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아트 Industrial Products Art

박건展 / PARKGEON / 朴健 / sculpture.photography   2020_1114 ▶ 2020_1204 / 월요일 휴관

박건_코로나 피에타_석고_27×20×12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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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1114_토요일_04:00pm

오프닝 퍼포먼스 「연주의 몰락-너무 오래 묶여 있었어」 , 「달빛 체조」

주최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 / 동양장비원_바다를채우는통조림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동양장 Dongyangjang 대전시 중구 대흥로111번길 30-10 Tel. +82.(0)42.221.4334

"내 친구 공산품을 소개합니다" ● "버림받거나 고장 난 물건들을 보면 연민이 든다. 나도 언젠가 그랬고 앞으로 그렇게 될 동질감을 느낀다. 쓸모 잃은 동시대 재료들을 서로 결합시키면서 일상과 시대의 정서를 끌어내거나 밀어 넣는 재미가 좋다. 요즘 공산품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값이 쌀 뿐만 아니라 정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이런 편리한 소비가 환경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일상과 사랑, 자본과 노동, 문명과 역사는 나의 예술에서 외면하기 힘든 주제다. 공산품들이 그런 말을 작심하고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거 같다." (박건 작가노트(2020) 중)

박건_코로나 반가사유_공산품 오브제_13×6×6cm_2020
박건_핵녀_동전, 피규어_16×11×11cm_2018
박건_퐁니퐁넛_디지털 프린트_75×53cm_2020

십자 나사 두 개가 박혀 있는 폐목재로 머리가 대체된 원목 무브인형이 공장에서 찍혀 나온 오리 친구를 소개한다. "놀라움을 선사합니다-중국산-(Give you a surprise-made in China)"라고 프린트된 나무 상자 속에는 혐오스러운 파충류 피규어가 숨어 있어 문을 여는 순간 사람을 놀래키고 웃음을 선사한다. 이 또한 곧 식상해지고 버림받아 좌대로 밀려난 셈이다. 이 둘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하면서도, 허황될지언정 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나가는 자신만의 비결이 혹시라도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머리를 바꿔 달았으니 조각인지, 공장 한 켠에서 노동자들이 지루하게 채색했을 오리를 그대로 두었으니 소위 레디메이드인지 헷갈리는 이것(「나와 공산품(내 친구 공산품을 소개합니다)」(2020))은 작가 박건의 자화상이자 예술적으로 소외된 공산품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이다. ● 본래 기존의 것을 응용하여 하나로 통합-브리콜라주(bricolage)-하는 기술자의 의미를 가지는 브리콜뢰르(bricoleur)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현대적인 혁신가들을 일컬으면서, 예술에서는 주변의 여러 물건들을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를 지칭하는 데 쓰이곤 한다. 작가 박건은 말하자면 지독한 브리콜뢰르이다. 브리콜라주를 차용했다고 여겨질 법한 동시대 여느 작가들과 달리, 사실 그는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의 『야생의 사고(The Savage Mind)』에 등장하는 브리콜뢰르 그 자체이다. 외부에서 바라보기에 야만적이거나 이해되지 않는 행위도 내부 문화의 맥락에서는 극한의 브리콜라주를 수행한 것일 수 있다. 작가 박건이라는 이 "근본주의"적인 브리콜뢰르는 동시대 미술적 맥락에서 훌륭한 도구와 재료를 오히려 멀리하고 버림받고 고장 난 것들, 하나쯤은 밟혀 으스러져도 문제없을 값싼 대량생산품에 연민을 느끼고 이것들을 접합하여 교감을 이끌어내며, 따라서 그는 생태주의적 브리콜뢰르이다. 이러한 교감을 통해 그는 일상적이거나 시대가 요구하고 지향하는 여러 가지 정서들, 그리고 실제 사회적인 사건들과 환경문제에 얽힌 생각들을 공산품 오브제에 반영한다.

박건_모두 안녕_FRP, 피규어_25×18×11cm_2020
박건_FIRE-BTS_스피커, 피규어_20×20×20cm_2018
박건_나와 공산품_나무 피규어_18×9×9cm_2020

부러진 망치 머리에 앉아있는 해골은 「망치 반가사유」(2020)라 이름 붙인다. 일견 소박한 이 작가적 유희의 결과물은 사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불후의 명작"급 브리콜라주로 사회와 인간 그리고 미술계의 핵심을 관통하며 기존의 질서에 비웃음을 날린다. 부러진 망치는 지인이 고쳐달라며 건낸 "일상에서 우연히 만난" 공산품이지만, 결국 버림받은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뒤통수를 치고, 마침내 제 손등마저 찍고만" "부러진 권력"이다. 그 위에 앉은 "서푼짜리" 해골은 "권력을 둘러 싼 무상함"이자 "지난날을 돌아보며 깊은 연민에 빠진" 한 개인이며, 이들의 "결합"은 결국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무상함 같은 삶의 근원적 문제를 공산품 속에 심어 놓은" 브리콜라주다. 고귀한 레디메이드적 시선에서 바라보기에 야만적일 수 있는 작품 속에 오브제들과의 교감을 통해 낭만주의와 사회참여적 동시대 트렌드를 용해한다. ● 사실 브리콜라주의 뉘앙스는 DIY(Do It Yourself)에 가까우며, 이러한 측면에서도 작가 박건은 브리콜뢰르인 동시에 동시대 한국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가진다. 공산품을 이용하여 '공산품 아트'로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공산품을 생산하는 익명의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헌사와 함께 그들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을 그 공산품의 최종 생산과정의 주체로 위치시킨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일반 관람객들까지도 이 일련의 DIY 과정에 참여시킨다. 여기에 미술의 정의에 대한 논의를 끼얹는 것은 덤이다. 이러한 노동자적 지위와 동시에 자신을 자신이 생산한 미술품 소매상으로 위치시킴으로써 DIY의 실천은 또 다른 면모를 보인다. 그의 전시 행태는 기본적으로 리바이벌이다. (*이번 대전 동양장에서의 전시는 일종의 지역순회전으로 2018년 서울 Lab29에서 선보인 전시의 리바이벌 버전이다.) 실상 미술계의 속성이지만 금기시되는 경제논리를 비틀어, 자신의 예술품을 스스로 재고품이라 칭하며 이를 최소화하는 지속 가능한 전시를 추구함으로써, 한 순간의 전시로 모든 것이 휘발되어 버리는 기존의 문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건_공산품 아트 Industrial Products Art展_동양장_2020
박건_공산품 아트 Industrial Products Art展_동양장_2020
박건_공산품 아트 Industrial Products Art展_동양장_2020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예술이 아니어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소통의 한 방식으로 만족한다. 나의 공산품 아트가 미학적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다음 작업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팔리는 게 신기하다. 그것은 '좋다'는 말 보다 더 큰 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발언을 두고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나이브함을 섣불리 지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기존의 이데올로기들이 해체되고 금욕적이고 비세속적인 거대담론의 의미가 없다. 동시대 예술계 또한 따를 획일적인 미학이 사라진 상태이다. 그 속을 살아가는 한 개인인 동시에 동시대 예술계의 행위자로서 주변에 널려있는 과거의 유물을 전유하며 관계성에 기반하여 현재의 것들을 브리콜라주하는 이 작가의 실천은 오히려 전위적인, 현대판 브리콜뢰르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 양정애

Vol.20201115b | 박건展 / PARKGEON / 朴健 / sculpture.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