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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8:00pm / 금~일요일_11:0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대구신세계갤러리 DAEGU SHINSEGAE GALLERY 대구시 동구 동부로 149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대구신세계백화점 8층 Tel. +82.(0)53.661.1508 www.shinsegae.com
누구에게나 삶의 이야기들은 내면에 차곡차곡 쌓이기도 하고, 또 잊혀지기도 한다. 추억이라는 빛바랜 보따리 속에 존재하는 것과 부재하는 것들 사이를 부유하는 기억의 갈피들은 세월의 더께를 켜켜이 지고 있다. 그 세월의 흔적 속에는 결코 잊지 못하는, 때론 잊혀져가는, 그리고 잊혀진 유년 시절의 동심이 가득하다.
작가 오세열은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작가이다. 해방의 기쁨이 함께하는 해에 태어난 해방둥이로 역사의 질곡과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해방, 건국, 전쟁 등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겪었다. 하지만 세월의 수레바퀴 속에서 일흔 중반에 아련히 잊혀져가는 기억 저편의 편린 들을 모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캔버스 매개체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초월하며 더 나아가 서양의 기법과 한국적 기법의 단순한 차이를 넘어선다. 검은 칠판에 하얀 백묵으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와 사물화한 이미지를 그린다. 1 2 3 4 5 6 7 8 9 10 등의 숫자를 비롯해 몽당연필, 숟가락, 밥그릇, 단추, 넥타이, 들꽃, 새 등이 가득하다. 마치 어린 시절 초등학교 칠판과 낙서로 가득한 벽을 캔버스에 옮겨온 듯하다. 거기에는 일련의 조각난 현실들이 공존해 있을 따름이다. 어린 아이가 그린 듯 기교 없는 낙서는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유년 시절의 순진무구하고 순수한 동심에 대한 기억의 흔적이다.
오세열 회화는 시각화된 기억의 흔적들이자 그들이 새롭게 만들어내는 상상적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작품 속 인물은 두상을 강조한 전신상으로 이집트 피라미드 미술에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눈에 보이는 모습대로 그리지 않고 그 대상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모습으로 형상을 왜곡, 해체, 재구성해 그 내용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표피적인 감각을 초월해 근원적인 무언가를 찾으려는 독특한 감성으로, 본질적이고 변하지 않는 모습을 채색 화된 도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앵포르멜 같은 전쟁의 미학은 아니지만 못 끝으로 긁어서 상처를 낸 화면은 우리 속에 생채기 난 무언가를 되살려낸다. 그 작업을 반복한 흔적이 가득한 화면 바탕은 끊임없이 생성되는 우주 속 기운과 풍부한 암시로 뒤덮여 있다. 이처럼 기억은 세월의 켜가 만드는 일정한 층위이다. 또 저 깊은 바닥에서 길어 올리는 샘물처럼 언제나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신선하게 만들어 준다.
오세열 이름 속에는 그가 현재 추구하는 기호학적 추상 미술세계가 고스란히 내포되어 있다. 그에게 숫자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어릴 적 몽당연필로 '1 2 3 4 5...'하며 숫자를 가장 먼저 배웠고, 삶 속에서도 늘 숫자와 함께 했다. 어찌 보면 숫자는 우리 모두에게 숙명일 수 있다. 숫자는 사람과 친해질 수밖에 없는 만국의 언어이다. 수많은 시간과 공간, 허상과 실상을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이자 절대적인 욕망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작가 정신은 그의 작품 속에 생생히 살아 숨 쉰다. 어린 시절 동심이 그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한 작품 속 뜨거운 에너지는 결코 식을 수 없다. 이것이 기억의 층위를 뛰어넘는 아직 끝나지 않은, 어쩌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오세열 화폭이 보여주는 기운이자 여운이다. ■ 김수현
Vol.20201030h | 오세열展 / OHSEYEOL / 吳世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