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당신의 K에 대하여展 인스타그램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박소현_서인혜_이소윤_이인강_임재형
후원 / 서울시립미술관 기획 / 이선화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녹번동 5-29번지) Tel. +82.(0)2.2124.8935 sema.seoul.go.kr
힘을 가진 기억은 권력이 되고, 역사가 되며, 개인과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 된다. 그런즉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늘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모든 기억은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라도 필연적으로 망각에 이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망각에 맞서는 '기억 투쟁'에 뜨겁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면이 어려워진 지금에도 #NthRoomCase, #BlackLivesMatter 등 SNS를 통해 나이, 성별, 국적을 뛰어넘은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의 기억 투쟁은 지배 권력의 힘이 작용하는 공동의 기억에서 잊히고 배제된 기억들을 다시 현재로 끌어올려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 그렇다면 예술의 영역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기억 투쟁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당신의 K에 대하여』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망각에 저항하는 예술적 시도들을 조명하며, 작가들이 저마다의 기억 대상을 위해 실행한 기억 투쟁의 결과물로서의 작품을 다룬다. 더 나아가 관람객에게 공동의 기억이 서술되는 과정에서 맞게 되는 한계와 소통의 필요성을 알리고, 살아가면서 잊지 않아야 할 자신의 기억 대상을 마주하게 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 이선화
제1장. 나의 K를 기억하며 ● 제1장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로 끌어올리기 위한 기억 행위에 집중한다. 작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여태껏 밀려나있던 모퉁이의 기억들을 관람객 앞에 불러들인다. 본 전시에서 작가가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은 모두 익명의 K로 지칭된다. 이는 관람객에게 작품의 맥락과 더불어 각자의 경험, 지식, 관심사를 통해 비어있는 이름을 스스로 채울 빈칸을 제공한다.
이인강은 보는 주체와 보여지는 대상이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를 시점과 기억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일기창」 시리즈는 작가가 울산 장생포 지역의 폐가에서 수집한 일기장과 창틀을 기반으로 한 설치작품이다. 그는 과거 포경업이 이루어지던 장생포 지역의 집단의 기억을 다루려 할 때, 내부인의 관점을 읽어냄에 있어 이방인의 시선이 가진 한계를 발견한다. 이에 작가는 사람이 떠난 빈 집에서 과거의 흔적을 찾고자 하였으며, 지역의 폐가에서 주운 K의 일기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내부인의 시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오브제로 사용되는 낡은 창문은 일기를 쓴 K의 삶의 배경을 상상케 하는 동시에, 보는 주체와 보여지는 대상 사이의 경계를 상징한다.
박소현은 텍스트 기반 작업과 비언어적 행위 작업을 병행하여 기억 대상에 대한 회상과 그에 뒤따르는 상실의 감정을 기록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K의 투병과 임종을 지켜보고, 이후 남겨진 공허함을 치유하기까지의 기록을 담은 작품을 전시한다. 「그그그」는 뜨개질로 만든 원고지 형태의 편물에 K의 투병 과정 중 특정 사건을 선별하여 시간의 순서대로 기록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음과 모음이 부분적으로 빠지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꼬이고, 반듯함과 삐뚤빼뚤함 사이를 널뛰듯 오가는 글자들을 수놓는 방식으로 K의 목소리와 그를 둘러싼 상황을 표현한다.
서인혜는 대형 천 작업과 더불어 재봉틀, 낡은 책 등의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작품 「버무려진 방」을 통해 대상이 처한 상황을 서술한다. 그의 작업에서 붉은 색은 K의 김치, 그리고 숙명과도 같은 K의 노동력을 상징한다. 작가는 김치 담그기와 같은 가사노동이 사회적 가치로서 부합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에 부조리를 느껴왔다. 그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에서 영감을 얻어 K가 노동하는 공간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었음을 이야기하며, 천과 재봉틀을 통해 K의 노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구현해낸다. 낡은 재봉틀과 연결된 붉은 실은 K의 노동이 지닌 분명한 모순이 오래 전 세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짐을 시각화한다. 재봉틀 옆에 비치된 책의 제목은 이러한 K의 일생이 태어날 때마다 되풀이됨을 암시한다.
제2장. 당신의 K에 대하여 ● 제2장에서는 시간이 흐르며 지워지고, 왜곡되고, 무력해지는 무수히 많은 K들 중 시민으로서 기억해야 할 '당신의 K'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가족이나 친구, 눈여겨본 사건의 피해자 혹은 사회적 약자, 어쩌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는 K를 위해 우리는 연대하여 잊혀감에 대항해야 한다. 『당신의 K에 대하여』는 관람객이 망각에 저항하는 다양한 기억 행위를 체험하고, 이미 선택과 편집이 이루어진 공동의 기억 서술에서 벗어나 자신의 K를 위한 기억 투쟁에 동참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이소윤의 「사랑할수록 멀어져간다」는 다양한 기억들이 공존하는 집단 내에서 살아가는 주체가 타인, 세상과 상호작용 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긋남과 오독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품에서 작가의 가족들이 공유하는 특정한 시절에 대한 기억은 저마다 다르게 서술되어 거울 위에 중첩되며 끝내 읽을 수 없는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나'를 보는 유일한 화면이자, 초점을 두는 대상 외의 정보들이 블러 처리되듯 흐려지는 거울의 속성에 착안하여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는 비치는 상을 제대로 볼 수도, 텍스트를 읽을 수도 없는 거울을 통해 '나'를 보려면 놓치게 되는 '너의 이야기'를 비유하고, 이는 우리가 겪는 일상의 흔한 불통의 장면들을 암시한다.
임재형은 이미 사라졌고, 곧 사라질 것들의 주변을 더듬는 작업을 통해 상실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역광을 받고 있는 폭설 속 인물을 모티프로 한 「눈 속」은 시간을 거쳐 희미해질 상실의 대상과 세상 가득하다가도 곧 간데없이 사라질 눈송이의 이미지를 결합한 작품이다. 화면 전체에 흩뿌려진 조각 같은 패턴은 인물이 흩날리는 눈송이들 너머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도, 인물 자체가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는 듯이 보이게도 한다. ■ 당신의 K에 대하여
□ 작가와의 대화 11월7일 2시/4시 전시계정(@about_your_k) 인스타 라이브
Vol.20201105j | 당신의 K에 대하여-About Your K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