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굴

김소라展 / KIMSORA / 金素羅 / mixed media.installation   2020_1127 ▶ 2020_1213

김소라_경주_디지털 이미지_가변크기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2:00pm~07:00pm

스페이스 55 SPACE 55 서울 은평구 증산로19길 9-1 www.space55.co.kr www.facebook.com/space55

『사진 동굴』 현재와 과거 사이에 겹쳐있는 사진들과 소리들 - 유지완 작가는 데이터만 남아있는 세계를 상상한다. 남겨진 것은 데이터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는 데이터로 채워져 있다. 이 세계에서 사라진 것들은 기록된 데이터로 남아있다. 무한한 가능성의 조합 속에서 데이터는 우연한 형상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작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오래된 사진을 마주하는 것에서 이 작업을 시작한다. 작가는 오래된 사진들을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고 재구성하는 것을 통해 자신이 상상한 미래에서 데이터로 이루어진 세계를 보는 누군가의 자리에 자신을 놓는다. 데이터로 이루어진 미래-세계의 형상으로 작가는 동굴의 구조를 가져온다. 데이터와 기억의 동굴 내부로 들어가서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조각난 사진의 이미지들이다. 과거의 경주 유적지 앞에서 친구와 함께 있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들은 조각난 채 분리되고 다른 사진과 겹쳐진다. 1979년 경주의 사진은 작가가 경주의 같은 장소에 가서 다시 찍은 2020년의 사진과 결합하여 과거와 현재 사이를 맴돈다.

김소라_사진동굴展_스페이스 55_2020
김소라_국립경주박물관-1_디지털 이미지_가변크기_2020
김소라_에밀레종79_디지털 이미지_가변크기_2020
김소라_경주국립박물관_인스턴트 프린트_5.5×85.5cm_2020

오래된 아버지의 사진을 중심으로 시각적 데이터들이 재구성되는 과정은 동굴 안에서 소리들이 결합하고 맴도는 형상으로 다시 나타난다. 작가는 협업을 통해 이 전시의 시작점이 된 사진들로부터 네 곡의 노래를 만들고, 불러서 녹음했다. 사진 뒷장에 적힌 말들, 사진의 장소와 정서는 목소리와 선율, 리듬이 되어 사진의 이미지와 만나고 어긋나기를 반복하며 진행된다. 전시의 시각적 재료인 오래된 필름 사진과 같이 하나의 청각적 재료로 구성된 각각의 노래는 오래된 팝 음악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전시와 같은 제목의 앨범이 음원으로 발매되었고 이 노래들은 전시의 일부로서 기능하며 전시장 안에서 다시 조각난 채로 재생된다. 노래의 파편과 부분들은 조각난 사진들로 이루어진 동굴에 잔향으로 울리며 동굴 안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것들 사이로 소리가 들려오는 시청각적 경험을 구성한다. 『사진 동굴』에서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재구성하는 행위는 데이터만 남아있는 세계의 비어있는 자리를 마주하고, 그 자리를 다른 것으로 만들려는 몸짓으로 다가온다. 현재와 과거 사이에 걸쳐있는 이미지의 조각들은 그 몸짓이 살고 있는 뒤엉킨 시간의 흔적일 것이다. 『사진 동굴』은 이미지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 그것을 재구성하고, 조각난 사진과 소리로 이루어진 하나의 풍경을 제시한다.

김소라_자하문_디지털 이미지_가변크기_2020
김소라_사진동굴展_스페이스 55_2020
김소라_보문호_디지털 이미지_가변크기_2020
김소라_사진동굴展_스페이스 55_2020
김소라_경주20_혼합매체_가변크기_2020

나의 구글 드라이브에는 8만 장 이상의 jpg 파일이 있다. 그것을 분류하고 파악하는 것은 구글포토의 도움 없이는 쉽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구글포토가 고른 오늘의 사진을 확인한다. 몇 년 전의 사진들과 구글포토가 만들어낸 동영상, 그리고 구글포토가 합성하고 보정한 것들이다. 구글 포토와 같은 데이터베이스가 장악한 미래를 상상한다.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어 현실의 것은 남아있지 않고 우리는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살아간다. 2001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와는 사이가 좋았다. 아버지의 죽음은 당시 17살이었던 나의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 겪어보는 상실감이었다. 2001년에는 핸드폰에 카메라가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고, 모든 물건을 간소하게 지녔다.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것으로 내게 남은 것은 많지 않았다. 기억은 흐릿해졌고, 아버지의 목소리와 체취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얼굴이 낯설게 보였다. 우연히 나는 아버지의 앨범을 발견했다. 아버지가 결혼하기 전에 찍은 사진들로, 사진 속의 아버지는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들은 오래되어 변색되었고, 어떤 것은 아무런 이미지도 남지 않아 백지가 되어있었다. 사진첩에 있었던 사진을 꺼냈을 때, 뒷면에는 어떤 메세지가 적혀 있기도 했다. 나는 앨범에서 사진을 꺼내 그 사진을 다시 카메라로 찍어 디지털 이미지로 바꾸었다. 그 사진들을 단서로 이 작업이 시작되었다. ■ 김소라

Vol.20201128c | 김소라展 / KIMSORA / 金素羅 / mixed media.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