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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연 블로그_blog.naver.com/soyeun94 페이스북_www.facebook.com/soyeon.yoon.965 인스타그램_@soyeun79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화,수요일_03:00pm~08:00pm(06:00pm~08:00pm예약) 목~토요일_01:00pm~06:00pm / 일요일_01:00pm~05:00pm / 월,공휴일 휴관
도로시살롱 圖路時 dorossy salon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1(팔판동 61-1번지) 3층 Tel. +82.(0)2.720.7230 blog.naver.com/dorossy_art www.instagram.com/dorossysalon
윤소연 YOON So Yeon 은 일상을 그리는 작가이다. 그가 그림의 소재로 삼는 것들은 마시다 둔 커피 잔,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가지와 신발, 낡은 소파와 의자, 그리고 어젯밤 먹다 만 치킨상자처럼 우리가 매일매일 보는 것들, 사용하는 것들, 너무나도 흔하고 평범해서 그냥 지나치는 것들과 그 풍경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런 우리의 일상을, 그의 일상을 너무나도 흔하디 흔한 택배상자 안에 넣어 그려 쌓아 올린다. 또는 역시 흔하디 흔한 종이쇼핑백 안에 담아 그린다. 또 때로는 그런 일상을, 일상의 풍경을 택배상자나 종이쇼핑백 안에 담아 이를 선물처럼 리본을 묶어 포장하기도 한다. 그 안에는 때때로 그가 일상에서 아직 겪지 않았지만 앞으로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가지고 싶은 것들이 선물처럼 담겨있다. 그렇게 그의 택배상자 속에는, 종이쇼핑백 속에는 흔하고 익숙하지만 특별한 일상들로 가득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일상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그렸었다. 윤소연에게 그런 택배상자와 종이쇼핑백은 그가 원하는 공간이자 또 그가 머무는 공간, 그리고 그가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인 집 House - Home 이기도 했었다.
이렇게 평범한 보통의 시간 Ordinary Times 을 그렸던 작가는 2020 년을 맞이하면서 더더욱 이런 일상과, 보통의 시간과 가까와졌다. 올해 2020년은 코로나 19 라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고약한 바이러스의 침공으로 인류의 역사가 바뀌어가고 있는 해이다. 함께 소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즐기던 우리에게, 이제 더이상 더불어, 함께 모이는 일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 되어버렸다. 입을 열 때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비말이 이 고약한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범이라니, 이제 우리는 서로 맨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해도 안되고, 밥을 먹어도 안되며, 노래를 함께 불러도 안되는 생각지도 못한 세상에 살게 되었다. 최대한 분리된 공간 안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며 지내야 안전한 세상이 되어버린 오늘.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 얼굴로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은 그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어쩌면 무례한 일이 되어버린 오늘. 코로나 19 는 우리의 삶을,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서로간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제 직장으로의 출근보다는 재택근무가 권장되고, 아이들은 학교가 아닌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외식이나 모임 등 대외 활동은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제가 요청되는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 집은 이제 더 이상 퇴근 후, 하교 후 여유를 즐기는 안락한 휴식의 공간일 뿐 아니라, 동시에 일을 하는 근무지이자 공부를 하는 교실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집에서 이제 집에서 먹고, 마시고, 자는 것 뿐 아니라, 일하고 또 수업을 받는다.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을 땐 그를 직접 만나기 보다는 이제 집에서, 혼자만의 공간에서 핸드폰을 켜고,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으로 소통한다. 집 안과 밖에서 이루어지던 일상은 이제 대부분 집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제 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타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하여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세상이 되어버렸고, 그것이 미덕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예술은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일상을 택배상자와 종이쇼핑백이라는 공간에 담아 집을 그리던 윤소연은, '집콕' 'Stay at Home'이 미덕인 코로나 시대를 만나 자연스럽게 그 어느 때 보다도 집 안에서 일상을 만끽하며 보냈다. 집 밖을 나가면 남을 위협할지도, 내 가족을 위협하게 될지도 모르는 시대를 만나 윤소연은 그 누구보다도 모범적으로 집콕하며 지냈고, Stay at Home 하며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 온 일상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고, 다시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생각하고 다시 본 것들을 택배상자에 담아, 종이쇼핑백에 담아 그려냈다. 이전 윤소연의 작업은, 그가 원하는 공간, 좋아하는 공간을 택배상자에, 종이쇼핑백에 담아서 자기만의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가 공간은 그가 거주하는 집일 수도 있었고, 또 그가 자주 가는 카페일 수도 있었으며, 그가 꿈꾸는 작업실이기도 했고, 그가 좋아하는 전시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 그가 담아낸 공간은, 일상은, 대부분 그의 집 안이다. 그가 매일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 코로나 이후 직장을 그만두어 집에 계시는 어머니와 하루 종일 함께 보내야 하는 거실과 부엌이 여기 저기에 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어머니가 정성껏 가꾸는 작고도 큰 베란다 화분 정원이 작가의 눈에 들어왔다. 이 모든 것들이 매일매일 새로 생기는 택배상자 - 어마무시하게 쌓인 택배상자를 보고 다들 짐작했겠지만, 작가는 인터넷쇼핑과 홈쇼핑을 즐긴다. 