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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기획 / 이주연 후원 / 무중력지대 서대문 youthzone.kr_무악파출소
관람시간 / 상시 관람가능
온라인 전시 bit.ly/3hQBpdI tagup.kr/course/23
보들레르의 방에 대하여 ●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1821-1867)는 모더니티 개념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현대적 삶의 화가 The Painter of Modern Life」(1863)에서 그는 현대적 삶을 살아가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며 대도시를 빠르게 포착하여 그려낼 수 있는 예술가의 기억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서 상상력은 인간의 모든 정신 능력 중에서 으뜸인 것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작용을(Cliché) 깨부수고 벗어나고자 하는 정신 활동이다. 이때의 예술가는 클리셰로부터 빠져나와 본인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보고 표현해야 한다.
'현대적 삶의 화가'는 세계 속에 있는 예술가로서 '세계인'이자 대도시 뒷골목을 산책하여 삶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보들레르는 이들이 세계 속을 살펴보고 포착하는 방법에 대해 '회복기 환자'와 같은 태도를 가지라고 요청한다. 그에 의하면 회복기란 어린 시절로의 회귀와 같다.* 세계 내 존재하는 예술가는 군중 속에서 한 몸이 되어 세계를 관찰하되, 자신이 예술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현대적 삶의 화가'는 주체이면서 주체가 아니어야 하는 주체인 역설적 존재이며, 자신이 아닌 것을 끊임없이 열망하는 자신이다.
이제 예술가는 세계 속의 시간과 작업실에서 작품을 만드는 각기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시간성 속에서 현실을 반영함과 동시에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본 전시는 이러한 이중성, 즉 역설적 상황을 두 작가의 예술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팬데믹의 중심에서 우리도 그들만큼 모순되는 시간 안에서 살고 있진 않은가? 보들레르가 경험한 것과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적 삶은 얼마나 닮아있고 또 그렇지 않은가? 온라인 전시와 전시장의 시공간 그 어딘가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본다.
여기에 대도시라는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유하여 각자의 지형도를 만들고 있는 예술가와 그들의 방이 있다. 이들은 현대적 삶의 기저에 놓여있는 진실, 즉 일상적인 것들의 이면을 발견하여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기 위해 대도시를 끊임없이 어슬렁거려야 한다. 대도시의 관찰을 통해 자아와 타자 사이의 순간적인 동일성을 깨닫게 된 예술가는 작업실에 돌아와 그 기억을 다양한 방식으로 되살린다. ● 본 전시는 산책자로서 예술가의 작품 제작 과정과 완성, 연출된 공간 모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산책자의 방(La chambre du Flâneur)』에서 제시하는 두 작가의 지형도를 탐색하고,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흔적을 살펴보면서 각자의 지형도를 상상한다.
산보하는 사람 Flâneur ● 장예지는 새로운 시각으로 대도시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작가는 「Patching」에서 장소를 기억하기 위한 자신의 지형도를 화면에 담아낸다. 공간의 상실과 생성이 반복되는 대도시의 양가적인 모습에 주목한 최은지는 그것을 사유하는 방법으로서 산책자(Flâneur)의 태도를 견지한다. 공간의 개별성이 지워진 단순하고 추상화된 회화 작품인 작가의 「유연한 자리_07」, 「유연한 자리_10」연작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다가온다. 이들은 무엇을 기억하려고 하는 것인가?
상상하기 ● 작가들은 대도시를 산책하면서 일상의 순간을 파편적으로 수집한다. 그리고 작업실에 돌아와 그때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때 '기억을 되살려서 만든' 작품은 관습적인 의미를 담는 도구가 아닌 이미지 그 자체이다. 장예지는 자연채광이 강조되는 전시장의 특성을 살려 창가 앞에 구조물 「Window spectrum_installation」을 설치했다. 투명하게 겹쳐있던 공간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그것을 유리에 다시 투사한다. 최은지의 입체드로잉 연작인 「Re-Arcade Drawing_01-03」은 시공간이 뒤섞인 도시를 경험한 작가의 정보를 나타낸다. 작가는 추상적인 사물을 배치하여 빛의 투과와 반사, 색면의 겹침을 통해 낯선 감정을 극대화한다.
발견하기 ● 작가들이 대도시를 관찰하며 파편적으로 수집한 자료들은 작업실에서 어떻게 가공되어 작품으로 제작되는가? 두 작가의 방에는 저장된 데이터가 물질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장예지는 디지털 드로잉으로 기록한 것을 작업의 요소로 삼는다. 아카이빙 작품인 「Window spectrum_wall」은 디지털 드로잉을 정방형 크기로 인쇄하여 물질화시킨 것이다. 최은지는 디지털드로잉 형식의 에스키스를 가공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평행하는 모양 드로잉」은 여러 대도시의 이미지를 조각내고 새롭게 배열하여 변형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다양한 의미와 층으로 겹겹이 쌓인 두 작가의 장소는 어떤 시공간에 있는가? ■ 이주연
* 참고문헌 샤를 보들레르, 「현대 생활의 화가」, 『화장예찬』, 도윤정 엮음 (평사리, 2014), pp.28-31. 보들레르는 정신적으로 늘 회복기 환자의 상태에 있는 예술가를 상상해볼 것을 권한다. 이때의 회복기 환자로서 예술가는 과거로 가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의 인상이 현재 앓고 있는 자신의 고통과 닮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린아이는 현실을 개념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기억한다. 이때의 어린아이는 이미지에 사로잡혀 이성 작용이 중단된 상태로 도취되어 있다. 이는 신경이 자극된 뇌의 경련과도 비슷한데, 신체는 이러한 신경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 충혈을 일으키며 보들레르에 의하면 이때의 충혈 상태는 '영감'을 받은 상태이다. 아이들은 신경이 약해 이성보다 감수성이 존재 전체를 차지하는데 그치지만, 이성이 엄청난 자리를 차지하는 예술가의 재능은 의식적으로 '되찾아진 어린아이'에 비유할 수 있다. 되찾은 감수성으로 세계를 재빠르게 포착할 수 있어야 하고 도취 상태에서 대도시를 포착하여 그림을 빠르게 그려내야 한다.
Vol.20200905g | 산책자의 방-장예지_최은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