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이 OO

장하윤_정민제_정진경_최민경展   2020_1201 ▶ 2020_1213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본 사업은 2020 대구문화재단 활동지원(연례) 입니다.

기획 / 아트고리 @artgori 후원 / 대구문화재단_대구광역시

온라인 전시 artgori.modoo.at

언제부터 인가 / 아마도 태어나서부터 일꺼다 / 내 눈앞에 있던 엄마를 시도때도 없이 불러댔다. ● 지금은 30대 중반... 아직도 나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후 조치를 행하며 아직도 나는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진 못한 '어른이'가 되었다. 나에게도 아이가 있다. 본능적을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 찾는다. 조리원에서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울음으로 말하는 아이들의 속에서도 내 아이의 소리는 귓속을 파고들었다. 지금은 길을 지나가다 놀이터의 웃음소리에서도 뒤돌아보게 된다. 가끔 머나먼 꿈의 속에서도 나를 부른다. ● 나의 직업은 시각예술 작가이다. 나의 주변에는 동료이자 인생의 선배인 그들은 어떻게 '엄마'라는 명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작가는 총 4인으로 구성하였다.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아니였다면 전시장을 대관을 하여 대중들에게 우리들의 소소한 생각들을 전달하고자 하였으나, 각종 이벤트들로 결국은 온라인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30대 여성 작가 중 미혼과 기혼으로 섭외 하였다. 결혼을 하고 보니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미지의 깊은 세계가 펼쳐져 있었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기혼여성 2명과 미혼여성 2명의 생각을 나누어보았다. ● 첫 번째, 나 - 작가 장하윤이다. 집을 주요소재로 탐색하며 공간의 내부와 외부 소재를 수집하고 있다. 집착처럼 소재를 탐닉하는 시각예술작가가 되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엄마가 되고부터 몰랐던 세계로 발을 딛고 나서 열린 고행길이 준 물음표였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왜 누군가 알려주지 않았을까. 엄청난 물음표와 느낌표가 아이와 나 사이에 화살이 날아들었다. 엄마에게도 물어봤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들을 수가 없었다. 엄마의 시대와 나의 시대는 달랐다. 육아서도 유행이 있듯이 엄마는 '여자라면 당연히'을 받아들이며 살았던 세대였고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첫 번째는 다시 육아를 낳기 전과 같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두 번째는 언제까지 육아를 전담 해야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불만과 불안이 먼저 찾아왔고 슬기로운 자세가 무엇인지 끝없는 고민을 했지만 아직도 시도때도 없이 내가 엄마를 찾고 있는 모습에 '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려본다. 강도의 낮고 높음이 있겠지만, '몰랐던',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던', '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했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얽히고설킨 현실의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안쓰럽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공감하는 이도 있는 나를 위한 위로와 하소연이 담긴 작업을 소개하려 한다. ● 두 번째, 작가 정민제 역시도 엄마 예술가로서의 여성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늘 에너자이저 같고 유쾌하다. 그는 말속에 숨어있는 언어에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제스쳐를 작품에 담는다. 얼마 전 성인 대상 어느 수업에서 인생의 한순간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유년 시절의 추억 중 스틸컷처럼 지나가는 그 순간의 기억을 더듬어 말로 또는 표정으로 분위기를 전달해나가던 중 누군가 눈물 한 방울에 모두의 눈가가 젖어들었다. 이런 마음속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피부로 와닿던 순간이였다. 그도 지난 10년간을 육아로 집중하여 살아오다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화살의 방향을 본인에게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전지적 OO 시점' 이라는 틀을 가지고 본인의 주변두리를 관찰을 하며 오브제를 추출해낸다. 재미있는 언어, 말속에 깊이를 찾아내는 과정이 재미있는 작가이다. ● 세 번째, 작가 정진경의 시선은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며 그녀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어쩌면 우리는 엄마의 존재가 당연시 생각했고,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쳐왔던 시절이 있다. '당연하다'라는 말 조차 쉽게 어겼다. 요즘 코로나19 발병 이후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 세상이 되었다. 어느 문학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두들 가슴 한켠이 짠해진다면서 부모님의 부재를 겪고 보면 가족이 있어도 마치 세상에 동떨어진 것 같을 때가 한 번씩 있다고 한다. 가끔 아궁이와 시골길을 보면 외갓집이 생각이 나면서 그때를 회상에 젖곤 한다. 당연했던 모든 것들로 돌아가지 못하는 지금만이 있다. 스쳐 지나왔던 엄마의 공간에서 이번 작업을 하면서 그는 그 공간의 역사와 엄마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어갈 수가 있었고, 그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되 참견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함께 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엄마의 공간과 물건들 속에 자신의 작품인 일상의 오브제를 배치하면서 지나온 시간의 흔적 안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할수도, 관찰자의 입장일수도 있는 시선' 사이에서 평행선을 나열해나간다. ● 네 번째, 최민경 작가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티비 속에서 이야기 되는 막장 드라마 속 가족 이야기를 보며, '가족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고 한다. 막장드라마를 쓴 작가는 어떤 소스를 보고 착안해서 글을 썼을 것이다. 한번 쯤 '나에게 이런 일이 왜' 와 같은 이벤트들이 있다. 지나가보면 별일 아니지만 막상 닥치면 태풍의 눈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보통은 가족 울타리를 사랑으로 정의 내리려 한다. 10년을 같이 지낸 연인도 속 마음을 다 들어내지 않고, 필터를 거쳐서 연인에게 전달하려 한다. 결혼을 해도 각자의 숨기고픈 속사정은 잘 들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사랑' 때문에 일 거다. 그는 개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사랑의 의미를 유머러스하게 단편 드라마 같은 작업을 구상한다. ● 얼마 전 냉동정자를 기증받아 엄마가 되었다는 기사가 며칠 째 뉴스피드에 나오고 있었다. '자발적 비혼모- 남성과 결혼하지 않고, 사랑의 행위 없이 스스로 가족을 만든 행위.' 나는 어떤 생각으로 아이를 혼자 낳아 키우겠다고 마음먹고 실행한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나라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이다. 평범한 가정의 틀을 깨는 일과 아이의 성장과정,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를 케어하는 것 등 모든 것이 꼬리를 물며 '아이를 낳고 싶었다.'로 그 많은 생각을 정리를 하면서 했을까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어쩌면 미혼일 때 몰랐던 삶을 알아버려서 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핑계될 수도 없는 자발적으로 가족의 울타리가 만든 엄마도, 시대의 흐름으로 적령기에 결혼한 우리의 엄마들도,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그녀들도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 장하윤

