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희展 / SHIMHYUNHEE / 沈賢熙 / painting   2020_1208 ▶ 2020_1220

심현희_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세종갤러리 SEJONG GALLERY 서울 중구 퇴계로 145 세종호텔 1층, B1 Tel. +82.(0)2.3705.9021 www.sejonggallery.co.kr

꽃 단상 ● 심현희의 꽃 그림들은 시간에 대한 인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전부터 꽃을 좋아해 즐겨 스케치를 하곤 했던 심현희는 요즘 부쩍 꽃을 많이 그린다. 꽃을 통해 시간을 보고, 그 시간의 운명 아래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다. ● 심현희의 꽃은 대체로 크다. 그런 까닭에 기왕의 꽃 정물화들과는 달리 큰 화폭에 그려진 경우가 많다. 작은 화폭에 그린 경우에는 그 사이즈를 의식해서인지 달랑 한 송이, 혹은 두어 송이 정도를 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대범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여러 종류의 꽃들이 함께 있을 때도 새침데기 하나 없이 서글서글하게 서로 잘 어우러져 있다. 그의 꽃들은 이처럼 밝고 기운차다. 이런 느낌이 부각된 데는 시원시원한 붓질과 거침없는 나이프의 사용이 한몫했다. 흥에 이끌린 듯, 기운에 이끌린 듯, 심현희는 그렇게 순간의 흐름 속에서 꽃을 보고 순간의 흐름 속에서 꽃을 그렸다.

심현희_각자 바라보기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91×116.5cm_2020
심현희_거친 파도와의 싸움도 오늘까지 91×116cm_2013
심현희_꽃과 화병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73×60cm_2007
심현희_날것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91×73cm_2010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꽃이 자신에게 하나의 충만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 비로소 꽃을 그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저 지나가는 시선으로 아름답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 아니라, 그것을 그릴 수 밖에 없는 절실한 감정적 교류를 느낄 때 그 흥취와 서정을 온전히 그 자신만의 것으로 확신할 때, 그는 화폭 위에서 본격적으로 꽃과 대화한다. 그 절절했던 감정과 행위가 지나간 뒤 그림을 다시 보노라면, 때로 이전의 느낌이 자취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그저 꽃이 아니라 어느 순간의 꽃 그 순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꽃, 바로 그런 꽃을 그리려 애써 왔다.

심현희_떡 같은 날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73×60cm_2009
심현희_유치함과 순수함 사이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61×73cm_2020
심현희_춤추겠소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91×116.5cm_2020

흥미로운 점은, 순간의 꽃을 포획하려는 이같은 노력으로부터 화가는 결국 자신이 시간과 싸우고 있음을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같은 사물이라도 그것을 대하는 느낌에 차이가 생겼다면, 그것은 무엇보다 시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시간의 변화가 내 감정 변화의 중요한 전제가 된 것이다. 시간의 역할이 이러함에도, 심현희는 특정 시간에 자신이 경험한 사건과 그로 인해 발생한 느낌을 화폭 위에 영원히 고정시키려 한다. 그것은 시간과 싸우는 일이다. 과연 승산이 있는 싸움일까? 승산이 없는 싸움일까? 승산이 있든 없든, 가장 치열한 예술적 투쟁은 이처럼 예술가와 시간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이다. 심현희는 꽃을 그리는 일을 통해 그 현실과 지금 당당히 맞서고 있다. 그만큼 심각하게 싸우고 있다.

심현희_하나를 위한 둘의 희생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심현희_할말이 없다_캔바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20

심현희의 꽃은 앞서 언급했듯 찰나의 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꽃들은 다시 영원의 꽃이다.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고 한 시인의 독백처럼 찰나는 영원의 자식이다. 찰나의 시간과 찰나의 감정에 다가갈수록 예술가는 영원한 시간과 영속적인 감정의 수면 아래로 침잠한다. 왜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곧잘 끝없는 정서적 충족감과 충만감을 느끼곤 하는가? 찰나가 영원이기 때문이다. 심현희가 애써 다가가려 한 찰나가 우리에게 지속적인 감흥으로 남는 이유이다. ■ 이주헌

Vol.20201208b | 심현희展 / SHIMHYUNHEE / 沈賢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