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세인 GALLERY SEIN 서울 강남구 학동로 503(청담동 76-6번지) 한성빌딩 2층 204호 Tel. +82.(0)2.3474.7290 www.gallerysein.com
갤러리세인이 독창적 재료와 실험적 방식으로 나름의 조형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해가는 원재선 작가를 초대했다. 원 작가는 건국대와 미국 로체스터공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개인전 3회, 국내외 아트페어 개인 부스전 3회 및 다수의 초대전을 개최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시카고 SOAF, 런던 콜렉트 등에서 주목받으며 활동영역을 국제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 작가는 작품활동 초기부터 선(線)의 조형성에 집중했다. 첫 개인전 주제"The Rhythm of Lines"를 시작으로"Drawing Lines"로 이어가면서 선의 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하며 나름의 조형적 특성을 확장해나갔다. 3회 개인전 '정제된 차이'는 차이와 반복에 의해 발현된 대상들을 탐구한 결과였다. 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스테인리스스틸로 가늘게 만든 선의 표면에 색실을 감았다. 이를 통해 강한 물성과 부드러운 물성이 혼합된 제3의 재료로 시각을 넘어 촉각까지 온전히 담아냈다. ● 이번 전시 주제는 '정제된 차이2'다. 작가는 선에 실을 감아 입체화하고, 입체화한 결과물이 다시 선으로 회귀하는 2차원, 그리고 2차원을 다시 재조합하여 조형물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며 선을 중심축으로 새로운 조형세계를 창조해나간다. ● 작가는"평면적인 것과 입체적인 것을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생성된 시각적 리듬이 담긴 선의 조형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소개한다. 선은 점으로 이어진 길이고 사물의 윤곽을 나타낸다. 나아가 선은 그 자체로 자율적인 운동을 표현하며, 그렇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일정한 리듬을 생성한다. ● 기존 여러 작가들도 이렇듯 선의 무한한 다양성을 작품 표현의 수단으로 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 냈다. 동양화에서는 선을 획(畫)이라고 지칭하며 서양의 선과는 다른 관점으로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작가의 사상과 감정을 이미지화한다. 서양화에서는 드로잉처럼 특정 대상을 묘사하거나 추상화하는 도구로 선을 사용하였다면 동양의 선은 일필(一筆)로 끝나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예술에서 선은 어떤 사물의 경계선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다. 점의 연속성으로, 눈의 시선에 따라감으로써 운동으로 이루어진다. 원 작가의 선은 동양화의 획과 서양화 미니멀리즘의 기하학적 선, 추상화의 유기적 선에서 시작되었으나 무수한 선들의 반복을 통해 시간성이 개입된 내적 차이를 유발한다. 자신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 차이를 들뢰즈는 '내적 차이(différence interne)'라고 했다. '내적 차이'는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차이로서, 원 작가의 직관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동일한 길이와 두께의 선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시간의 축적은 공간의 확정성으로 이어져 완결된 형태로 귀결된다. 작품 「축적된 시간」, 「절대적인 공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유기적인 선의 확장으로 리듬감이 부여된 작품에서는 작가의 심리적 감정 개입을 엿볼 수 있다. 무기교의 기교처럼 자연스럽게 방사된 리드미컬한 선과, 유연하게 변형된 원형의 변주로 표현된 작품으로는 「차이의 변주」 시리즈가 있다. 원 작가의 조형적 표현에서 선 못지 않게 색실의 사용은 특별하다. 우선 재료의 변이를 볼 수 있다. 차갑고 강한 물성을 가진 금속선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실을 접목하는 방식은 원 재료로의 진화이자 차별화다. 작가는 금속 재료에 섬유의 기초재료인 실을 결합함으로써 금속에서 갖는 색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했다. 처음에는 금속 재질에 가까운 색을 사용하였으나 점차 오방색을 사용한다. 그 중 합성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자연의 빛 아래에서 특히 아름다워 주조실로 이용한다. 작가는 색실이 감긴 선이 어떠한 형태를 만드는가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선과 선이 만나면서 시나브로 형태가 완성되어가는 그 자체에 주목한다. 특정 문학에서 내용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문자 자체에 집중하듯이. 다만 독립된 조형적 형태도 선호하지만 착용 가능한 장신구로의 변이 또한 외면하지 않는다. 형태적으로 보면, 먼저 입체적으로 조형화된 형태는 건축적 구조와 기하학적 조형미의 극치를 이룬다. 색선의 변주는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이어지며 내밀한 파동을 일으킨다. 다음으로 유기적 형태는 원의 반복으로 큰 원의 일부를 이어가며 간장감의 느낌을 살리고자 크기를 조율한다. 규칙성 있게 반복되는 변화의 리듬은 운동, 생동감을 내포한다.
마지막으로 방사선 시리즈가 있다. 두 개의 실을 하나의 선이나 두 개의 선으로 달리하거나 실의 재질(실크사, 합성사, 면사) 등을 달리하여 택스처의 변화로 조형적 시각화를 세밀하게 차별화한다. 확장되는 방향성은 연속적이며 유연한 움직임을 이끈다. 원 작가는 일상의 삶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스스로 만든 금속의 색선을 통해 조형적 형태를 구현한다. 이러한 작업충동의 발아점은 작가가 초기부터 일괄되게 창작의 추동 주체가 되는 관심 대상으로 한결같이 간결하고 담백한 것들이다. 전시 타이틀 '정제된 차이'에서 알 수 있듯 장인정신의 발현으로 반복된 행위의 결집이다. 반복은 형상, 크기, 질감이 모두 동일한 단위 형태를 의미한다. 동일한 형식의 구성이 반복되면 시선이 이동하여 상대적으로 동적인 감을 주어 일정한 리듬이 생긴다. 시각적으로는 힘의 강약 효과를 생각할 수 있다. 반복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힘의 균일 효과가 나타나 균형감 있는 표현이 되며, 풍부함을 더해 준다. 반복은 차이를 만들어주며, 고도의 감각과 감성으로 정제된 반복은 내적 차이의 중심축이 된다. 연주자가 동일한 악보를 연주하지만 여러 번 반복 연주하면서 점차 강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원 작가 또한 반복된 동작을 통해 또 어떤 다른 경지에 이른다. 정제된 차이는 정제된 일상의 단면이다. ■ 정영숙
Vol.20201114j | 원재선展 / WONJAESUN / ???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