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 Everyday life was not initially unfamiliar.

이종길展 / LEEJONGGIL / 李鍾吉 / painting   2020_0902 ▶ 2021_0124 / 월요일 휴관

이종길_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展_포항시립미술관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하절기(4-10월)_10:00am~07:00pm 동절기(11-3월)_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Tel. +82.(0)54.270.4700 poma.pohang.go.kr/poma @poma_museum

제15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이종길 - 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 ● 포항시립미술관은 제15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이종길의 전시 『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를 개최한다. 포항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초헌 장두건 선생의 예술 업적을 기리고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장두건미술상을 제정하였다. 포항시립미술관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수상 작가에게 이듬해 개인전을 지원함에 따라 2019년 수상 작가인 이종길의 전시를 마련하게 되었다. ● 이종길(1975년생)은 포항을 기반으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로 2009년부터 일상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고찰을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일상이 이뤄지는 장소들을 안개에 싸인 듯 불완전한 풍경으로 보여주고, 그 공간에서 찾은 특정한 대상을 선명한 묘사로 대치한 구성을 주로 선보인다. 작품 속 공간은 작가의 기억 속 장소이지만, 누구나 어딘가에서 접했을 것 같은 익숙한 곳이다. 이러한 풍경은 그곳을 마주한 작가, 즉 개인의 공간으로 한정되지 않고 많은 이들의 일상적 공감을 주는 장소이다. ● 하지만 우리는 작품 앞에서 낯선 일상을 마주한다. 사실 반복된 시간 속에 스며든 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고 그러한 일상을 명확하게 바라보고자 하지 않는다. 익숙하다고 느꼈던 장소들은 무의식적으로 스쳐가 선명한 기억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호한 선들로 그려진 풍경은 낯설게 다가온다. 매일 지나쳤던 장소에서 작가는 문득 이러한 낯섦을 느끼고, 도시민 의 공허함과 시대의 단면들을 마주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일상은 도시민의 불안정한 심리와 사회적 부조리함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들이 기저로 존재한다. 이종길은 흐릿한 풍경을 통해 삶을 명확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낯선 일상 풍경 앞에 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 이종길의 회화는 흐릿한 풍경과 선명한 형상으로 구성되는 것을 주로 볼 수 있다. 불안정한 상황 속 존재와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일상 속 주변의 대상들에서 찾아 나무, 꽃, 유기견 등의 형상으로 흐릿한 풍경 앞으로 돌출시킨다. 불분명한 도시의 모습은 반복된 시간 속에서 몰려드는 공허함과 명확하지 않은 자신 존재에 대한 막연함을 대변하고, 선명한 형상들은 불안정한 심리를 극대화하거나 역으로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대상으로 비춰진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 풍경과 형상의 관계는 이종길이 삶에 대해 고찰해가는 태도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종길_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展_포항시립미술관_2020

4전시실은 이러한 풍경과 형상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을 통해 도시적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해 탐구하고, 3전시실에서는 사회의 단면을 드러낸 사건과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냉소적인 시각으로 드러낸 작품을 선보여 우리가 당면한 현시대를 이야기한다. 이러한 전시 구성으로 『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 는 일상이 무의식적으로 인식되는 것에서 이탈하여 재인식을 통해 낯설게 바라본 일상에 얽힌 작가의 개인적, 사회적 시선을 조망하고자 한다.

이종길_부자마켓_캔버스에 유채_80.3×116.7cm_2009
이종길_붉은 화분_캔버스에 유채_65.2×90.9cm_2013

도시적 인간 존재의 표상 ● 4전시실에서는 이종길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인 풍경과 형상이 구축하는 구조의 변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볼 수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풍경은 작가의 일상 공간이지만, 도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상가와 주택이 보이는 어느 동네, 가로수가 서 있는 공터, 신호등 사이로 보이는 도시의 모습 등이다. 날마다 볼 수 있는 도시의 모습은 새로운 자극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고 어렴풋하게 인식된다. 안개 속에서 드러나는 이 풍경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인식을 담아내는 듯하다. 일상은 이처럼 낯익은 풍경으로 존재하지만 명확한 기억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분명 실재하지만 선명하지 않은 공간들은 도시를 부유하는 사람들의 공허함과도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 명확한 색과 묘사로 드러나는 형상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시각화되지만 흐릿한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일상의 시간 내에서 특정한 대상을 분리하는 작가만의 방식이다. 형상은 풍경에서 보여주는 서술적, 구상적 맥락이 대조적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직접적이다. 이종길은 낯선 도시의 모습에서 예견할 수 없는 미래로 자기 존재에 불확실성을 갖는 도시민과 동일시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겪은 감정 수많은 일상에 투영시켜 온 그는 자기 존재를 직시하고 실존을 회복하도록 한다.

