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지도 떠나지도 않는 Neither stay nor leave

최주연展 / CHOIJUYEON / 崔朱延 / installation.video   2020_1117 ▶ 2020_1127 / 일,공휴일 휴관

최주연_Mr.Kim, icy spring, 2020(vertical ver.)_ 단채널, 2채널 오디오, 컬러, 75인치 모니터_00:08:18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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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 ARTSPACE PLASQUE 서울 성북구 정릉로6길 47 Tel. +82.(0)2.3216.5357 www.plasque.co.kr

낭자하게 흐른 에너지, 보존의 법칙빈틈_없는 말끔한 신체 창백하게 누워있는 하얗고 말간 왁스로 제작된 실제 형상의 신체는 곳곳에 촘촘히 박힌 촛불들이 바람을 타며 초연하게 타들어 가고 있다. 굵고 크고 속도감 있게 타는가 하면 까막까막 위태롭게 간신히 명만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군집된 불꽃들은 각자도생하며 가늠할 수 없는 형상으로 시간이 흐른 자취의 결을 남기고 있다. 무심코 분포된 듯한 심지는 사실 점자로 138억 년(빅뱅의 시작 시점)과 별자리를 계측해 위치한 점들이며, 불을 붙여 연소되는 전 과정이 이틀간 원 테이크로 촬영 후 8분 18초(태양의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로 편집한 영상을 작가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온전히 하나의 덩어리였던 몸은 촛불들에 의해 녹아 흘려내려 낭자하게 땅에 퍼지는데 정면 앵글로는 지면으로 내려앉으며 붕괴되어가는 과정을, (직)부감으로 촬영된 앵글로는 등고선과 같은 실선과 얼룩이 퍼진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실외에서 진행되었기에 시간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긴 에너지의 변환 과정은 모두 목도되며 흐트러진 형태와는 별도로 형상에 투사되는 빔프로젝터의 영상은 그대로 내리쬐고 있다. 형태와 영상이 정확하게 일치했던 처음 온전한 상태에서 뿜어진 풋풋한 생기는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촛불에 의해 녹아 뭉개진 매스와 그 위로 변함없이 투사되는 영상이 합쳐져 더 기묘한 형상을 자아낸다. 매끈하게 잘 캐스팅된 왁스 신체에 생기를 북돋는 꼭 맞는 영상을 입히고 수를 놓듯 심지의 수와 위치를 계산해 넣고 실외환경이기에 감수해야 하는 변수의 위험을 안고 연소되는 긴 과정을 촬영한 후 의도한 시간으로 편집한 빈틈없는 작업을 통해 작가 최주연은 무엇을 우리에게 전하려고 하는가.

최주연_Mr.Kim, icy spring, 2020(vertical ver.)_ 단채널, 2채널 오디오, 컬러, 75인치 모니터_00:08:18_2020

양감의 물질_덩어리mass ● 인체보다는 얼굴과 그 표정에 좀 더 집중했던 2010년 작업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수족棺」, 이후 소실될 듯 보이는 앙상한 몸에 확대되고 과장된 얼굴 크기와 인상을 장착한 「Hello」와 「추파춥스Chupa Chups」는 인간의 감정과 감각이 기괴하게 변형된 채 포즈를 잡고 있다. 심리적 상황이 얼굴의 형색으로 순수하게 스며 나오는 각개의 표정들이 나열된 작업에서부터 싸늘하거나 무표정을 짓는가 하면, 공중에 부유하는 인체들은 자체의 감정이 자아낸 표정이 아닌 과장되고 가공된 미소를 보이거나 세세한 표정이 생략된 창백하게 빚어진 얼굴 덩어리로 보인다. 결국 2013년 「패닉Panic」은 신체가 머리로부터 분리되어 거세되었고, 짓고 있는 표정은 가면에 가깝도록 인위적으로 변한다. 마치 시들거나 지지 않고 통꽃으로 툭 낙화해 지면에서 생을 이어가는 것처럼도 보이는 동백꽃에서 느껴지는 단호한 비장함이 작가의 작업들 속 놓여진 큰 얼굴에서 비현실적으로도 느껴진다.

최주연_Mr.Kim, icy spring, 2020_단채널, 2채널 오디오, 컬러, 43인치 모니터_00:08:18_2020
최주연_Mr.Kim, icy spring, 2020_단채널, 2채널 오디오, 컬러, 43인치 모니터_00:08:18_2020