장하윤_기억의 공간-series3_디지털 드로잉_29.7×42cm_2018
장하윤_기억의 공간-series8_디지털 드로잉_29.7×21cm_2018
장하윤_기억의 자리_한지에 아크릴채색_117×80cm×3_2018
장하윤_변화되는 공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43cm_2017

'변화된 일상' - 예술가의 숙제 ● 갓난아이를 데리고 펼쳐놓을 공간과 혼자 이동할 시간이 없었다. 작업을 하고 싶었던 찰나에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편리하게 언제든 펼칠수 있는 타블렛이라 육아 중 그린 디지털페인팅이다. ● 예술가들은 사소한 것에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는데 공간의 변화는 나에게 큰 영향으로 다가왔다. '아이를 보다 보니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라는 말을 육아동지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모든 것이 처음인 엄마와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이가 단둘이 공간에 있다 보니 바깥을 볼 여유가 없다. 치우고 먹이고를 반복하다보면 하루가 저무는데 초보엄마이자 예술가의 시선에서 해가 저물 때 공간으로 들어오는 빛이 주는 위로가 있었다. 물건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나열되어있듯이 마치 숙제가 밀려 있는 갑갑한 마음을 옮겼다. ■ 장하윤

정민제_전지적 자아시점_다목적 수세미(나일론 부직포, 합성수지, 연마석)_28×25×13cm_2020
정민제_전지적 자아시점_다목적 수세미(나일론 부직포, 합성수지, 연마석)_길이 22~36cm_2020
정민제_전지적 자아시점_천사포_길이 10~36cm_2020
정민제_전지적 자아시점_천사포_길이 10~36cm_2020

전지적 자아시점 – 일상의 그리움 ● 매일 살아가는 삶을 전쟁터로, 하루에도 수없이 손에 쥐었다놓았다 하는 주방기구들은 전쟁 속의 무기로 비유-표현했다. 설거지 도구인 수세미를 직접적인 작업 소재로 가져 와서 두텁고 질긴 무명실로 꿰매어 주방기구를 만들어낸다. 일부의 작업에서는 천 사포에 무명실로 바느질을 해 이 역시 주방기구를 만들었는데, 녹을 닦거나 물체의 표면을 반들반들하게 문지르는 데 쓰는 사포나 앞서 언급된 수세미 또한 오염된 그릇을 깨끗하게 닦아내는데 쓰이는 도구로 둘은 너무나 닮아있다. 닳아서 없어지고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면서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그러한 본질의 쓰임새에 충실하다. 이러한 모습에서 본인의 삶을 접어두고 자식과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본질의 쓰임새'로 이야기를 엮어보려니 엄마의 삶은 너무나 가혹하다. 씽크대 서랍 속에 숨겨져 있던 주방기구를 야외로 가지고 와서 여기저기 툭툭 던지며 촬영한 이번 작업은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를 단정 지어 버리는 일부에 대한 반항일 지도 모르겠다. ■ 정민제

