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_오은미 2인전

2020_1201 ▶ 2021_0110 / 월요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인천문화재단(문화예술 조건부 기부금사업)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브레이크 타임_03:00pm~05:00pm 코로나19로 인해 관람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 갤러리에 문의전화 부탁드립니다.

체나콜로 CENACOLO 인천시 중구 신포로15번길 69 3층 Tel. +82.(0)32.773.8155

이면의 층 ● 「이면의 층」은 제주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면서 느낀 감정을 담은 작품이다. 제주 생활은 괴로운 현실에 대한 탈주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제주에서 예상치 못하게 나의 마음은 외로움으로 병들어가고 있었다. ● 제주의 울창한 숲은 경이로움보다는 답답함으로 느껴졌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남은 빈집들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공허함으로 꽉 찬 내 마음의 공간 같았다. 복잡하게 뒤엉켜버린 숲속의 나뭇가지들은 헝크러진 나의 감정선 같았다. 우울과 불안, 괴로움과 절망의 근원은 무엇인가?

김태영_이면의 층_혼합재료_91×116.8cm_2020

#외로움. ● 나는 외로움에 지쳐가고 있었다. 책임져야하는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왔기에 스스로 자립심과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지독한 외로움에 지쳐가는 나의 모습은 내가 평소 자신했던 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한낮 감정에 휩쓸려 휘청거리는 보잘 것 없는 껍데기였고, '무엇이 이토록 날 외롭게 만드는 것인가'하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묻고 있었다.

김태영_이면의 층_혼합재료_80.3×65.1cm_2020

유년기 나를 보호하고 절대적으로 지지하였던 특정 대상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자신의 안위만을 추구하였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제주에서 타인들과 오랜 시간 부딪히며 경험하게 된 낯선 풍경에 대한 상대적 외로움 때문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내가 떠안고 있는 의무에 대한 압박감과 책임감, 서글픔 때문일까? 온전하지 못한 건강상태로 인해 과로로 인해 쓰러지면서 여전히 다시 쓰러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늘 그랬듯 혼자 감내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김태영_이면의 층_혼합재료_80.3×65.1cm_2020

모든 것을 잊고 싶어 용기 내어 갔던 삶의 도피처에도 오아시스란 없었다.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나를 발견할 뿐이었다. 복잡한 감정의 층이 쌓여가던 어느 날,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빠져 죽어도 괜찮겠다' 싶었고, 낮에는 각양각색의 숲이지만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는 그곳에 '같이 잠들어 버려도 좋겠다' 싶었다. 깊은 외로움의 증식은 나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고 밑바닥까지 사무치는 공허함은 나 자신을 낯선 인간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보다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나'에 대해 이해하고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체성마저 뒤흔들게 만드는 감정의 폭주를 제어할 수 없었다. 외로움에서 파생된 복합적 감정은 나 자신에 대해 오롯이 관찰하고 마주하게 된 긴 시간이었다. 외로움과 그로부터 파생된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이면의 층은 스스로 체험한 카오스적 심리상태와 방황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이를 해소하고 화해하려는 무언의 장치이다. ■ 김태영

오은미_누군가의 단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0×150cm_2020

단면으로 전체를 재단하다 ● 사람들은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다양한 만남의 상황을 마주하며 무수한 관계를 맺는다. 그 중 특히 일회성에 가까운, 혹은 표면적 관계에서 상대의 '단면'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여기서 우리는 그 단면을 보고 한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고 재단하는 오류를 범한다. 상대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폄하하면서 서로를 경계하고 방어한다. 그러다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을 때, 반성과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자주 내적불안과 상실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 과정은 새로운 관계에서 누군가의 단면을 봤을 때 다시 이행되며, 또 다시 상실감을 갖는 심리적 파행을 되풀이한다.

오은미_누군가의 단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72cm_2020_부분
오은미_누군가의 이야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8×45.5cm_2017

모순적 안정감과 우울한 해학 ● 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알 수 없는 상실감을 느낀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사람들이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겪는 내적불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하게 되었다. 불안정한 관계를 통해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내면상태를 필연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관찰했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이중적인 감정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회적이고 형식적인 관계에 염증을 느끼고 상대를 불신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타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안도감을 느끼는 모순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감정상태를 '모순적 안정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역설적인 현상을 바라보고 고찰함에 있어서 깊은 공감과 사람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한 해학적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사유의 방식을 '우울한 해학'으로 규정하고, 이를 기반삼아 공허한 관계와 불안한 내면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하였다.

오은미_누군가의 단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1×32cm×3_2020

불안한 내면의 시각적 형상화: 그로테스크하고 왜곡된 인간형상 ● 사람들의 내재된 불안감정을 함축된 시각적 언어로 상징하여 표현하고자 했다. 이는 왜곡되고 기형적인 신체구조와 음울한 정서를 유발하는 이목구비를 가진 인간의 형상, 절망과 놀람을 표출하는 기괴한 표정, 과장된 형상의 체모 등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시각적 장치들을 보며 감상자가 자신의 내면을 반추해 보기를 희망한다. 그럼으로써 불쾌하고 불편해보이지만 어딘가 익숙한 초상들을 통해, 자신의 내적인 불안과 상실이 우리 모두의 모습임을 자각하고 성찰의 계기로 삼는 동시에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 ■ 오은미

Vol.20201213f | 김태영_오은미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