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연_나광호_소수빈_윤경주
소수빈 / 2020_1126 ▶ 2020_1202 윤경주 / 2020_1205 ▶ 2020_1211 김연&나광호 / 2020_1216 ▶ 2020_1230
기획 / (재)화성시문화재단
관람시간 / 09:30am~05:30pm / 12월 25일 휴관 ▶ 관람예약
동탄아트스페이스 DONGTAN ART SPACE 경기도 화성시 노작로 134(반송동 108번지) 동탄복합문화센터 1층 Tel. +82.(0)31.290.4637 www.hcf.or.kr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2017년 이후 3년 만에 (재)화성시문화재단 동탄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신진작가 공모전은 주제의 다양성과 표현 방법의 창의성을 기준으로 선정된 김연, 나광호, 소수빈, 윤경주 4인의 작가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 제목인 4orce(포스)는 강력한 기운이나 인상을 느끼게 하는 기운이라는 뜻으로, 선정된 작가 4인이 앞으로 미술계에서의 성장을 기원하고자 정하였다. ● 이번 신진작가 공모전이 무언가를 시작했던 첫 무렵, 어색하고 서툴렀던 10대, 하고 싶은 일과 꿈이 많았던 시절과 같은 간질간질하고 기분 좋은 기억을 생각나게 해 코로나로 축 처졌던 올해 관람객들에게 하나의 설렘이 되길 바란다. ● 더불어 지속적으로 예술 활동을 이어갈 4인의 작가에게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를 부탁드린다. ■ 동탄아트스페이스
소수빈 ● 소수빈은 그간 식물과 기계를 결합한 공생관계를 연구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비비 시스템」, 「신-생태계의 휴리스틱」 등 일련의 설치작업들과 식물, 꽃들을 그린 회화작업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박테리아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명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생명의 특성을 관찰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생물 실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특히 식물에 대한 탐구와 연구는 예술가로서의 표현 방식이며 작품의 주제이자 자연, 생명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러한 식물과 자연에 대한 실험과 탐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적이고 기계적인 장치와 결합된 설치 작업으로 제시된다. ● 작가가 고안하여 만든 비비시스템(vivisystem)은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작가에 의하면 비비시스템 작업은 자연 그대로 태어난 것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형태적으로 유사한 모양일 뿐 아니라 서로 섞여 공존하며 살아가는 시스템을 식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마디로 상자 또는 화분 모양의 기계장치에 자연의 식물과 인공의 '가짜' 식물이 서로 섞여 새로운 기계식물체가 되고, 이 기계와 식물이 결합한 인공-생명체는 움직이고 작동하는 작품이다. 기계로 만들어진 것과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 섞여져 이주가 가능해진 「신-생태계 휴리스틱(heuristic of new-ecosystem)」 역시 작가가 예술의 방식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기계생명체 작품들이다. 특별한 것도 없이 흔히 볼 수 있음직한 화분은, 알고 보면 다양한 스위치나 센서로부터 입력 값을 받아들여 LED나 모터와 같은 전자 장치들로 출력을 제어함으로써 환경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두이노(Arduino)로 움직임을 부여하고 작동하는, 이주하는 식물+기계이다. 관람객들은 이 화분(기계+식물)을 만지거나 움직이게 할 수 있으며, 관람객에 위치에 따라 다양한 소리가 연출되기도 한다.
