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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강 인스타그램_www.instagram.com/arsta_studio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본관 Tel. +82.(0)2.737.4678 www.gallerydos.com
천진난만하고 경이롭게 ● 사람이 빚어내는 모든 행위와 사물은 그 창조자 역시 필멸성을 지닌 생명체이기 때문에 수명이라는 성질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고난 이후의 평안을 꿈꾸며 어린 존재를 위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아름답게 꾸미고 구성원들은 이를 지속시키려 노력한다. 예술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수명 중 일부를 섬세한 도구와 만질 수 없는 상상에 바쳐 쓸모없는 물건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나타난 무겁고도 가벼운 행위는 전시라는 한정된 시간의 반복과 이를 찾아오는 관객의 시간과 더불어 세상과 사물에 죽음이 아닌 생명을 불어 넣는다. ● 시간이라는 이야기가 담긴 작품은 그 형상을 막론하고 무게를 지니기 마련이다. 비판적 시각이 담긴 암울한 세태나 역사적 사건을 다룰 경우도 물론이고 돌이킨 추억이나 속세와 다른 모양의 해방감을 지닌 작품 역시 어른의 눈에 바라보는 인과와 이면이 함께 보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동물의 형상으로 빚어진 김은강의 작품들은 아이가 즐거이 바라보는 듯 천진난만하고 무신경한 쾌감까지는 아니어도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미소 지을 수 있을 정도로 환기시켜주며 긴장감보다는 편안한 감상을 유도한다. 작품은 물질을 쌓아올리는 원초적인 방법으로 제작되었다. 길고 얇은 한 줄의 흙은 중력을 거슬러 작가의 관념을 휘어 감으며 생명을 얻는다. 흙의 경계가 만나는 접합부를 매끄럽게 채우거나 제작 과정에서 반드시 가해지는 압력을 작위적으로 가리지 않았기에 채색 이후에도 드러나는 누추한 손맛이 느껴진다.
제작자의 손을 채운 뼈와 근육이 떨리면서 만들어낸 단순한 형상에는 작가가 처음 흙을 주물렀을 당시의 감촉과 오늘까지의 기억이 담겨 있다. 작가의 흙 안에는 물과 불이라는 지구가 최초로 지닌 두 가지 힘이자 생명의 시작과 파괴라는 양면성을 무탈하게 버텨낸 시행착오의 시간이 담겨있다. 그로 인해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기성품이 지닌 매끄럽고 광택이 흐르는 마감과 정 반대의 성질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김은강의 동물 조각은 장인의 기품을 다리에 심은 채 빛나며 서있다. 마치 붕대에 감겨진 동물 미라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인해 작품은 사람이 동물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경외감과 즐거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유약 처리된 표면에 붙어있는 미세한 기포의 흔적이 차분한 색과 만나 작품의 피부를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보이게 한다. ● 먼 과거의 사람들에게 상상으로 그려졌을 미래의 존재인 우리들은 복잡한 뼈대로 하늘을 찌르는 탑을 오르내리며 철과 플라스틱으로 다듬어진 첨단의 시대에 살과 근육을 맡기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의 만질 수 없는 마음을 채우는 것은 최초로 등장한 순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은 예술이다. 손바닥에서 부드럽게 문지르면 빠르게 등장하는 시간의 기술이 관객의 발걸음을 전시장으로 이끌었고 작가는 지구의 품에서 비롯된 흙을 오래된 방법으로 다듬어 보여준다. 이렇게 각자가 다르게 쥐고 태어난 시간은 예술과 감상을 통해 연결되고 주인이 떠난다 해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있게 된다. ■ 김치현
시간에 대한 강박 ● 현대인은 시간에 대한 강박속에 살아간다. 정해진 시간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또한 한해한해 지날수록 우리 몸은 노화되고 죽음으로 치 닿는 것만 같다. 지나간 시간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릴 듯 허망하게 느껴 지기도 한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시간이 가시화되면 조금이라도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시계를 본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추적하는 것 ● 시각예술 (Visual Art)을 하는 나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가시화하는 작업은 가장 도전하고 싶은 과제였다. 우리의 삶에서 시간이 가시화되는 순간이 있을까? ● 나는 오래되어 손때 묻은 물건이 좋다. 물건에 길이 들어 있기도 하고 정이 들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시간이 사라지지 않고 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것에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예술가로서 내가 남긴 작품도 결국은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 되어 줄 것이다. 시간의 흔적을 남기고 이것을 다시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시간을 가시화하고 시간에 대한 강박에서 탈출구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미지로 드러나는 이야기 ● 2020년 Trace 두번째 전시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이야기이다. 전시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의 잔상들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펼쳐 놓기로 하였다. ● 자연을 배경으로 꿈을 꾸는 듯한 사슴과 새들의 지저귐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Trace2001_꿈사슴, Trace2005_새들의 지저귐1, Trace2006_새들의 지저귐2) ● 비슷비슷하게 생긴 말들이 연속적으로 늘어선 것은 그저 그런 하루하루를 가르는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다. 우리들의 고요한 일상은 사실 가느다란 실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것 같은 긴장감속에 유지되고 있으며 언제 끊어져 버릴지 모르는 것이다. (Trace2004_미묘한 차이) ● 동물의 주둥이가 뚫려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고싶은 말을 해 보라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지못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숨 구멍을 만들어 주고 싶다. (Trace2002_목소리) ● 이야기는 이렇게 이미지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것은 이야기의 한 조각에 불과 하며 여러가지 궁금증을 유발할 뿐이다. 나는 관람객이 자신의 상상으로 빈부분을 채워 넣어 주길 기대한다. 새로운 시간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견고하게 가시화된다.
왜 동물인가? ● 마치 시간속을 여행하는 것 같은 이 경험은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동물을 등장시키는 이유이다. 처음엔 사슴을 만들었다. 여행중 마주친 기억이었다. 그리고 뿔을 네 개나 가진 양, 염소와 말 등...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대상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무슨 동물을 만들건 보는 사람은 본인의 기억에 비추어 보려고 한다. "이건 버팔로 같은데? 라마 같은데?" 하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유추한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 사람들의 표정은 온화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이 좋다. 마치 내 작품이 그들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동물의 형상은 창작하는 내게도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즐거움을 주지만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순수하고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제작과정에서 남겨진 흔적 ● 초조하고 빠르게 지나는 시간에 맞서 작업방식은 하루 하루 느리게 진행된다. 부드러운 흙으로 단단한 구조를 만들기위해서는 한줄 한줄 시간을 두고 쌓아 올려야 한다. 나는 이렇게 시간을 두고 말아 올린 자국을 굳이 없애지 않는다. 또한 흙을 다루는 과정에서 남겨진 손자국이나 색을 바르고 닦아낸 흔적도 그대로 남긴다. 그 때문 인지 내 작품을 보면 오래된 유물을 발굴해 놓은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젖은 흙을 적당히 말려가며 더 크게 더 높이 쌓아 올리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러나 이렇게 견고하게 쌓아 올린 네 다리로 우직하게 서 있는 형상들을 풀어내면 다시 한줄 한줄 나약한 시간이 된다.
산책 ● 이야기의 결말은 산책이다. 시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모두가 느릿느릿 산책하는 시간,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Trace2009_산책_코끼리, Trace2010_산책_나비) ■ 김은강
Vol.20200916h | 김은강展 / KIMEUNKANG / 金垠岡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