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경인미술관 아틀리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11-4 Tel. +82.(0)2.733.4448 www.kyunginart.co.kr
일상에서 깜짝 찾아오는 감동과 느낌들이 흐트러지기 전에 ● 제주의 바람, 소소한 별, 진한 연두 빛 바다, 검푸른 흙, 구부렁구부렁 밭, 구멍 숭숭 돌담, 한적함, 풀냄새, 낮은 건물들 그리고 올레길. 그냥 무작정 걸었을 뿐인데 참 좋았다. 바닷길, 숲길, 동네 골목골목을 마냥 걷고 싶다. ● 나의 작업은 일상에서 깜짝 찾아오는 감동과 느낌들이 흐트러지기 전에 냉큼 기록해나가는 과정이다. 평범한 하루하루, 때맞추어 맞이하는 계절들과 조화를 이루며 담아내고 싶다. ● Jeju series는 우연히 알게 된 올레길을 걸으며 느꼈던 충만함에서 시작되었다. 제주의 풍경이 모티브가 되지만 그때그때 마음에 가득했던 느낌(몸의 감각이나 마음으로 깨달아 아는 기운이나 감정)의 흔적들의 뭉치로 표현된다.
길을 온전히 다섯 시간 넘게 걷는 다는 것,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여정, 돌길을 걸을 땐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고, 파란 리본을 잊어 헤매기도 한 길, 너무나 예쁜 바다 빛깔에 한 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길,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걷다보면 작은 동네가 나오고 골목골목을 걷다보면 언덕이 나오고 다시 바다가 보이는 재미난 길, 그 모든 과정에서 설명하기는 어려운 그러나 확실한 충만함이 내게 천천히 스며들었다.
흐리고 비오는 날 올레17코스를 걸었다. 비는 시원하고 바람은 옷깃을 날리고 하늘은 흐리고 빗소리는 조용하고 젖은 신발은 내 발을 감싸고 바람에 날리는 우산을 접고 오랜만에 비를 맞아보았다. 계속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숙소로 가야할 시간은 어김없이 코앞에 와 있다.
삶이란 마음에 귀 기울이며, 하나씩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 하고 싶은 것 갈증 해소해 나가기, 마음 가는 대로. 그리기와 걷는 즐거움을 알게 되어 무한히 감사하다. 나는 언제까지나 줄곧, 부족함 없이 실컷, 보통의 정도를 넘어 몹시 제주가 좋다. ■ 오은희
Vol.20200916a | 오은희展 / OHEUNHEE / 吳恩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