한편, 작가는 설치작업과 연결 선상에서 평면 회화작업을 선보인다. 회화작품들에서는 꽃들과 식물들의 형상위에 작은 점들(dots)이 반복적인 패턴으로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식물과 꽃들 위에 반복적으로 찍힌 점들에 대해 작가는 증식, 분열, 반복을 거듭하는 식물체의 형태와 세포들 그리고 세부분열로 증식하는 형태들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 설치 작업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기계장치를 통해 식물의 인공적 변이를 보여준다. 미술사에서 관람객이 직접 작동하여 움직이게 할 수 있음(키네틱)으로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인터랙티브) 예술작업들로서, 뒤샹의 자전거바퀴에서, 모흘리 너지의 구체조각, 팅겔리의 관람객 참여의 움직이는 기계실험 작품들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진부한 예들일지도 모른다. 급진적인 과학기술에 발전과 하이테크 문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등의 용어는 이제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현실이며, 최근 인간+기계, 가상현실(VR), 사이버네틱 생명체 등이 예술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낯설지 않을 정도이다. 소수빈의 이번 전시는 생물, 생태계의 진화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들을 통해 신-생태계를 제시하고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생태계의 미적 상상력을 기계와 생명체의 혼성체로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윤경주 ● "현대성이란 지나가는 것, 일시적인 것, 우연적인 것으로서 이것이 예술의 절반이며 또 다른 예술의 절반은 바로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이다. 과거의 모든 예술가들에게는 현대성이 있었으며, 이전 시대들로부터 우리에게 남겨진 아름다운 그림들 대부분은 바로 그 시대의 의상들을 입고 있다." (Charles Baudelaire) ● 19세기 인상주의자들이 산책, 휴일, 근교의 여행 풍경을 담아냈을 때, Salon 심사위원들은 역사적이거나 신화적인 혹은 종교적인 그 무엇을 담는 교훈적이고 고상한 아카데미즘에서 벗어난 이 그림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상주의자들은 살롱과 아카데미의 전통적인 화법에서 탈피한 자연풍경,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 여가생활 등의 주제를 빛에 의해 변화하는 인상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서 새로운 시각미술의 혁명을 이룩하였다. 그들의 주제는 보들레르가 말한 '근대적 삶' 즉 동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이었던 것이다. ● 윤경주의 작업은 지금 이 순간, 평범하고 단순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일상의 삶을 기록한다. 작가는 그러한 일상의 삶이 정치적, 사회적 거대담론의 지표가 아니라 실제 생활을 '경험'하는 시간들의 축적임을, 그 경험의 영역에서 미술을 표현하는 방식이 난해한 담론이나 문화적 전위(前衛)일 필요가 없음을, 따듯하고 편안한 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윤경주의 작품들은 '잔잔함'을 표현하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저절로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단발머리 소녀가 사랑스럽게 고양이를 안고 볼을 부풀리며 풍선을 불고 있는 「너랑 나랑은 그런 사이」, 머리에 멜빵 바지를 입고 수박을 깔고 앉아 수박껍질을 쓰고 있는 「수박Girl」, 배트~맨~을 외치는 듯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트맨」, 「홈스윝홈」 등 제목만 봐도 이 작가가 일상의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그 순간을 즐기며 작품으로 구현해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장난기가 섞인 인물들의 포즈와 동작, 주변의 소품들과 배경의 오브제들 모두는 작가의 일상의 기록이자 요즈음 젊은 세대의 일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해독 불가능한 기호들과 불가독성의 읽기와 해독을 강요하는 미술들(물론 이러한 미술들의 표현방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의 홍수 속에서, 작가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예술가로서의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 물음에 작가는 예술이란 어떠한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며 일상생활을 기록하는 것으로 답을 내리고 '안녕, 나야'라고 담담히 읊조린다. 이 전시에서 작품제목의 재기발랄한 유머코드와 순수함도 작품과 함께 감상해야 할 요소이며 독특하고 동화적인 표현 방식은 이 시대의 중요한 공감의 코드로 꼽을 수 있다. '나의 그림을 보는 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나의 단순한 마음이 전해지길'(작가 노트 中에서) 바라는 밝고 건강한 젊은 작가의 마음이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에게 온전히 전해지리라 믿는다.
김연 ● 김연의 작업은 '공간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순지에 먹과 호분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은 대상(자연, 나무)의 고정된 이미지의 형태를 재현하기 보다는 옅은 먹의 농담(濃淡)으로 안개 속의 풍경처럼 무한한 공간으로 확장된다. 그 공간 너머의 무(無)로 환원되는 풍경 공간은 작가의 시간에 대한 기억이자 추억이기도 하고, 가상의 공간이기도 하며,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늘 보던 평범한 실제의 공간이기도 하다. ● "회화는 군마나 누드 또는 일화이기 이전에 본질적으로 질서를 가진, 색채로 덮인 평면이다." 라고 한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의 주장은 회화가 자연이나 실재에 대한 재현이기 이전에 캔버스와 물감으로 이루어진 2차원적 평면임을 강조한 것이다. 나비파와 상징주의 그 이후 추상회화에 영향을 끼친 모리스 드니의 일성(一聲)은 오일페인팅 매체를 중심으로 하는 (서양)회화의 본질을 명징하게 설명해준다. 매체와 장르의 경계가 사라진 현대의 미술세계에서 서양화와 동양화를 구분하자는 의도는 아니지만,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회화와 달리 종이에 먹으로 그려진 회화는 드니가 말한 물감이 칠해진 평평한 평면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 순지에 먹과 호분을 이용하여 작업하는 김연의 작품에서 자연 대상은 재현으로서뿐 아니라 깊이를 알 수 없는 공간감을 보여준다. 먹의 농담과 흐릿한 호분의 효과로 안개 속에 공기로 가득한 공간은 르네상스 원근법의 수학적 공간이 아니라 비-원근법적 방식으로 구현된 비-물질적 공간으로 남는다.
