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거리기

2020_1202 ▶ 2020_120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노유림_서현주_이유진_임지은 원소윤_지현정_전효주_차현경

기획 / 홍하윤

관람시간 / 10:30am~06:0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1,2전시장 Tel. +82.(0)2.733.8873 www.gallerymeme.com

'몽글거리다'는 멍울진 물건이 말랑거리고 매끄러운 느낌을 주는 걸 이르는 말이다. 단순히 사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감정적인 부분에도 흔히 쓰이는 의태어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마치 꿈 속을 걷는 것처럼 정의 내리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기에, 이는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필연적으로 감각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작품은 공간 속에, 그리고 관객의 감각 속에 안착되고 몽글거리며 스며든다. ● 작품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작가의 손짓으로 불청객처럼 달라붙었던 상념들은 마모된다. 둥그러진 모서리들은 점차 서로 엉겨 붙으며 뭉글거린다. 소외되었던 것들은 다시 중심부로 되돌아오고, 모호한 감정만이 흐릿하게 형태를 갖추며 틈을 보인다. 사람들은 그 틈 사이를 헤집고 분리해보려 하지만 실패할 것이다. 작업들은 엉성해 보이지만, 가장 단단한 형태로 변모한 상태이다. 길항적인 태도로 점철된 작업들의 벌려진 틈들은 다시금 서로 가까운 곳에서부터 손을 맞잡고 숲을 이루며 무덤덤하게 존재를 유지한다. 작품들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어쩌면 몽글거리는 구름에 닿으려는 욕망과 다를 것 없다.

원소윤_이음새 없는 집_장지에 연필과 먹_100.5×100cm_2020
서현주_untitled1_판넬에 유채_33×33cm_2019
차현경_황홀경_아크릴채색_60×60cm_2020
이유진_모든 관계들1_세라믹_31×32×3cm_2019
노유림_번식_혼합재료_180×55cm_2020
전효주_위로_거즈, 펠트_51×135cm_2020
지현정_I AM the Origin of Life_영상_2019
임지은_풍부한 분위기를 머금은 기억의 공간_기름종이, 연필_108×78×1cm_2019
몽글거리기展_갤러리밈_2020
몽글거리기展_갤러리밈_2020
몽글거리기展_갤러리밈_2020

사람들은 학습된 메커니즘에 의해 시각적 체험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인다. 어쩌면 그것은 꿈을 해석하는 것처럼 허황된 행동이다. 그러나 '꿈'은 비현실적이며 동시에 그렇기 않기에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개개인의 상상이란 결국 체화된 경험에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간 속에 엉켜있는 시간은 꿈처럼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시각적으로 현존한다. 작품은 공허해보이는 시간과 공간 사이를 몽글거리며 파고든다. 그리고 작품은 해석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몇 마디 문장으로 정리되는 과정 속에서 압축되지만 미세한 틈을 얼핏 내보인다. 사람들은 콜롬버스의 기분을 느끼며 자신이 발견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내 그물에 걸린 물고기 신세임을 깨닫는다. 엉성한 듯 촘촘하게 중첩된 상념의 그물은 미궁처럼 관객들의 발걸음을 보류시킨다.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지지만, 실상은 다중적인 투명한 레이어들이 수없이 겹쳐진 결과인 것을 깨닫는다. 이를 알아챈 관객들은 힘껏 파닥이지만 작품들은 아무런 제스쳐를 취하지 않는다. 의도를 파악하려 할 수록 작품은 그 속내를 품에 감추어 버리는 것이다. ●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공허해 보일 수는 있지만, 단순히 무의미하다 단정짓기엔 석연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당신도 우리와 함께 몽글, 夢글-거리는 사고를 멈추지 않고 진행하여 나아가기를 바란다. ■ 홍하윤

Vol.20201202i | 몽글거리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