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권도연展 / GWONDOYEON / 權度延 / photography.video   2020_1114 ▶ 2020_1213 / 월,화요일 휴관

권도연_SF5_George Cayley_피그먼트 프린트_150×150cm_2020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200425a | 권도연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경기도_경기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 소소 GALLERY SOSO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법흥리 1652-569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0)31.949.8154 www.gallerysoso.com

비행기와 달의 저편 ● 권도연의 『SF』는 모형 비행기를 피사체로 한 11점의 사진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상적인 허공에 떠 있는 모형 비행기는, 「SF1」에서 「SF7」에 이르는 일관된 사진의 구도 안에서, 형태에 대한 상상을 크게 불러온다. 화면 뒤로 감춰진 다른 한 면의 온전한 형태와 그 전체의 대칭적인 생김새를 가늠하며, 추상적인 허공에서는 도무지 알아챌 수 없는 그것의 실체를 상상해 본다. 그것의 크기며 힘과 움직임과 소리마저, 사진에 나타나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즉 그것의 침묵하고 있는 부재에 대하여 떠올려 보려 한다. 또, 사진과 동일한 제목을 갖고, 어떤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는 영상 「가능한 세계」가 있다. 의심할 것 없이, 카메라의 초점이 쫓고 있는 대상은 하늘로 날아오른 새와 도로를 주행하는 오토바이다. 모형 비행기가 침묵 속에 제 형태를 드러냈던 것처럼, 둘은 추상에 가까운 보편적인 것들의 풍경을 가로질러 스스로, 존재하는 것에 시선을 모으고 있지 않은가. 그것에 대하여는, 허공에 날아 올라 간 오르니톱터(와 그 주변에 모여든 새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아득한 거리감과 직선을 그리며 달리는 오토바이의 속도감을 덧붙여서 말할 수 있을 테다. 그것은 또한, (나로부터) "저편"을 향해 가로 놓인 추상적인 공백에 대한 거리감과 그곳에 닿기 위해 상상해야 할 시간의 속도 같은 것으로서, 두 개의 사물, 오르니톱터와 오토바이는 그러한 시공간의 감각을 상상하도록 매개한다.

권도연_가능한 세계_영상 도큐멘테이션_00:03:03_2020

「SF」 사진 연작은 어떤 이들의 오래된 상상력을 다시 길어 올린 이미지다. 수백 년 전, 하늘을 날겠다는 믿음과 소망으로 하늘 저편의 무한한 공간에 닿을 예측할 수 없는 거리와 시간을 가늠하면서, 어떤 형태, 즉 하늘에 솟아 올라 그 미지의 허공에 부유할 수 있는 어떤 형태를 하염없이 상상하며 어루만진 이들의 마음. 권도연은 그들이 남긴 상상의 이미지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복기하며, 그들이 닿고자 상상했던 시공간의 저편에 이미 당도해 버린 스스로의 (마술적) 위치에서 오래된 과거를 들여다 본다. 그것은, 천과 나무로 만든 모형 비행기였고, 단지 종이 위에 검은 잉크로 그린 그림이었다. 그것은, 오래 전의 어떤 이들이 무한한 시공간에 닿고자 상상해냈던 형태임과 동시에, 그 시차를 관통하여, 지금 권도연이 다시 과거의 무한한 상상력에 닿고자 그때의 빈 허공을 추적하기 위한 형태인 것이다. 말하자면, 과거에 (실체 없는 환영처럼) 그려진 모형 비행기 드로잉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이접시켜 상이한 시간들이 서로의 닿을 수 없는 거리를 물리적으로 상상케 하는 일련의 "표지석" 같다. 그것의 현존.

권도연_SF1_George Cayley_피그먼트 프린트_50×40cm_2020
권도연_SF2_Alphonse Penaud_피그먼트 프린트_125×105cm_2020

권도연은, 오래 전에 하늘을 날기 위해 비행기를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시간을 찾아내, 그들이 먼 어딘가에 닿기 위해 그 (거리로서의) 시간을 현재로 끌어 당길 무언가를, 무언가의 형태를 상상했던 것에 빠져들었다. 그리하여, 아주 먼 과거에서 가져 온 비행기 드로잉 일곱 개를 미지의 시공간에 대한 단서로 삼아, 그것에 다가갈 또 다른 어떤 형태, 곧 사진 (안)의 형태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이미 존재했던 형태로서.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것의 형태를 단서 삼아. 그는 그가 찾아낸 비행기 그림을 본떠 천과 나무를 이용해 작은 모형을 만들었다. 그것은 작동하기 보다는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단지 형태의 충실함을 따르는 모형 비행기다. 그리고는, 그림 속 원형을 그대로 떠낸 것처럼 같은 위치에서 빈 허공-종이에서 스크린으로 이어지는-에 거짓말처럼 띄워 놓고 사진의 피사체로 담음으로써 그 상상의 존재를 증명했다.