외출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대에 택배상자가 얼마나 더 늘어났을지에 대해서는 굳이 덧붙이지 말자 - 와 함께 작가를 자극한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달라진 것이 또 있다. 예전에 작가는 자신이 꾸민 택배상자 안 공간을 밖에서 바라보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 공간 안에서 직접 그 안을 둘러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작가는 점점 더 공간 안에 있는 대상을, 사물들을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24시간 내내 함께 있었던 어머니의 일상 또한 그가 가까이서 들여다 보게 된 것 중 하나였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엄마'를 '타자'로서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렇게 그(우리 엄마가 아니라 70 대 중반의 여성으로서의 엄마)의 행동의 특징을 잡아내고, 그 결과물들을 바라보고, 이를 그림으로 담았다. 자라지 않는 식물 (A Plant Which Never Grows Up, 2019-2020)시리즈와 살찌는 정원(Garden Getting Fat , 2020)이다. 그의 어머니는 식물의 키가 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키우는 식물이 자라는대로 거침없이 위를 잘라주어서 일정한 키를 유지한다. 성장점이 잘린 식물은 자연스럽게 옆으로 크고, 그렇게 정원은 '살이 찐다'. 그의 어머니에 따르면, 키가 크지 않는 식물은 늙지 않고 언제나 젊다. 그러나, 키는 늘 같을 지라도, 어제의 식물과, 지난 주의 지난 달의 식물과, 그리고 작년의 식물은 분명히 다르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들녘도,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은 다르다. 그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분명히 다르고 또 같은 풍경이다. 오래전부터 그의 집 거실에 자리하고 있는 낡은 쇼파는,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점점 변해간다. 좋아해서 매일매일 신고 신어 낡아버린 운동화도,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점점 닳아 조만간 신을 수 없을 지경이 될 것 같다.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뽐내는 화병 속의 꽃들은, 며칠 뒤면 시들어 지금의 저 아름다움을 잃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같은 듯 변해가고 변한 듯 같은 이 순간순간들을, 일상을, 보통의 시간을 작가는 그대로 담아 두고 싶었고, 그래서 그림으로 그렸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 안에 자신에게 소중하고 또 익숙한 사물들을 배치하여 자신의 일상을, 일상의 공간을 꾸며냈던 작가는 이제 전과 같은 듯 같지 않은, 달라져 버린 일상에 주목하며 바뀌어 버린 것들을, 익숙해지면 사라져 버리는 것(What Disappears When We Get Used To, 2020)을 포착하여 캔버스 안에 담아 그려 잡아둔다. 어제까지는 익숙한 보통의 시간(Ordinary Times, 2020)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보통의 시간이 어쩌면 다시는 안올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과 아쉬움이 마음을 후빈다.
그래도 우리 곁에는 아직 창밖으로 보이는 맑고 푸르른 하늘이 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푸르른 바다가 있으며, 어제와 다르지만 그래도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을, 푸르른 나무로 울창한 숲이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커피가 있다. 아직 잠이 덜 깬 아침, 하루를 깨워주는 향기로운 모닝커피가, 나른한 오후 쉬는 시간(A Break Time, 2004)에 카페인과 당을 동시에 충전해 줄, 종이컵에 물을 반만 담아 진하게 탄 달달한 믹스커피가, 하루의 피곤함을 달래 줄 훈훈한 바리스타 청년이 정성껏 거품을 내고 하트도 그려 준 같은 따뜻한 라떼가, 그리고 왠지 하루에 한 잔은 꼭 마셔주어야 할 것 같은,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을 때면 모두가 입을 모으는 까맣고 진한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있다. 그렇게, 우리의 보통의 시간에는, 언제나, 아무튼 커피 (Coffee, Anyway 2020)가 있다.
윤소연의 작업을 보고 나면 마치 그의 일상을 훔쳐 본 느낌이다. 또 한편으로는 마치 나의 일상을 들킨 느낌이다. 그러나 늘 나를 둘러싸고 있던 편안하고 익숙한 일상, 특별할 것 없었던 이런 보통의 시간들은 이제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시간들이 되어버렸다. 언제쯤 우리는 예전처럼 편히 카페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커피자판기 주변에 두런두런 모여 종이컵을 구겨가며 상사를 흉보고,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히 쇼핑을 다닐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평범한 일상으로 느껴지는 이 보통의 ordinary 한 시간들이 어쩌면 곧 평범하지 않은, extraordinary 한 시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쉽고 씁쓸해진다. 그래서 이번에 보여지는 윤소연 YOON So Yeon 의 보통의 시간 Ordinary Times 은 더 특별하다.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특별하기를 바라는 것이지, 이제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특별하기를 바랬던 것은 아니었는데. 2020 년은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시대를 나누는 그런 평범하지 않은 시간이 되어버렸다. ● 윤소연 개인전 보통의 시간 Ordinary Times 을 통해, 당연하게 누려온, 어쩌면 앞으로는 가지기 힘들지도 모르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되돌아 보며 우리의 보통의 시간이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보통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ordinary 하지만 extraordinary 한 그런 나날이기를 바라본다. ● 덧. 작가는 나아가 그 보통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는 일상의 사물들에게도 눈길을 하나하나 주기 시작한다. 윤소연은 이제 보통의 시간 여기저기에 등장하는 사물들에게 각각의 독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이 보통의 사물들에게 특별한 초상을 그려준다. 보통의 시간과 보통의 사물, 그리고 사물의 초상화 Portrait of an Object.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 임은신
Vol.20200913b | 윤소연展 / YOONSOYEON / 尹素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