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졸전 2.5 단계

2020_1211 ▶ 2020_1231 / 일,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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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갤러리 유진목공소 기획 / 반이정(미술평론가/갤러리 유진목공소 디렉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월요일 휴관

갤러리 유진목공소 GALLERY EUGENE CARPENTERSHOP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89-2번지 1층 www.facebook.com/gallery.eugene.carpentershop

"저희 갤러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간 당 관람인원을 10명으로 한정합니다. 관람을 위해 사전 예약을 부탁드립니다." ● 어느 갤러리가 보내온 전시 안내 소식이다. 비좁은 갤러리 공간에 같은 시간대에 두 자릿수 관객이 모이는 일은 평시에도 없다시피 하다. 미술인이라면 그 사실을 잘 안다. 갤러리가 아닌 미술관급의 전시실에서도 나를 포함해서 두 자릿수 관객이 한 공간에 들어선 경우란 어지간해선 만나기 힘들다. 현대미술은 영화나 콘서트만큼 대중적 수요가 높은 예술 장르가 아니다. 코로나19 정국이 조성한 한국 사회의 삼엄한 방역 감성의 평균치를 미술계가 따라하다 보니 저 같은 초대 매너가 갤러리 사이에서 유행하게 됐다. 일종의 범유행, 팬데믹이다. 국공립 미술관이 휴관을 결정하는 사정이야 이해가는 면이 있지만, 손바닥만 한 갤러리들이 전시 관람에 예약제나 인원 제한을 도입하는 건 과유불급이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자,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없습니다." ● 대부분의 미술 전시장들이 전시 초대장에 기계적으로 삽입하는 매너 문구는 이렇게 정해졌다. 오프닝 행사를 생략한다는 알림 앞에 굳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고자'라는 긴 단서를 달고야 만다. 대면 접촉이 죄악시 되는 분위기인 만큼, 예정에 잡힌 전시여서 열었으되 방역에 최선을 다했노라 고백하는 거다. ● 『미대 졸전 2.5 단계』(2020.1211~1231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X미술대학 Y학과의 2020년도 졸업전시가 삼엄한 코로나 방역 분위기로 인해 무산되면서 학교 밖 제도 갤러리에서 대안으로 마련된 외전外傳같은 졸전이다. 2.5 단계로 상향 결정한 12월초 방역당국의 수도권 거리두기 방침의 전후로 미술대학들 중 일부는 오프라인 전시회를 포기하고 온라인 전시로 대체하거나 전시를 열더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감염 위험지대 인양 지목되는 눈총이 불편했던지, '우리 학교는 졸전을 개최한 건 맞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는 형편이랄까. 다른 전공 분야와는 달리 미술은 4년 수료의 성과가 시각 결과물로 확인될 때 의미가 생기는 만큼, 졸업전시를 생략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건 미대 4년의 의미를 크게 위축시킨다. 코로나19가 만든 무사안일한 미술판의 초상이다.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렸던 올 3월, 휴교 중이던 영국 왕립미술대학RCA(Royal College of Art)는 개교 이래 최초로 온라인으로 졸업전시를 대체한 선례가 있긴 하다. ● X미술대학 Y학과의 2020학년도 졸업 정원 19명 중 8명이 이번 '학교 밖' 졸업전에 참가하며, 나는 그들의 작업을 포트폴리오로만 급히 접했는데 그것이 출품작과의 첫 대면이었다. 전반적인 인상은 나로서는 환기시키기 어려운 2,30년 전의 내 세계관을 남들의 작업에서 확인하는 느낌 같은 것이었다. 세대특정적인 미학. 또 다른 인상은 다매체로 작업을 관철시키는 일부 학생에게서 그 시기에나 가능할 법한 창작 욕구의 분출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끝으로 어떤 학생들에게선 회화를 구현하는 전에 없던 방식, 내가 곧잘 이름 붙인 바 '새로운 회화'의 출현을 볼 수 있었다.

