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경희_김예림_김인숙_김택기_박소형_박윤혜 박지은_오선희_장건율_최승준_허소운_황수진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평화목공소 경남 밀양시 하남읍 시동3리2길 10
평화목공소는 경남 창원에서 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밀양의 작은 마을에 위치해있다. 1990년 초부터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적 호황으로 인해 맞춤 문을 제작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목공소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1990년 말 고도의 산업화로 인해 생산 규모, 생산 능력, 소재 및 디자인 개발, 품질 면에서 엄청난 발전이 계속되면서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나오는 기성 문이 많아지고 평화목공소 또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2015년까지 사업을 운영하다가 폐업을 하게 되었고 2020년 현재까지 목공소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 사람의 온기가 가득했던 목공소는 손길과 발길이 끊겨 방치된 나무들과 그 위에 쌓인 먼지들이 가득했고 더이상 새로운 것이 탄생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목공소의 내부는 폐업한 그때의 현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 위해 목공소에서 자란 목수의 딸 김경희 작가를 중심으로 12명이 모여 비어있던 공간의 흔적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개인의 역사와 기억이 담긴 장소에 여타 다른 주제 없이 공간 그 자체에 섞임으로써 소통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평화목공소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김경희 ● 풍경 속에 놓여 있는 다양한 디저트들은 온전한 상태로 있거나 녹아있거나 흘러내리고 있다. 디저트는 부패하여 녹아내린다. 우리 삶과의 관계에서는 마치 부유물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의 우리의 삶은 그 잔여물에 뒤엉켜있다.
김예림 ● 평화목공소라는 공간을 보고나니 공간을 전혀 해치지 않는 전시를 하고 싶었다. 평화목공소라는 오래된 목공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었고 나는 그 기억들에 매료되었다. 평소 작업을 할 때 오롯이 내가 생각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작업을 일관해왔는데, 공간을 보고난 뒤 공간과 어우러질 수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었다. 작업물이 공간을 지배하는 전시가 아니라 오히려 공간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했다.
김인숙 ● 기억의 순환 정물을 통한 면 구성은 항아리와 꽃의 만남을 통해 순수한 회화적 관점을 유지하려 하였으며, 한층 한층 쌍아올린 물감의 깊이만큼 얻어지는 마티에르는 중첩된 색의 조율과 깊고 풍부한 자연의 풍미를 더하고자 하였다. 작품 속에 생성되는 이미지는 내 기억의 소산이며 평온하게 정화되는 마음의 휴식처다.
김택기 ● 서사적 연출의 회화이든 물성의 실험이든 프로파간다이든 어느 형식의 이미지들에 매료 되었다. 이질적인 것들의 부자연스럽고 긴장되는 콜라주에 이끌렸다. 그래서 우발적으로 종이를 찢고 오려 붙였다. 살결 같은 살과 철지난 유행과 소식들이다. 나의 작업은 마음의 모양에 관한 것이다. 그림은 마음 한편에 꾹꾹 눌러 담은 기억들과 꼭 맞는 말들, 아니면 욕망을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일까?
박소형 ● 누군가는 학교나 직장 때문에 가족이 있는 집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다. 그때 주어지는 새로운 환경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독 청년세대, 1인 가구에게는 조그만 방 하나면 충분하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어떤 경제적 지원이 없다면, 사회 초년생의 선택지는 별로 넓지 않다. 몸만 겨우 눕는 방에서 빚에 시달리며 벌어도 또 벌어도 따라갈 수 없는 경제 상황은 현실로부터 도피를 꿈꾸게 한다.
박윤혜 ● 나무껍질을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고 그 껍질은 세월 속에서 떨어져 나가고 또 생성되고 또 파멸되고 반복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덩어리진 나무껍질은 인생의 한 부분에 사건, 에피소드, 추억이라고 보고 그때의 나의 감정을 세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펜으로 작업한다.
박지은 ● 우리의 일상에 늘 존재하는 풍경이나 사물들을 그린다. 지나간 기억들 속에서 나를 되돌아볼 때가 있듯이 주변의 것들은 나 자신을 의식하게 하는 것에 영향을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화목공소라는 장소 안에 있는 물건이나 주위 풍경을 담아내었다. 목공의 흔적과 먼지들이 쌓여있던 모습들이 예전에는 분주하고 활기찼을 풍경을 상상하게 했고 이후 멈춰져 있는 각각의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오선희 ● 추상적인 형태로 변형된 텅 비워 있는 실내 공간은 일상의 건축적 모티브를 통하여 배경의 디테일을 절제 하였으며 응시의 공간으로 순수욕망을 지향하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상하고 있다.
장건율 ● 만화는 장면과 장면이 컷으로 분할되어 내용이 진행되고 글처럼 읽는 순서가 있다. 장면과 다음 장면 사이의 시간과 내용은 독자가 직접 상상해야 하는 영역이다. 언젠가 만화 컷과 컷 사이의 흰 공간에 대해 생각했다. 장면은 멈춰있지만 그 다음 장면 사이의 흰 공간은 어쩌면 시간 그 자체이기에 살아있는 시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승준 ● 나의 작업은 '인간사(人間事)'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간사'의 거대한 스케일을 탐구자, 혹은 기록자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꽤나 냉소적이면서도 연민을 갖게 한다. 인간 내면의 그 '무엇', 사건의 한 부분을 이야기 한다기보다는 현재의 나와 우리, 불완전하고 부유하는 존재, 멜랑콜리하고 유머러스한 삶의 태도를 사물이나 사건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허소운 ● 내 작업은 강박으로 시작한다.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강박적인 행동이 작업으로 이어진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스스로 새로운 강박으로 내몰고 그 행위를 반복하면서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작품의 여러 형상들은 각각의 개별 의미를 지니지 않으며, 습관이 되어버린 수집의 행위가 단순하게 구조화된 모습이다. 작품의 선명한 이미지는 목공소의 공간을 배경으로 둔 채 그 공간의 시간 속에 섞일 수 있었다.
황수진 ● 스쳐가는 주변과 자연의 산 능선, 바다의 파도, 건물의 모서리, 나뭇가지의 흐름, 하늘의 구름 등을 관찰하며 그러한 풍경에서 보이는 선과 형태를 무의식적으로 작업에 녹여낸다. 어떠한 형태로부터의 파생이 아닌 다양한 선과 면 등의 요소가 기하학적인 형태로 나오기에 보는 시선에 따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 김경희_허소운
Vol.20201116i | 평화목공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