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THE ART PLANT Jo Gallery 서울 중구 명동길 74 (명동2가 1-1번지 명동성당) 명동 1898광장 B117호 Tel. +82.(0)2.318.0131
오는 12월 16일부터 29일까지 명동성당 1898광장 내에 있는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에서 에브리아트 기획으로 감성빈 작가의 개인전 『Mother』가 열립니다. ● 조각과 회화를 통해 심연에 잠긴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감성빈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한 아이를 몸속에서 또 몸 밖에서 품다가, 그 아이를 하늘로 먼저 떠나보내게 되는 고통을 가지게 되었지만 남은 가족을 위해 또, 큰 희생을 선택하게 되는 작가 본인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모성의 위대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 디아트플랜트 요 갤러리
청하여 부른 이름, 찾아 부르는 이름, 두드려 부를 이름, 엄마! 어머니! ● Mother! 감성빈 작가는 이번 개인전 제목으로 '엄마'를 부르고 있다. 그의 작업은 몇 차례 작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형의 죽음과 남은 가족들의 슬픔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지만, 여전히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자신이 낳아 기른 자녀의 죽음으로 목도하는 사건은 더더욱 그러하다. 사건 가운데 남은 이들의 슬픔, 고통, 비탄과 애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동정과 연민... 감성빈은 형의 사건으로, 엄마의 사건으로, 그리고 남은 가족이자 지켜보는 이로서 자신의 사건을 이야기해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과 규정할 수 없는 감정들, 그 애절함을 먹먹하게 응시하며, 자신 또한 해소되지 않은 그 상황으로부터, 해소할 길 모르는 그 길을 작가 감성빈은 작업으로 풀어내며 달려왔다. 그는 2015년 개인전 「슬픔의 간직한 사람들」 「다른 사람들」을 시작으로, 2017년 「이 슬픔에서 돌아나와 저 슬픔으로 넘어간다」 「Sadness of Other」, 2018년 「A Longing Black」, 2019년 「낙타」 「심연에서 우리 서로」, 그리고 올해 2020년 「괭이바다」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 타인의 이야기,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를 부단히 이어왔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는 「엄마」다. ● 작가 감성빈에게 '엄마'의 모티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지난 몇 년을 회상해보니,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처음 제작한 작품이 「모자상」이었고 그 이후에도 몇 차례 의뢰를 받아 크고 작은 입체, 평면으로 모자상을 쉼 없이 제작해왔음을 상기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작업에 그림자처럼 따라 붙어있던 엄마, 시도 때도 없이 쉼없이 그리고 조각해온 엄마이었건만, 그는 기억을 되살려 엄마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른다. Mother! 타인국의 언어로 엄마! 하고 ● 감성빈이 지난 몇 년간 이야기해온 엄마의 모습은 「모자상」으로 일종의 피에타를 연상케 한다. 종교를 초월하여 자식을 잃은 어머니, 죽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인류역사상 인간의 가장 극심한 고통으로서, 피에타 (pieta)의 주제이자 보편적인 공감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는 형의 사건이자 엄마의 사건으로 피에타를 이야기해왔다. 작가 감성빈은 죽음과 슬픔, 고통, 애도의 한 가운데에 머물며, 극단적인 고통으로부터 생을 향한 모든 몸짓을 불러 모은다. 회화와 조각/소조, 캔버스와 프레임을 결합한 특유의 조형구조와 신체 형상들은 육적인 존재로서의 한계상황을 제시하며, 보는 이의 주목과 애절한 감정의 몰입을 이끌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그런데 감성빈은 이번 개인전 「Mother」에서 그는 '형의 사건이자 엄마의 사건'에서 '엄마의 사건'으로,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형의 사건에서 엄마의 사건으로 이야기의 주제와 시선의 대상을 환기시키고 있다. '엄마'라는 단독주제로 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감성빈의 캔버스와 프레임의 인간 군상들 -내리깔린 눈과 굳게 다문 입, 웅크린 어깨, 꺾이고 각진 목과 사지들, 그 와중에 딛고 지지하고 버티고, 서로 감싸 안은 팔, 그리고 그렁그렁한 눈빛과 입매...