1. 이주미 ● 「사랑을 담아서」라는 역설적인 제목의 설치물은 제 3세계의 비정규군이 테러를 목적으로 제조하는 사제폭탄의 외형을 흡사하게 제조한 깜찍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졸업을 앞둔 20대 한국 청년의 세대가 출구 없는 세상에 내지르고 싶은 메시지를 침묵의 오브제로 담아낸, 세대 특정적인 작업처럼 보였다. 이주미는 이외에도 평면, 설치, 퍼포먼스를 오가는 다매체로 작업을 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시기를 통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주미_사랑을 담아서_가변설치_2020

2. 유정은 ● "어차피 나한테 친절하지도 않은 모두인데 내가 뭐 하러?" "가지지 못하면 부숴버리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두 동강 낼 것이다." 짧게 적은 작업노트에서 발췌한 일부 지문만 읽어봐도 문장의 의미만큼 위협적이긴 고사하고 귀엽고 세대 특정적 정서만이 다가온다. 하천에 떠밀려온 쓰레기에 동질감을 느꼈다는 유정은이 그린 그림 속엔 "세상을 두 동강 낼" 괴물이 도심에 출현한 회색 톤의 그림도 보이는데, 하나도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 그녀가 속한 세대가 보일 수 있는 저항의 상한선을 보여주는 것 같다.

유정은_불청객_우드 패널에 유채_53×65cm_2020

3. 인성 ● 그녀의 포트폴리오에는 동일한 인물의 작업들로 보기엔 평면부터 설치와 미디어를 넘나드는 다매체의 창작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재현 매체 뿐 아니라 표현 기법도 다양하다. 코로나 정국이 초래한 복지부동의 조건을 재현한 미디어 작업에선 서너개의 모니터를 동원해서 1955년 뒤샹 인터뷰로 보이는 구시대 영상을 포함해서 남이 볼 때 가닥을 잡기 어려운 인성의 주관적인 감정 몰입이 화면을 채우고 있다. 아마 이런 자기집중형 기질이 내게 이번 '학교 밖' 졸전의 요구로 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인성_빈 공간과 타임라인_20.32cm, 00:01:11_2020

4. 김서연 ●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 세상을 치유해요」와 동명 타이틀을 단 올해 제작한 그림을 봤는데, 화면 안에는 그 노래의 가사를 화폭에 적어 삽입하고 있었다. 허구적 노래 가사의 이상향이 실제적 시공간에서 성사될 수도 있다는 믿음을 그녀(세대)는 품으면서 그렸으리라. 나(세대)는 그런 상상을 하지 못하고 안한다. 아울러 그녀의 창작 개요를 정리한 노트에선 인간의 전 생애 중 특정한 시기에서나 가능한 '세대 특정적인' 세계관이 작업으로 배어 있음을 확인했다.

김서연_Heal the world_종이에 오일 파스텔_91×116.8cm_2020

5. 윤산 ● 듬성듬성 여백으로 남겨 미완인 듯 완성한 회화 제작법과 포스트인터넷 세대의 화면 감각을 결합한 연작을 제작하면서 자기만의 회화 스타일을 만들었다. 긴 호흡의 영상 가운데 전후 맥락이 생략된 채 특정 스틸화면과 대사만 박제된 이 회화의 연작은 이전 세대가 공감하기 쉽지 않은 미감의 기록을 담고 있다.

윤산_Audition_캔버스에 유채_52.7×72.4cm_2019

6. 이시영 ● 네모반듯한 프레임으로 규정되어온 회화의 형식은, 모든 회화들이 준수하는 고정된 가이드라인에 대한 반발 심리를 자극하기도 할게다. 실제로 '새로운 회화'는 그 같은 고정된 프레임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변형되면서 소폭으로 진화했다. 이시영의 미적 태도도 거기에서 연유하는 것 같았다.

이시영

7. 이현정 ● 구상과 추상이 선명하게 구분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구상/추상이라는 완강한 이분법은 새로운 미감의 세대의 등장과 함께 재구성되고 있다. 이현정의 문장으로 구성된 그림 제목 「걷다가 걷다가 걷고 걷다가 서로. 눈에서」이나 「바다를 보기 위해 태어난 것을 안다」 등에선 제목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형상을 찾기 어렵다. 전적으로 자신에게 집중한 주관적 회화.

