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시

박해선展 / PARKHAESUN / 朴姟宣 / painting   2020_1109 ▶ 2020_1226 / 일요일 휴관

박해선_Isopink_캔버스에 유채_91×116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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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0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展

후원 / 우민재단 주최 / 우민아트센터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 Project Space Wumin, WUMIN ART CENTER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북로 164 우민타워 B1 Tel. +82.(0)43.222.0357, 223.0357 www.wuminartcenter.org

『2020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 의 일곱 번째 전시는 박해선 작가의 『사라지는 시』입니다. 박해선 작가는 시선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소한 사물들의 미확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지속해왔습니다. 작가는 눈 여겨 보지 않으면 곧 사라질 대상들이 남긴 흔적을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바라보며, 완전함과 불완전함을 가르는 의미보다 존재 그 자체를 탐구합니다. 예민한 시각으로 사물의 흔적을 바라보고 규정되지 못한 대상에 관해 성찰할 것을 제안하는 박해선 작가의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관람 부탁드립니다. ● '프로젝트스페이스 우민'은 우민아트센터의 부대시설인 카페 우민 공간을 활용하여 유망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한 공간 지원을 넘어, 유망한 신진작가들의 다양한 창작 매개를 위한 실험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박서연, 유재희, 임현정, 김유나, 임윤묵, 이미솔, 박해선 총 7명의 작가가 함께 합니다. ■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

박해선_♡1_캔버스에 유채_30×30cm_2020
박해선_♡2_캔버스에 유채_60.6×60.6cm_2020
박해선_걷는 밤_캔버스에 수채_15.8×22.7cm_2020
박해선_사라지는 밤_캔버스에 유채_112.1×162.2cm_2020

어두운 밤길을 헤매었던 적이 있다. 실제로는 대낮의 하얀 빛 아래였지만 나 홀로 목적지가 없는 바닥으로 외롭게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유년 시절의 이야기이다. 나는 운동장 한편에 앉아 저 멀리서 뛰어놀고 있는 동급생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이내 머쓱해져서 모래 위에 끄적끄적 손을 움직이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꾸욱 다물고 신발 위에 묶여진 리본 모양을 들여다본다. '울면 지는 거야, 나는 괜찮아'라고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이제 다 큰 어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이다.

박해선_사라지는 시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0
박해선_사라지는 시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0
박해선_사라지는 시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0
박해선_사라지는 시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우민아트센터_2020

나는 다른 친구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것들을 자주 발견했다. 내색하지 않고 슬며시 무리에 서 빠져나와 시간을 두고 그것들의 모양, 색들을 살펴보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러한 작은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것은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 깨진 달걀 껍질, 모서리가 부서진 플라스틱 폼, 찢어진 조각, 붙들고 있으나 비어있는 끈의 안쪽, 서로 기대어 세워진 두 개의 돌, 흙 위에 흩어진 이파리, 나뭇가지 파편, 바람에 흩날리는 이름 모를 풀, 빛의 흔적' 같은 것들이다. 누군가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거나 곧 사라질 것들, 남겨진 흔적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내내 머릿속에 담아두고 한 번씩 그 잔상을 열어본다. 나는 넓은 바닥 한쪽에 떨어진 희미한 조각이다. 흩어진 이파리이다. 흩날려 사라질 빛의 파편과도 같은 그 어떤 것이다. ■ 박해선

Vol.20201109e | 박해선展 / PARKHAESUN / 朴姟宣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