- 지극히 표현적인 형상들로 극적인 감정과 정서적 상황을 연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화법은 침착하고 절제된 태도를 보인다. 작가는 '슬퍼하는 사람들/ 나의 심연, 서로의 심연, 심연에서 우리 서로, 슬픔의 심연속 사람들/ 삶의 무게감, 고개 숙인 아이, 위로, 상심, 뒷모습, / 빈자리, Black Abyss, PRAYER FOR THE SORROW...'라는 명제로, 이들 형상과 상황을 붙잡고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이야기의 호흡을 이어왔다. 배경이 생략된 바탕 위에 올려진 형상들, 거울 바닥 위에 세워져 놓인 형상들, 극단적인 검은 화면, 검은 바탕의 제시는 고요와 침묵을 불러일으킨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애초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슬픔과 고통의 원인이나 본질에 관하여 묻고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관심을 배제시킨다. 다만, 마주한 사건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상황에 함께 머무르며,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존재상황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겸허히 홀로, 그리고 서로 함께. ● 그런데, 이번 개인전 「Mother」는 감정이나 정서를 유발하는 요소들이 과감하게 삭감되어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표현적인 인물형상들은 한결 단순하고 간결하며 절제된 추상 경향을, 색조는 갈색톤의 위주에서 청색톤으로의 전환이 눈에 띈다. 작고 가늘고 여리지만, 그 밀도있고 빈틈없는 형상 구조가 새로운 특징적 변화로 주목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주목을 끄는 점은 아들의 죽음, 피에타의 대척점인 잉태, 새 생명의 메시지다. 이는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가 '엄마'라는 모티프에 집중하면서 찾아온 자연스럽고 의미있는 변화이다. 반복적으로 말하지만, 작가 감성빈은 아들의 사건이자 엄마의 사건이었던 것에서, '엄마의 사건'이라는 단독주제로 '엄마'를 독립적인 주체로서 시선의 대상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가 포스터 작품 Mother로 세상에 드러낸 엄마, 짙은 어둠을 딛고 부상하는 엄마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엉성한 이를 드러내며 크게 입을 벌린 엄마, 그렁그렁한 눈물로 전하지 못한 무언가를 입에 물고 서성이는 고상한 인간 형상들 사이에서, 오히려 엄마는 거침없이 하늘을 향해 눈과 입을 벌려 쏘아 올리고 있다. 엄마의 입은 그 모든 인간적 감정들을 모두 삼킨 속내, 까마득한 암흑과 흑경을 깨고도 남을 탄식과 간구와 기도의 통성으로 다 타버린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아니 그 까마득하게 까매진 속내마저 빛바랜 듯 아련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엄마의 입은 분명 발언하는 입은 아니다. 엉성한 이를 드러내며 크게 벌린 엄마의 입은 감성빈이 그동안 작업들에서 보여준 그 어떤 침묵보다 더 큰 침묵으로 우리를 두드린다. ● 감성빈의 「MOTHER」는 바로 이 엄마, 한 사람의 인간 엄마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억척스런 여인과 마르고 굴곡진 거친 뼈, 고목처럼 앙상하게 선 존재, 파리하고 가녀린 여인. 한없이 길어진 목과 얼굴, 작고 동그란 울타리, 웅크린 몸과 감싸 안은 몸, 아이를 품은 여인... 작가는 한해의 마침과 시작의 시기, 성탄을 기다리며, 이 모든 여인들로 'Mother, 좌절, 상심, heartbreak, / 그리움, 고목, 얼굴, Back Home Hug, 고통을 품다/ 아이를 위한 기도, 기도, 잉태, Mother Mary, 예수, Cross'라는 작품명제들로 엄마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죽음 앞에 어떻게, 어느 누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누구나 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황, 그 일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음은 그만큼 많은 상황들을 겪어냈음이다. 남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구보다 먼저 다시 일어나야 했고, 살아내야 했기에, 아무렇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무렇지 않아야 했을 엄마의 이야기다. 처음부터 누구보다 많은 아픔과 상처를 받아냈을 '엄마' 엄마를 부르는 작가의 침착하고 절제된 어조가, 감정의 군더더기 없이 한결 정갈하고 담백해졌다. 엄마의 삶, 생명을 품에 안고 견뎌낸 그 시간 앞에 가만히 다가가 본다. 그리고 Mother! 감성빈과 함께 엄마를 불러본다... ■ 조성지
Vol.20201216f | 감성빈展 / GAMSEONGBIN / 甘聖彬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