"시선을 의식하는 일은 곧 끊임없이 지속된다. …웃을 수 없지만 웃고 있는 나의 상황들은 때때로 내가 나를, 타인을 의식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나의 의식은 얼굴, 곧 표정만을 인지하고 있을 뿐 몸의 반응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의식인 얼굴과 무의식인 몸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그때의 난 자유의지를 상실한 팽창된 얼굴만이 땅바닥에 무심히 내동댕이쳐진 상태이다." (작업 노트 중에) ● 작가의 언급대로 2015년까지 이어온 「패닉Panic」 시리즈는 어떠한 부연설명과 서사를 모두 제거한 채 차갑게 머리만을 댕강 잘랐다. 앙상한 몸 자체가 개연적이었던 기존 작업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좀 더 인간의 이중적 가면에 대해 작가가 집중하려고 한 시도로 보이며, 몸에서 떼어진 얼굴이기에 감정이 발현되는 표정으로가 아닌 웃는 형상의 가면으로 완전히 분리시킨 셈이다. 2013년에 보인 평면 드로잉 「검은 깊이」와 「검은 부분」에 묘사된 인물들에서 보이는 일상적인 인간의 모습들 안에 씌워진 가면과 기괴한 표정들과 겹겹이 포개어진 모션들의 중첩은 작가가 고민하는 지점의 개념이 회화적으로도 잘 설명되고 있다. 그리고 이후의 작업들은 새로운 매체를 통해 시도되는데 2019년부터 왁스와 영상을 결합한 시도가 그것이며 이는 좀 더 본격적인 분리와 해체의 과정으로, 좀 더 깊게 세분화해 진행하려는 듯 보인다. 몸으로부터 얼굴을 독립시켰고, 자생해야 하는 얼굴들은 가면으로서 객관화된 표정으로 단장했으며, 얼굴의 덩어리는 투사되는 타인의 시선에 의한 표정을 입으며 또 한 번의 분리가 시작되는데, 결국 근래 작업은 몸 전체로 영역을 확장해 몸의 덩어리와 그 위에 상을 입혀 가면에서 존재로 작가는 개념을 확대시켰다. 덩어리에 씌워진 영상은 최초 처음에 분리될 수 없는 듯 하나였다가 덩어리 형태의 변화로 분리가 시작되고 종국에는 작가도 관객도 가늠하지 못한 형태의 덩어리만 남고 그 잔해 위로 투사되는 일그러진 영상은 변함없이 그러나 분열된 상태로 덩어리에 비치고 관통한다. ● 이번 전시에서의 작품은 이렇듯 작가가 고심하며 시도해 온 간극과 괴리의 과정과 결과를 우리에게 제시해 보이고 있다. 촛불과 시간에 의해 자연 환경 속에서 연소되어 녹아 변해버린 형상, 소각이 아닌 소멸로서 변환된 에너지를 우리는 작가에게서 놓치지 않고 인수받아야 할 에너지일 것이다.

최주연_Mr.Kim, icy spring, 2020(vertical ver.)_ 단채널, 2채널 오디오, 컬러, 75인치 모니터_00:08:18_2020
최주연_Ms.Kim, summer, 2019_wax, mc ivory_96×15.5×18cm_2020

타인의 시선으로 입혀진_투사projection ● 시각예술창작자에게 본인의 작업 철학과 개념을 성공적으로 실현시켜줄 고유한 매체를 발견해 적당한 조형언어를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작업 인생에 있어 어쩌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평생 과업일 것이다. 작가 최주연이 쉽지 않은 과정을 어느 정도 수월하게 넘긴 요행을 획득한 창작자 정도로 간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하게 짚어야 할 사항이 있다. ● 덩어리에 입혀지는 영상은 지속해 중첩되며 시간이 흐르면서 덧입혀지는 마찰과 모순은 이제 재료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작품의 생성부터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모두 직관하려는 대범한 그의 욕망이 그의 매체에 고스란히 투사된다. (시각)예술의 어떤 형태로든 재화로서의 가시적 형상에는 창작자와 더불어 향유하는 우리 모두의 영원불변의 염원이 깃들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일수록 그 욕망은 더욱 타당해지며 당연하다. 그러나 작가 최주연의 작업은 처음부터 모순의 컨셉을 내포하고 있다. 수행에 가까운 수백번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소멸하기 위해 가장 성형이 잘 된 오브제를 제작해야 하는 작업 과정이 그 시작이고, 도달해야 하는 뚜렷한 목적과 마감의 기준을 작품의 완성도에 두지 않는다는 점 역시 보편적이지는 않다. 부단히 고되고 외로운 작업의 반복 행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작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올 때까지가 아닌 수백번의 수행 끝에 결국 더 진행하는 것에 의미가 없어졌을 그 지점에서 멈춘다는 작가의 고백은 이미 상식적인 작업 과정과는 방향을 달리한다. 작품에 내포된 (예술적)가치의 맥을 잇기 위해 가시적인 부분을 수정하거나 좋은 컨디션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려는 여타의 당연한 과정도 작가는 거부하는 듯 보인다. 더는 할 수 없는 수행의 끝자락에서 가장 좋은 오브제를 골라 소각하는 그 지점이 작가가 원하는 진정한 작업의 가치가 변환되어 영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확신과 바람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불꽃이 점화되는 그 시점부터 매스에 중첩되어 씌워지는 영상은 단 한 순간도 같을 수 없으며 처음 완전해 보였던 형체는 일그러져 남아있는 상은 존재하나 분열되고 해체되는 전 과정이 적나라하게 재현된다. 상은 형체에 따라 의미가 변하기도 혹은 불변하기도, 형체 역시 상이 입혀지지 않으면 그저 창백한 덩어리에 불가한, 분리되지만 분리되어서는 안 되고 하나인 듯 보이나 또한 분명 분리되어야 하는 그 지점에서 작가는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체와 허상 본질과 실존 등의 중첩과 그 간극을 바라보며 중간계 어디쯤에서, '머물지도 떠나지도 않는' 작가의 심상의 단면이 그의 작업으로 비친다.