정진경_엄마의 물건 위에 소품_저울, 실캐스팅_가변크기_2020
정진경_엄마의 생_생활소품, 실캐스팅_가변크기_2020
정진경_농촌 헹거에 걸린 소품_실캐스팅_가변크기_2020
정진경_엄마의 주방에 냄비뚜껑_실캐스팅, 냄비_가변크기_2020

농부엄마의 기능적 도구, 작가딸의 비기능적 작품 ● 작가의 엄마(손여사님 – 이름대신 부르는 호칭)는 4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이다. 다양한 모습 중에 일하는 엄마, 농부로써의 엄마에 초점을 맞추고 농사에 쓰이는 물건들을 골라 실캐스팅 작업과 함께 작품 사진을 찍었다. 실캐스팅 작품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본 엄마는 "소꿉장난하나"라며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쓸모도 없는 무언가를 사진으로 찍고 전시까지 한다 하니 재미있어 하며 촬영에 협조도 해주셨다. 일반적으로 엄마라고 하면 떠오르는 주방에서의 역할과 모습보다 농기구와 소품사진이 더 많은 이유는 나의 기억 속에 엄마는 밖에 나가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고 그게 더 어울려 보여서이다. 누군가는 더럽다고 여길 흙과 먼지로 뒤엉킨 것들이지만 엄마의 시간과 노동, 애정이 묻어 있는 도구들이기에 소중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하다. 노동은 신성하며 애쓰고 정성을 들인 만큼 결실을 맺는다는 엄마의 말이 한가닥 한가닥 정성과 시간을 들여 제작한 실캐스팅 작업에 맞닿아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 활용되었다. ● 작가의 실 캐스팅 작업은 외형은 온전한 사물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기능적인 쓰임이 전혀 없다. 주걱으로 음식을 뜰 수도, 실내화를 신고 걸을 수도 없는데 그에 반해 엄마의 도구들은 시간이 지나고 많이 사용되어 모습은 온전하지 못할지라도 제각기 역할과 기능을 여전히 갖고 있다. 시각적인 의미의 인지만 되는 작품과 완전히 상반되는 모습을 가진 엄마의 생활용품들에서 묘한 감정이 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엄마는 작가의 작품을 소꿉장난이라고 표현하였다. '소꿉'은 아이들이 자질구레한 그릇 따위의 장난감을 가지고 살림살이하는 흉내를 내는 것을 뜻한다. 어린시절에 어른의 모습을 동경하며 흉내내 보듯이 현재의 물건을 활용했지만 이를 통해 어떤 모습을 만들어내고 싶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생활 속에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접목시켜 재미있는 표현을 해보자는 아주 사소한 흥미에서 출발해서 엄마의 생생한 현실 을 마주하면서 작품의 존재론적인 의미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보여지는 결과물이 전부가 아닐지라도 그 부분은 나의 작품세계에 고민해 볼만한 의미를 던져준 것은 확실하다. ■ 정진경

최민경_엄마는 왜 그런 남자와 결혼하신거죠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
최민경_가족사진이 놓여야 할 곳은 어디인가_가족사진_가변설치_2019
최민경_ㅇㅁㅇㅁㅅㄹㅎ_혼합재료_가변설치_2020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상 끝의 사랑(A Home at the End of the World)』에서 딸은 엄마에게 묻는다. '도대체 엄마는 왜 그런 남자와 결혼하신 거죠?' "걱정되지 않으셨어요? 엄마의 진짜 삶은 놓쳐 버리고, 뭐랄까, 어딘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런 곳으로 가버리는 건 아닐까, 내가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말예요." ● 소설 속의 엄마와는 다르게 우리 엄마는 결혼식 날 도망가고 싶었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러나 엄마는 도망가지 않았고 일과 사랑 모두를 쟁취한 것처럼 보였다.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이혼한 엄마에게 물어봤다. "아빠는 참 편했고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야." "결혼해서 좋았어?" 내가 또 물었다. "아빠랑 결혼했으니까 소중한 너희들이 태어났잖아.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고 많은 행복한 날들이 있었지. 그렇지만 내가 너라면 결혼하지 않고 살겠어." 사랑의 증거물인 나는 세상 끝의 집에서 묻는다. 나는 ㅇㅁ의 길을 갈 것인가? ■ 최민경

Vol.20201203j | 시도때도 없이 OO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