권도연_SF3_John William Dunne_피그먼트 프린트_125×105cm_2020
권도연_SF4_Percy Sinclair Pilcher_피그먼트 프린트_105×135cm_2020

일련의 정황을 알아차린 후, 나는 아주 오래 전에 달의 저편을 상상했던, 그 사람을 연기했던, 무대 위의 이야기가 무척 길었던, 연극을 기억해냈다. 까닭은, 스치듯 떠오른 어떤 닮음의 이미지였을 테고, 더 기억해낼 수록 두 개의 사건이 더욱 닮음으로 중첩돼 보여서다. 로베르 르빠주(Robert Lepage)의 「달의 저편(The Far Side of the Moon)」(2003)은, 현실의 불안정한 터전에서 홀로 먼 우주에 대해 상상하며 사유하는 인물의 일상에서 일어난 몇 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우주에 대한 환상을 현실로 끌어당겨 와 그 비현실적인 신비를 체험하는 주인공이 극의 결말에서 보여준 현실에서의 불가피한 시간적 낙차는 매우 의미심장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러 미국에서 소련(시대적 배경)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두 공간 사이에 벌어진 시차만큼의 시간으로 시계를 조정해 놓지 않아 그만 학회에 불참하게 되는 엄청난 실수를 겪게 된다. 그는 평소 지적 외계 생명체를 상상하는 TV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비디오로 촬영해 기록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들도 기꺼이 해내는 인물이다. 언젠가 큰 시공간의 낙차를 견디고, 달의 저편에 가서 닿을 자신의 일상을, 미래의 시점에서 기록해 놓으려는 현실 너머에서의 행위를 말이다.

권도연_SF6_Wilhelm kress_피그먼트 프린트_150×150cm_2020
권도연_SF7_Otto Lilienthal_피그먼트 프린트_150×150cm_2020

그런 의미에서, 「가능한 세계」 영상은 어떤 빌미를 던져 준다. 권도연은 오르니톱터를 만들어 하늘로 날려 그 (한시적인) 움직임을 관찰했고, 도로에 서서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의 속도를 쫓아 영상을 찍었다. 이 단순한 두 개의 화면이 교차하는 「가능한 세계」는, 일련의 원대한 상상력을 현실과의 낙차 속에서 구체화 하는 "어떤 형태"의 존재를 알린다. 권도연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먼 도시에 가려 했던, 어떤 이의 그 실패한 경험, 즉 그것의 가능한 현존을 떠올렸다. 영상에 담긴 두 개의 사물은, 먼 데 있는 공간을 매개하는 "시간"을 함의하는 것으로, 마치 수백 년 전 추상적인 먼 허공에 닿기를 소망하며 어떤 날개 달린 대칭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려 했던, 또, 달의 저편에 대한 상상으로 자신의 현재를 초시공의 어딘가에 송출하고자 낱낱이 기록하려 했던, 그 실패를 담보로 한 행위 자체의 상상적인 힘을 통해, 둘 사이의 시간적 낙차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현존하는 것에 대한 역설을 보여준다. ■ 안소연

1. 19세기 인적이 드문 새벽, 바람이 심한 벼랑 끝에 한 사람이 서 있다. 흔들리는 램프 불빛에 의지해 나무와 천으로 만든 기계를 들여다본다. 우스꽝스러운 둥근 날개와 밧줄로 얼기설기 연결된 땅딸막하고 못생긴 기계이다. 그는 밧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나사를 조인 후, 안장에 앉아 양손으로 지지대를 움켜쥔다, 시간 여행을 출발하려는 참이다. 그가 밧줄을 풀자 시간이 고삐에서 풀려난다. 그는 '검은 눈'과 드문드문 보이는 흰머리 말고는 특징을 알 수 없다. 그저 시간 여행자일 뿐이다.

2. 우리는 문학과 영화에서 아주 수월하고 능숙하게 시간을 넘나든다. 시간 여행은 신과 용만큼 오래된 옛 신화에 뿌리를 둔 고대 전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 여행은 근대의 환상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14년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다. 웰스는 램프를 밝힌 방에서 타임머신을 상상하면서 그와 더불어 새로운 사고방식을 창안했다. 미래로 여행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뉴욕타임스의 평론가는 이 웰스의 타임머신을 비행접시의 골동품 격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초기 무동력 항공기의 모습처럼 보인다.

3. 존 윌리엄 던(john william dunne) 은 초기 무동력 비행기의 선구자였다. 던은 웰스와 친분이 있었으며 19세기 말에 글라이더와 복엽기를 제작했다. 던은 비행을 시작한 이후로 이따금 환각 속에서 미래의 사건들을 보았다. 그는 자신이 미래의 시간을 경험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1927년 자신이 겪은 것을 바탕으로 『시간 실험』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시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허무는 것이며, 과거와 미래는 시간 차원에서 동시에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나는 던의 글을 읽으며 상대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 압축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과거투시』라는 가상 기술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다. 과거를 카메라로 찍듯이 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아직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138억 년 된 빛을 모아서, 빅뱅 직후에 만들어진 빛과 입자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린 이미 과거를 보고 있다. 나는 이 개념을 차용해 던이 글라이더를 이용해 미래를 보았듯 초기 무동력 비행기를 연구한 이들을 시간 여행자로 가정하고 그들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 권도연

Vol.20201114a | 권도연展 / GWONDOYEON / 權度延 / photography.video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