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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스페이스몸미술관 SPACEMOM MUSEUM OF ART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서부로1205번길 183 2,3전시장 Tel. +82.(0)43.236.6622 www.spacemom.org
채우승 작가는 조각과 회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왕성한 활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사물과 공간, 이쪽과 저쪽, 존재와 부재,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 등의 사이와 그 경계를 지속해서 탐구해 왔다. 이번 스페이스 몸 전시에서도 회화 작품을 통해 작가가 오랫동안 사유해 왔던 안과 밖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로 신작, 창문 시리즈를 선보이게 되었다. 작가는 전시 준비 기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외부의 침입을 방비하는 창문의 방범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번 창문 시리즈는 그의 주제 의식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전시의 주요 소재인 방범창의 기능은 창문에 덧대어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창문은 사람의 위치에 따라서 안과 밖이 교차하는 곳이다. 우리는 이 교차점, 경계의 지점에 방어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조각이나 투각으로 장식을 하곤 한다. 이것은 우리 문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 장식물들에는 복을 기원하고 불운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집단의 욕망을 반영한 상징적인 이미지의 무늬가 사용된다. 즉, 방범창에 장식으로 사용되는 이미지들은 식물이나 동물 등 자연에서 그 형태가 온 것이지만, 인간의 욕망이 투사되어 일정한 상징과 기호를 가진 무늬로 고착되었다. 그리고 이 무늬는 방범창을 제작할 때 기하학적인 건축 요소가 되어 관습처럼 일상생활에 활용된다. ● 그가 이번 전시 작품 속에서 표현한 창문이나 베란다 난간, 격자문 장식은 우리의 근대 풍경의 단면이라 더욱 관심과 시선을 끈다. 외부에서 급조되었지만 우리에게 이미 체화된 근대 건축 문화를 엿보며 작가의 관심사인 '문화적 혼성과 성속 일체'도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된 작품을 보면, 화면 속 규칙적이고 장식적인 패턴 무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품마다 각각 다른 색상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범창에서 채집된 형태를 재구성한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 나열된 방범창 무늬의 패턴은 우리가 익숙하게 봤던 온전하고 매끈한 형태로 보였다가, 곧 방범창의 구조를 교묘하게 왜곡했고, 창틀의 입체감을 표현한 그림자가 어색하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빛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그림자나 형태의 의도적인 변형은 방범창의 충실한 재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평면성을 강조하게 되고, 결국 바탕 면과 그것의 구분이 모호하게 된다. ● 이것은 작가의 다른 작업 시리즈 중 천 조각이 드리워져 만들어내는 비정형적인 형태의 부조 작품을 상기시킨다. 이것 역시 공간이나 그 구조 속에서 작품이 오롯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간과 사물의 관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작품을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염색한 한지를 오려서 여러 조각으로 만들고 층층이 겹으로 붙여 방범창의 패턴을 만들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섬세하고 유희적으로 보이는 이 작업 과정은 반복적이고 수행 적이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종이를 오려 붙여 쌓아가는 이 과정을 동양화의 붓으로 획을 긋는 과정에 비유한다. 그가 재료로 선택한 한지는 이러한 표현 방식에 적합하지만, 더욱더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연상시키는 종교적인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흰색 한지를 그대로 사용한 작품에서 겹쳐진 층의 이 미묘한 의도가 더욱 강조된다.
채우승은 '굿판'에서 벌어지는 어떤 의식을 통해 일상적 장소를 신성한 공간으로 전환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이 전환의 의식을 위해 사용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가 '한지'라는 것이다. 작가는 굿판에서 (한지로 만든 사물들의 사용을 통해) 과거와 미래가 현재의 '순간'에 동시에 소환되고 신성함과 일상성이 서로 한 시공간에 펼쳐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작가도 이 종이 작업의 반복을 통해 이 변환의 장소와 순간을 발생시키고자 부단한 의식을 수행 중인 것이다. 즉, 얇은 종이를 사용하여 방범창이라는 입체적인 건축 요소를 평면적으로 구성하며, 동시에 조각적인 과정을 개입시킨다. 종이를 중첩하는 과정은 유희를 넘어 조각과 회화를 경계를 의도적으로 넘나들며 화면 속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전시장에서 그 '순간'의 가능성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다. ● 작가는 작품에서 의도했던 이 변환의 긴장감을 전시장의 작품 설치를 통해 더욱 고조시킨다. 일부 그림을 벽에 붙여서 걸지 않고 앞으로 높게 튀어나오도록 설치를 했다. 방범창을 그린 평면 회화를 마치 실제 방범창인 양 설치하여 뒷면의 공간과 경계의 지점을 생성한다. 그러나 이것이 안과 밖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범창 이미지 뒤에 마치 무언가 있다는 암시를 하거나, 우리가 있는 전시장 공간과 의식하지 못하는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안내하는 것이다. 또한 전시장 공간의 실제 창문의 간격과 위치 등을 고려하여 작품과 적합하게 배치한 것뿐만 아니라, 실제 창문 너머의 바깥 풍경을 이용하여 전시장을 확장했다. 전시장의 외부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작품과 공간의 조응을 구성하고 그가 주목하는 전환의 공간을 증폭하고 있다.
채우승 작가는 방범창이라는 건축 양식의 재현으로 평면과 입체의 차원을 넘나드는 감각적 체험을 확보하며, 일상성과 그 너머의 세계가 연결되는 순간의 가능성을 은유한다. 그는 우리에게 두 상이한 세계의 경계를 각성하고 창문으로 외부와 내부를 바라보듯 다른 세계를 상상해 볼 것을 제안한다. ■ 임종은
Vol.20200913h | 채우승展 / CHEWOSEUNG / 祭雨昇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