이현정_바다를 보기 위해 태어난 것을 안다_2020

8. 유미애 ● 미대 서양화과 졸업예정자가 심사를 위해 제출한 사진 작업에 대해 "우리 과에서 사진을 내면 되겠나?"라고 이견을 낸 서양화과 교수진의 문제 제기로, 해당 학생이 사진을 고스란히 유화로 옮겨서 다시 제출한 해프닝이 20여년 전 미대의 풍경이었다. 유미애의 경우 아트북 제작이 전제된 것이긴 하나, 포토샵을 이용해서 디지털 페인팅 그림을 작품으로 내는 건 지금 다른 미슬대학에서도 곧잘 만날 수 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매체라고 배우는데, 매체 감성이 전과 다른 세대가 미대 졸업전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유미애의 메시지는 대학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의 기록이었다.

유미애_Wednesday_디지털 프린팅 2020

코로나19에 과도하게 편중된 에너지는, 당장은 확인되지 않지만 더 큰 유무형의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리라 생각한다. 이 질병을 둘러싼 언론과 여론의 말잔치가 부풀린 공포감과 과잉 우려가 정작 코로나19 자체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과유불급의 안전주의, 상호불신, 저조한 관대함의 공동체 같은. 허용된 범위 안에서 밖으로 나와 기회를 도모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뭐건 하지 못하게 금지시키고야 마는 봉쇄 정책이 능사일 수도 없으며, 그것이 공론으로 굳는 올 한해의 분위기가 우려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 대륙을 가로질러 확산되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팬데믹Pandemic은 질병 유행의 최고 등급을 지칭하는 용어지만, 코로나19가 유행시킨 위험이 바이러스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 문제로 자주 관찰되고 있다. 방역 지침에 이견을 내거나 전염병을 옮긴 사람을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단 하루 만에 수십만이 동의하는 각박한 사회 분위기. 도심 어디에서나 관찰되는 마스크를 착용해서 입을 가린 인파의 모습에선 박탈된 자유 발언권이 연상된다.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매일 발표하는 건 알지만, 확진자 수 발표가 과잉공포를 유발시키는 건 분명하다. 세 자리 확진자 수가 흡사 환자 수로 보이고 나아가 사망자의 수로까지 보이는 집단 착시. 정작 이런 착시에 가려 올해 10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개인 파산이 4만1천 건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나, 생계가 막혀 자살한 자영업자의 비보는 들리지 않게 된다. 지금 같은 공동체 문화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로나19 자체보다 몇 갑절 위험하다. ● 만연된 방역 감성으로 일부 미대가 졸업전시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무산시키는 사태. 그 와중에 갤러리 유진목공소에서 대안적 졸업전시를 열 수 없냐는 X미술대학 Y학과 어느 졸업예정자(인성)의 개인적인 연락. 『미대 졸전 2.5 단계』 가 급히 열리게 된 배경은 이렇다. 기획의 발단과 전개가 선명하고 전시 서문의 기승전결이 머릿속에 바로 그려졌음에도 전시 서문이 잘 풀리지 않았다. 글이 막힐 때면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을 키워드로 나열하면 문장이 만들어지곤 했다. ● #자포자기 #무력 #봉쇄 #함구 #낙인 #기만 #기약없음 #가해자지목문화 #장기적안목 #거시적가치... ● 갤러리 유진목공소의 대안적 졸전에 참여하기로 한 X미술대학 Y학과 졸업예정자 8명에게 졸전 무산과 관련한 개인감정을 적어내도록 했다. 그 중에 이번 기획전의 배경과 효과를 순수한 정신으로 요약해준 문장들이 보였다. ● (졸전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 "코로나도 있지만, 결국 부정적인 감정의 선이 전시의 무산과 관련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유정금 ● "몇 번이고 좌절될 뻔 했던 졸업 전시를 오프라인의 형태로 개최하겠다는 것이 현 시대의 무기력증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 이주미 ● "무기력함에 저 또한 수업과 작업에 소홀했고 그저 코로나를 핑계로 시간들을 흘려보냈습니다. 늦게나마 '전시할 곳을 찾아보자'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그 무기력함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시라는 것이 사람을 설레게 하고 걱정하게 하고, 그리고 움직이게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 이시영 ● p.s. 이 전시 서문은 『시사저널』(2020.1212 제1626호)의 청탁으로 본인이 기고한 '코로나 정국의 미술세계'라는 주제의 원고에 코로나19로 졸전이 무산된 X미술대학 Y학과의 학교 밖 외전外傳같은 졸전 사례를 추가로 덧붙여 썼다. ■ 반이정

