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고현우_김규진_박병준_박은지_온다경 이서율_이수현_이은진_이치현_차정아
주최 /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대학원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가온갤러리 SUNGSHIN WOMEN'S UNIVERSITY_GAON GALLERY 서울 성북구 보문로34다길 2(동선동 3가 249-1번지) Tel. +82.(0)2.920.7264 www.sungshin.ac.kr
변화하는 환경과 예술가의 언어 ● 예술이 창작, 전시, 연구되는 방식은 그것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항상 변해왔다. 예술은 사회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변화하는 사회에 반응하고, 변화를 반영하며 잘못된 곳을 건드리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의 역할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예술의 역할을 생각해볼 때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감염의 공포로 몰아넣은 상황은 예술가들에게 여러가지 측면으로 영향을 미쳤다. 전시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많은 예산이 투입된 국공립미술관의 전시가 문을 열지 못한 상황도 발생했다. 더불어 문을 열지 못한 전시는 온라인으로 중계하거나 온라인 콘텐츠로 대체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제한된 상황이 문화예술 향수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는지 문을 연 사립미술관과 갤러리, 비영리 전시공간에 기록적인 숫자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또한 물리적인 공간에서 예술적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사업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기도 했다. 이렇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미술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를 만들었고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을 가속화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미술가들의 작업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되기 쉬운 형태의 작업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환경문제, 기술의 발달을 좇기 보다 인간성을 돌아보고 관계와 사회적 거리와 같은 내용이 작품에 담기기 시작했다. ● 이렇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이 빠르고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가 일어난 중에 작가로서 준비하고 있는 진행된 해다. 이렇게 사회가 불안정하고 불안한 가운데 미술작가가 되기 위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성신여대 조소과 대학원생들을 만났다. 이 학생들의 전시에서 바로 코로나19의 상황을 다룬 작업을 만났다. 이수현의 「Epidemic Survival」은 코로나19를 통해 사람들이 겪는 상황을 게임의 형태로 구현했다. 무균실을 연상시키는 투명비닐 앞에는 파란색 경고등 불안하게 반짝이고 그 안에는 "마스크 의무화", "출입명부", "작가격리", "거리두기" 같은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 수도 없이 반복된 단어와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는 위로 정체모를 하얀색 가루를 뿌려 놓았다. 이 게임에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어쩐지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저 투명한 비닐 가리개 안으로 들어가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저 하얀 가루가 나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은 코로나라는 질병의 재난 상황을 저마다 다르게 인식하고 대응하며 각자의 주장과 문제제기, 음모론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현상황과 다르지 않다. 설문조사, 인터뷰를 통한 자료수집, 워크숍 등으로 사전조사를 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었다. 이러한 방식은 많은 작가들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전시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작품이 최종 결과물이므로 그것을 통해 작품 제작과정이 더 잘 드러나면 좋다.
한편 아주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을 표현한 작업도 있다. 이서율의 「untitled audio」이다. 흰색으로 칠한 지지대는 유난히 더 창백해 보이고 그 위에는 핸드폰이 올라가 있고 하얀 마스크를 씌워 놓았다. 마스크가 일상이 된 현실, 코와 입을 마스크로 가린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지금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게 어떤 존재인가? 창세기 1장 26절에서 31절에 의하면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인간을 만들고 모든 생물을 다스릴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인간이 곧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다. 그 말은 인류의 삶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먹고 살아 갈 수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생명체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고통을 주는 것이 허락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영장' 으로서 인간 아닌 다른 생명체의 삶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고 있는가? 박은지의 작업은 다른 생명체를 다루는 인간의 태도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동물을 사육하는 환경, 인간이 즐기기 위해 보기 좋은 품종을 얻기 위한 불법 번식장의 이야기를 한다. 다소 불편하지만 인간의 잘못을, 부끄러움을 이야기하는 태도는 예술가가 지녀야할 여러 태도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우리는 살면서 사회적 관계, 혈연적 관계 등 수업이 많은 관계를 맞으며 살아간다. 차정아는 그 중에서도 혈연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끊어내고 싶지만 끊어 낼 수 없는 관계를 마치 사람의 내장을 뒤집어 보여주듯 우레탄 위에 붉은 색의 물감을 덧입혔다. 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관계는 가장 가까운 가족/혈연 관계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상처 주고 고통받지만 분리될 수 없고 상처는 아물 새 없이 또다른 상처를 만드는 상황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인 환경과 문제를 상기시키는 작품들이 있는 한 편 감각과 재료의 물질에 집중한 작업을 볼 수 있었다. 박병준의 작품 「맹인모상(盲人摸象)」과 「코끼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작품이다. 얼핏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순전히 실제로 촉감을 이용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고자 했다. 물론 시각적으로 감상도 충분히 가능한 작품이지만 직접 만져서 촉감을 느낄 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박병준과 비슷하게 이은진은 자본주의 제도에 의해 2년마다 이주해야 하는 경험에서 작품을 시작하지만 결과물은 작품과 그것이 놓여있는 공간의 물리적인 인식에 더 집중되어 있다. 짐짓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되는 작품이 사실은 가벼운 스티로폼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그것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의 무게는 다르게 느껴진다. 페인트 칠을 하기 위해 계단과 유리창에 마스킹 테이프로 비닐을 감싸 놓은 공간 역시 평소 보아왔던 공간과는 다른 공간의 구조를 드러낸다. 이처럼 이은진은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에 약간의 장치를 더해 공간을 감각하는 방식을 환기시킨다.
나뭇가지에서 다른 형태를 발견해해는 온다경의 작업은 우리의 시각을 환기시킨다. 그저 나뭇가지가 우연히 만들어내는 형태가 물고기처럼 보이기도 새처럼 보이기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형태로 재현된 작업 속에서 관객은 다시 작은 원을 발견하기도 하고 꽃을 발견하기도, 태양을 발견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고착된 이미지가 아닌 새롭게 보는 방법을 배운다.
고현우는 철을 매우 정밀하게 다듬어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 형태는 신화 속 인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단단한 철이라는 재료로는 표현하기 힘든 바람, 불과 같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된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자연의 힘을 철이라는 재료를 통해 드러내려고 하는 듯하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지, 하지만 그 자연속에서 인간은 창조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는 듯한다.
고현우와 같이 이치현도 철을 주 재료로 작업을 한다. 이치현은 선인장을 철로 제작한다. 추운 겨울날 누렇게 변한 잔디밭에 놓인 은색 선인장은 무척 아름답기도 하며 마음이 찡하게 슬프기도 했다. 겨울바람처럼 차가운 현실을 버티고 이겨내며 살고 있는 인간, 바로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현우와 이치현은 철이라는 무생물에 예술이라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을 빠져 나오면서 모니터를 주먹으로 퍽 친 김규진의 작업 「욱 !」을 보았다. 아! 모니터를 통해 쏟아지는 각종 정보와 마음을 아프게 하는 시끄러운 뉴스들을 향해 한 방 날리는 듯했다. ● 미술작업은 때로는 한없이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져 도무지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또 너무 거대담론을 다루어 공감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술가의 언어는 모두 달라야 하지만 그것이 작품을 대하는 상대방에게는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정확한 자신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을 때 어떤 변화나 문제를 앞에 두고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강성은
Vol.20201214h | 비상 飛上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