"살다 보면 한번쯤 모든 걸 내려놓고 사라지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도 공간은 말없이 우리를 안아주고, 그 시간의 기억은 삶을 지속할 힘이 되어준다....중략... 작품에서 드러나는 고요하고 쓸쓸한 풍경은 내면에 있던 감정들을 마주보게 한다. 오직 나를 위해, 우리는 이런 감정들을 살피고 보듬어야 한다." (작가 노트 중에서) ● 작품에서 실루엣만 남기고 흐릿하게 흔적을 남긴 앙상한 나무들은 작가자신이 작업노트에서 말하고 있듯이 누군가 떠난 곳의 인적이 없는 쓸쓸한 흔적인지, 혹은 아직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공간인지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기억의 여운을 전한다. 이 전시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고요한 공간 속의 잔잔한 바람, 따스한 햇빛 같은 시선들이 가만히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지는 마음의 산책이 되기를! 무엇보다 작품 속의 공간처럼 겹겹이 층을 이루며 붓질을 거듭한 힘들고 견뎌내야 하는 작가의 길을 걸어갈 때 작품으로 인해 자신을 보듬을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나광호 ● 나광호는 널리 알려진 대가들의 작품을 차용, 모방하고 다시 작가 자신의 방식대로 재조합하여 그린다. 작업방식에 있어 이른바 명화를 가져다가 아이들이 모방하여 그리게 하고 다시 아이들의 그림을 작가가 따라 그려서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작가는 놀이와 미술관의 합성어인 Amuseument(Amusement+Museum)라 칭하며 작품의 결과물은 놀이와 미술의 공통적인 연결점인 '모방'의 방식을 취하며 '원본성'의 개념을 전복시킨다. ● 이처럼 나광호의 「Cape Coat」와 「In the Orchard」는 앤드류 와이어스(Andrew Wyeth)의 동명 원작을 차용하였고, 「Man in a Chair」, 「Self Portrait」등의 작품들 역시 루시안 프로이트의 동명 원작을 차용한 것이다. 나광호의 「앵그리교황 십세」는 너무나 유명한 베이컨(Francis Bacon)의 작품 「벨라스케스의 이노센트 10세 교황 초상 연구(Study after Velàsquez's Portrait of Pope Innocent Ⅹ)」를 다시 빌려와 나광호식 교황 이노센트 10세로 재해석, 재생산한 것이다. 스페인 바로크의 거장 벨라스케스의 원작을 프란시스 베이컨이 차용하여 재해석하고, 베이컨의 작품을 다시 나광호가 빌어와 재해석한 것이다. 어쩌면 작품에서 보이듯이 작가는 벨라스케스와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 둘 다를 함께 버무려 패러디했는지도 모르겠다. 제목마저 위트있고, 냉소적이지 않은가? 작가가 제목을 굳이 한글로만 붙여 읽도록 배치한 텍스트는 다분히 의도적 전략이다.
이러한 원본성에 대한 저항과 전복은 마르셀 뒤샹의 남성용 소변기라는 기성품(ready-made object)에 사인만 하여 제시한 「Fountain』(1917)을 비롯하여, 앤디워홀의 마릴린 먼로나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문화적 도상을 '차용'하여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복제하여 '원본'의 개념을 해체시킨 작업 등 현대미술에서는 매우 흔한 포스트모던적 현상이 된지 오래다. 좀 다른 방식이긴 하나, 신디 셔먼(Cindy Sherman),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셰리 레빈(Sherrie Levine)등은 발견된 사물(object troubé)과 전유된 양식 및 이미지를 이용해 작가가 원본이 된다거나, 명화와 영화 속 인물들의 메이크업과 의상을 그대로 재현하여 자화상을 그린 야스마사 모리무라(Yasumasa Morimura) 역시 명화와 유명 영화의 인물들을 모방, 차용하고 다시 해체시킨 패러디의 전략으로 새로운 원작의 창조와 반대되는 혼성모방을 보여준다. 이들 작가들은 이러한 전유(appropriation)를 통해 원본성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나광호 역시 '빌려온 이미지'를 작가의 방식대로 다시 쓰고, 다시 편집하고, 다시 그린다. ● 나광호의 회화에서 거친 필획과 물감의 두터운 마티에르는 뒤틀리고 왜곡된 인물들을 더욱 표현적으로 만들면서 원작과 겨루어 밀리지 않는 힘이 있다. 입체 작품의 경우에도 회화에서의 왜곡과 변형을 통해 원래의 주전자와 트로피의 기능과 개념적 정의를 재해석한다. 그러나 작가는 어둠과 고통, 그로테스크한 측면보다는 냉소적이지만 위트와 유머 역시 담고 있다. 작가 노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전시가 미술계 언저리에서 느낀 부조리함과 불편함을 '되먹임' 할 수 있는 도약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 기영미
Vol.20201126b | 4orce-2020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작가 공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