최주연_머물지도 떠나지도 않는 Neither stay nor leave展_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_2020
최주연_머물지도 떠나지도 않는 Neither stay nor leave展_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_2020

빈틈_머물지도 떠나지도 않는 ● 영화 「조커」에서의 웃음이라는 요소는 인간의 뒤엉키고 응집된 내면의 심리를 세심하게 어루만지며 내놓은 소통을 위한 표징일 것이다. 물론 조커가 되기 전 아서의 웃음과 조커(가면)의 웃음은 더 켜켜이 분할된 표리를 낳는다. 단지 인간의 따스한 온기에 대한 갈망, 공감된 외로움은 지독하리만큼 고독한 파멸로는 가지 않았을 테지만, 세상과 소통하고자 노력한 웃음-의 강박-은 결국 진정 코미디 같은 본인의 삶을 발견하면서 진짜 웃음으로 파국을 맞는다. ● 작가 최주연의 바닥에 내쳐진 인공적 함박웃음을 머금은 「패닉Panic」 시리즈의 작품들과 공허한 미소를 짓는 「텅 빈 눈」은 작가가 감춰진 진심과 진실을 되찾으려 불편한 가면을 벗으려한 심리적 행위라고 본다면 근래 시작된 심지를 품은 왁스 덩어리에 영상을 투사한 작업은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거나 이질적인 불편함을 느끼는 대신 오히려 인간 내면을 구성하는 요소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일그러지고 뭉개지는 매스의 소멸 속에서도 꿋꿋이 투사·투영되는 시선의 잔혹함을 은유적으로 직시해 덧입히고 있는 것은 아닐지. 웃-는 척하-다가 정색하는 맨 얼굴의 아서와 그의 얼굴을 완벽히 덮어버린 웃기만 하는 조커의 분장 안에서 정작 그는 서서히 소멸한다. 이럴수록 타자에 의해 만들어진 상은 더욱 광기의 빛을 뿜으며 화려해지는 모순, 잔혹하지만 인간 내면이 지닌 깊이이며 이를 예술은 예술이기에 발현이 가능한 흥미로운 지점이라는 것도 확실하다. 더욱이 작가 최주연이 작업을 통해 벌려놓은 매스와 가면의 이러한 '틈'은 본인만이 가진 사적인 무의식이 아닌 인간 내면의 집단 무의식을 담아내려는 의도를 작가 노트를 통해 이미 언급한바, 인간 내면에 공통으로 도사리는-어떠한 형식으로 발현될지는 모르는-무의식에 집중하고 있어 그의 가면에 대한 객관성 역시 확보된 상황으로 보인다. 작가 최주연의 작업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공간을 작가 스스로가 마련하고 있어 더욱 기대가 된다. ● 이번 전시 '머물지도 떠나지도 않는'에서 보인 작업들은 단순히 시선의 확장과 매체의 확대를 넘어 작가가 지닌 개념을 질료와 더불어 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광활하고 무한한 존재에 관한 철학적 상념과 더불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작가 욕심에는 반하는, 과감하게 소멸을 강행하는 예술가적 뚝심과 확신이 있는 한 오히려 인간 내면에 심연의 깊이를 그의 작업에서 미시적 관점에서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움튼다. 매체에 대한 운운과 표피적 해석보다도 매스에 맺히는 상이 관통하면서 만들어내는 깊이와 질료적 가능성에 대해, 그리고 인간 본연의 내면이 더 분열되고 쪼개지고 분할되는 세세한 과정을 고단하지만 담아내는 작가의 흥미로운 시선을 계속 쫓고 싶은 마음이다. 심리·철학적인 거대한 담론을 품은 작업의 스케일보다 송곳처럼 날카롭고 깊게 들어가 파헤쳐놓는, 그러나 그 저변에는 따스함이 깃든 인간의 본연을 작가 최주연의 작업을 통해 불편한 중첩과 간극 그 어디쯤에서 계속 관조하고 싶은 심정이다. ■ 고연수

Vol.20201115g | 최주연展 / CHOIJUYEON / 崔朱延 / installation.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