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20 가창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展
주최,주관 / 대구문화재단_가창창작스튜디오 후원 / 대구광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무관중 전시로 운영합니다. 가창창작스튜디오 홈페이지에서 VR 전시관람 가능 ▶ VR 전시관람 하러가기
가창창작스튜디오_스페이스 가창 Gachang Art Studio_SPACE GACHANG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로57길 46(삼산리 795번지) Tel. +82.(0)53.430.1236~8 www.gcartstudio.or.kr
할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새로 만들었다는 가족 납골당에 갔다. 산 속에 계단식으로 비치된 그 곳에는 죽은 사람의 묘자리 뿐만 아니라, 산 사람들의 묘자리와 이름이 쓰인 비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촌들과 부인들의 자리까지도 존재하고 있었는데 내 자리는 없었다. 나는 딸이기 때문이다. ● 이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유교 문화로 보수적인 집안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이겠지만, 실제로 본 기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공허했다. 결혼을 했기에 출가외인으로 신랑 쪽에 뭍히겠지만, 신랑 쪽은 대여해서 사용하는 납골당을 사용하고 있었기에 후대도 없거니와 그에 따른 부담을 주기도 싫었다. 살아 있으면서 누울 자리를 고민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 묘한 감정에서 새로운 작업은 출발하게 되었다. ● 나의 무덤을 상상하면서 먼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생각 해 보고 그것을 10호 캔버스에 시리즈로 그리기 시작했다. 마치 피천득님의 「나의 아름다운 생활」 수필처럼 아주 소박하면서도 기쁨을 주는 것들을 생각 해 그려내었다. 그 속에는 산 속에서 나를 따라온 고양이와 이른 봄을 알리며 피어나는 동백꽃, 어릴 적 텃마루에 누워 있으면 들리던 불경소리, 나의 가족 , 기억에 남는 풍경, 의지하는 것들이 담았다. 그리고 이것들을 새로 정리 해 " 무덤 "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개인전에서는 그 소품 중에 하나 인 「가족」이 비치 되어 있고 동시에 반대쪽 공간에서 진행하는 단체전에 「나의 아름다운 생활」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다.
무덤의 외향은 익숙하던 봉분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일종의 풍경 같은 이미지가 되었다. 그리고 어릴 적 받았던 불교적인 영향과, 최근 재밌게 보고 있는 민화적인 것들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무덤은 외부의 영향을 주로 그려낸 다소 추상적인 화면의 「기억」, 「계절」, 「관」 과 죽음이라는 기억을 좀 더 이야기를 표현하며 그린 「고양이 무덤」 , 죽음에 대해 상상하며 그려 낸 「나의 무덤」 그리고 무덤에 누워서 바라보고 싶은 화면을 그려낸 「전망1」 , 「전망2」로 구성된다. ● 「전망1」 , 「전망2」 는 겸재 정선의 풍경화 그림을 오마주하여 표현한 그림으로, 묘자리에서 바라보는 경치를 보며 좋은 곳에 모셨다고 위안을 삼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감정과 죽은 뒤 좋은 곳을 바라 보며 쉬고 싶다는 마음에서 그려낸 풍경이다.
무덤에서 바라보는 전망을 그림으로서 그림들은 모두 평면이지만, 구성적인 면에서 내용은 입체가 되고 공간이 생기게 되었다. 최근 몇 년간 설치 작업을 위주로 작업을 하면서 얻은 공간감이 페인팅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풀어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작은 죽음들」 은 네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창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서 그 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에서 출발 해 그들의 작은 무덤을 만들어 준 것이다. 전시장에 위치한 창 턱에 위치시켜 놓고 안에서 또는 밖에서 보면 이 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작은 죽음들」 이 함께 마주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
죽음과 무덤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작업을 했지만, 작업을 하면서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어쩌면 앞으로는 익숙 해 져야할 것들인데도 가까이 두기를 꺼려하고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죽음에 대해 생각 할 수록 반대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삶의 한 부분이자 일상적인 것이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가벼운 붓터치와 밝은 색상을 쓰며 ' 긍정적인 삶 '을 표현하려고 했다. ■ 이민주
Vol.20200904i | 이민주展 / LEEMINJU / 李珉周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