이다. 보다 개인적인 감각을 추구하며, 개인의 취향을 우선시 한다. 그런 작가의 성향은 그의 수집의욕과 맞물리는데 물론 많은 작가들이 어느 정도의 수집벽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성향이 자신의 작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소진_짭쪼름한 틈새2_러그에 자수_100×100cm_2020
이소진_짭쪼름한 틈새1_홀로그램 필름_115×200cm_2020_부분
이소진_드릴게요_키링_가변설치_2020

이번 그의 작업인 「짭쪼름한 틈새1,2,3」와 「드릴게요」는 한 아이돌배우의 굿즈 상품의 수집과 제작에 그 의미를 둔다. 작가 본인도 수줍게 고백할 만큼 팬들에 의해 제작되어지는 이 하위문화는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이 문화는 관계의 연결이 없으면 불가능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한정판으로 주문, 제작되어지는 이 굿즈 상품들은 결과적으로 소유한 사람들과의 공유가 없으면 그 의미가 크게 쇠퇴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작가는 이 시기에 있어서 관계와 소통에 대하여 절박하리만큼 적극적으로 마치 직조하듯 그 연결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밤에 드라마를 보면서 말이다.

임은경_혼자놀이(나와)_판화지에 드로잉_28×21cm×3_2020
임은경_혼자놀이_단채널 영상_01:19:00_2020
임은경_쪼물락 키트(너의)_혼합재료_가변크기_2020

이와 다르게 평소 상징적 이미지의 균형 감각이 뛰어난 작가인 임은경은 작업 「나와」, 「너의」를 통해 보다 개인의 취미활동에 집중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그 관계성이 아닌 온전한 개인 즉, 혼자인 것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데 다양한 혼자로서의 매뉴얼과 점토를 활용한 공작활동을 통하여 철저히 혼자가 된 개인이 어떻게 다른 개인들과 차이점이 있는지 고민하는 듯하다. 그만큼 작가 개인에게 있어서는 재미있는 경험을 공유하는 나름의 방법처럼 보인다.

이경희_귀여운 권력을 맛보다 taste cute power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
이경희_귀여운 권력을 맛보다 taste cute power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_부분

이경희 작가는 작업「taste cuty power-귀여운 권력을 맛보다」에서 다른 작가들보다 더 개인적으로 깊게 파고들고 있는 듯 보인다. 평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로서 지금의 상황은 제한된 인원과 제한된 방의 벽과 바닥 사이의 아주 좁은 공간으로 스스로를 한정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황을 보는듯한데 작가는 마치 동굴벽화를 그리듯 자신의 상황을 좁은 공간 속에 밀어 넣고, 주술적으로 꾸미고 있는 듯하다. 마치 코너에 몰린 사람들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경희_작업집합_혼합재료_25×40×40cm_2020
이경희&이소진_단채널 영상_00:04:16_2020
심윤_SPRING_캔버스에 유채_259×450cm_2020

반면 심윤의 작업 「spring」은 그 제목에서 보여지 듯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하지만, 그 두 번째 의미로서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항변하는 듯하다. 압도적인 사이즈와 간단한 몇 가지의 이미지를 가지고 포괄적인 해석이 가능케 하는 그의 회화는 결국 형식적인 그의 회화기술이 의미에 있어서는 좁아 보이는 폭을 충분히 상회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치 그 상황을 조용히 관조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육종석_도그마티즘-파편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2_2020
육종석_도그마티즘-파편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_부분

마지막으로 육종석은 「도그마티즘-파편들」에서 기억에 대해 다룬다. 그런데 그 기억은 거짓된 기억이다. 작가는 과거 소일거리로 관광안내도를 그리던 시절을 떠올려 여러 지역의 관광명소를 그림으로 그리면서 마치 그곳에 실제로 가본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휴대전화와 PC모니터 화면으로만 접하는 무수히 많은 이미지들의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거짓된 기억은 아마도 자신의 상황에 대한 망각에 대해서, 그리고 그 경계의 모호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듯하다. 이렇듯 자신의 제약적 상황에서의 작가들의 답변은 비록 정답이 될 순 없겠지만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데 일조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은 모더니즘의 시기를 거치며 작가들에 의해 수많은 이즘과 선언문을 낭독하며 스스로에게 제약을 거는 행위를 반복했지만, 결국 그 제약들은 그들 스스로에 의해 깨뜨려야만 하는 것의 과정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양한 질문들을 제기하고 다시 새로운 질문들로 대체하면서 끊임없이 자문자답해 왔다. 두꺼워 보이는 단단한 벽은 우리가 안주하지만 않는다면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 밤에 너는 뭐 했니?展_을갤러리_2020

그러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친근한 이웃집의 소크라-테스가 아닌 우리를 불편하게 할 소크라테스이다. 그리고 지금은 우선 이 질문부터 해봐야겠다. "그 밤에 당신은 무었을 했는가?" 생각해 보면 어려운 질문이긴 하다. ■ 육종석

Vol.20201217b | 그 밤에 너는 뭐 했니? What did you do at that night?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