『미대 졸전 2.5 단계』 좌담 일시: 2020.12.22(화) 16:00~17:30 장소: 갤러리 유진목공소 진행: 반이정(미술평론가 · 갤러리 유진목공소 디렉터) 화자: 이주미·유정은·정인성·김서연·윤산·이시영·이현정·유미애 윤종현(갤러리 유진목공소 공동운영자) 이민재(갤러리 유진목공소 매니저)

갤러리 프로그램: 미술가 황소영의 요가 클래스 - 미술가 겸 요가 강사 황소영의 요가 클래스는 전시기간과 무관하게 상시적으로 신청을 받아 갤러리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다. - 토요일 13:00~14:00 - 문의 : 010-9893-6672 / 인스타그램: @h_sososo

갤러리 유진목공소 1.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30년째 운영 중인 유진목공소 옆에 자리한 화랑으로, 2019년 12월에 개관한 이래 2020년 초『서울신문』『국민일보』등 일간지와 여러 매체에 현역 미술평론가가 디렉터로 참여해서, "과거 전성기를 누렸으나 어느 순간 잊혀진 중견 작가나 주목받을 만한 실력을 갖추고도 조명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로까지 연계하는 화랑"을 표방하는 보기 드문 미술 갤러리로 소개된 바 있다.

2. 14세부터 55년간 줄곧 목수로 일한 윤대오 사장이 아들 윤종현과 운영 중인 유진목공소는 KBS-TV 교양프로 『낭독의 발견』(2010) 국민일보(2020) 등 대중매체에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3. 목공소로 유명했던 홍은동 문짝거리에 재개발 바람이 일면서 목공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와중에 현재 남은 목공소 두 곳 중 한곳이 유진목공소다. 이곳은 '전통창호'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목공소다. 2019년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방한한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배경으로 선 만찬장 상춘재의 전통 문창살 99짝의 교체를 담당한 목공소가 유진목공소다.

4. 갤러리 유진목공소는 분야가 다른 세 사람이 운영한다. - 반이정(1970) 디렉터. 공동대표: 미술평론가. 「중앙일보」 「시사IN」 「씨네21」 「한겨레21」 「한겨레」 「경향신문」등에 미술 칼럼과 시사 칼럼을 연재했다. 「교통방송」 「교육방송」 「KBS」 라디오에 미술 고정 패널로 출연했다. 중앙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송은미술상 등의 미술상 심사위원과 많은 미술 창작스튜디오의 입주작가 선발 심사위원을 지냈다. 『한국 동시대 미술 1998-2009』 『예술판독기』 『사물판독기』 외에 여러 책을 썼다. 유튜브 채널 '반이정의 예술판독기'를 운영하며, 네이버 파워블로거에 선정됐다. - 이민재(1967) 매니저. 공동대표: 청운 중학교 과학 교사. 대학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현대미술의 이해』 『모마 포토그래피』같은 시각예술 전문서적과, 물리학자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같은 과학서를 번역했다. - 윤종현(1983) 공동대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5년여를 충무로 영화계에서 『얼굴 없는 미녀』『효자동 이발사』『거울 속으로』등에 조명팀으로 참여했고, 그후 수행자가 되기 위해 해인사와 불국사에서 1년 반여 행자 생활을 하다가 하산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아버지 목수 윤대오 사장과 유진목공소에서 목수로 일하면서 평생 미술 작가로 존재하길 꿈꾼다.

5. 갤러리 유진목공소가 기획하는 전시의 지향점은 왕성한 전성기를 누렸으나 어느덧 잊힌 듯한 중년작가를 재조명하고 재평가하는 일과, 진가를 온전히 평가받지 못한 미술가를 발견하고 소개하는 것이다. 갤러리의 지정학적 위치에 걸맞게 목공의 미학과 홍은동 목공거리의 역사를 주목하는 전시도 계획 중이다. ■ 갤러리 유진목공소

Vol.20201211h | 미대 졸전 2.5 단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