이종길_주차장_캔버스에 유채_112.1×162.1cm_2018

작품을 바라본 시선이 선명한 선들에 머물 듯이 흐릿한 일상은 선명한 형상으로부터 자신 존재와 처한 상황에 대한 명확한 확신을 갈구한다. 이 때문에 작품에서 풍경과 형상의 관계를 읽는 것은 그의 삶에 대한 고찰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과 같다. 4전시실은 삶에 대한 그의 시각의 변화를 읽기 위해 작품이 제작된 순으로 구성하여 풍경과 형상의 관계 변화에 집중한다. ● 초기작의 나무 형상은 뿌리를 내린 상태로 풍경과 연결되어 있지만, 점차 분리된 모습으로 변화한다. 분리된 형상은 점차 일상을 대변하는 흐릿한 도시의 재현과 단절되고 내용적 서술이 깨지면서 이질적인 관계로 변화한다. 작가는 예술가 이전의 개인으로서 삶의 불안정 상태를 풍경과 형상의 관계에서 드러낸다. 불안정한 현재의 감정을 가중하거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기도 하는 형상은 본인의 현 상태를 직면하게 하고 능동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대상이 된다.

이종길_송도2_캔버스에 유채_193.9×259.1cm_2020

「송도2」(2020)는 작가의 가장 최근작으로 새로운 형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빛이라는 형상이 등장한 것이다. 모노톤의 풍경과 선명한 형상의 이질적 구성을 허물고, 빛이라는 소재가 가진 고유의 성질로 외부를 함께 밝혀주는 모습을 하고 있다. 모노톤으로 표현되었던 풍경들이 차츰 원래의 색을 회복한 모습을 보인다. ● 작가는 색의 표현은 여러 감정을 생산해 내고, 삶에 대한 변화들도 색으로 표출된다고 말한 바있다. 그렇기에 회색빛이었던 작가의 풍경에서 유채색의 표현들은 일상에 대한 시각의 변화이기도 하다. 이전 작품에서 등장한 풍경과 형상의 대립 구조는 삶을 살아가는 도시민이나 예술가로서의 존재가 불안정한 심리와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최근작에서 보이는 풍경과 형상의 관계는 일상을 현재와 분리하여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직면하고 긍정적인 상황으로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종길_일상은 처음부터 낯익지 않았다.展_포항시립미술관_2020

시대의 단면을 담는 시도 ● 3전시실은 사회적 사건이나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냉소적인 시선으로 드러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들은 당시 사회적, 정치적 상황들이 시의적절하게 반영되어 다루어지는 주제가 개별적이며, 대체로 형상이 부재하고 있는 상황들로 연출된다. 작가의 작업에서 풍경과 형상이 주된 구성으로 인지된 상황에서 형상을 부재함은 구성의 비대칭과 색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인위적 구성은 다수가 일상에서 겪은 혼란스러움과 무력감이 실재보다 더 강한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 또한 작가는 회색빛으로 촛불 집회, 입시제도,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다루지만, 정치적 상황의 결과나 비난의 대상을 시각화하지 않는다. 시대의 단면을 다루는 작품의 주체 또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민의 시점으로 그려지는데, 작가는 사회적 상황들로 인해 일상이 변화한 이들을 담아낸다. 이들은 변화를 위해 실천하고 대항하고 있는 작가 개인 또는 대중의 모습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해 간다.

이종길_국회의사당2_캔버스에 유채_112.1×162.1cm_2014
이종길_집회1_캔버스에 유채_162.1×227.3cm_2019

「국회의사당」(2014) 시리즈 작품은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2014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이종길의 작품에서 개의 형상이 처음 등장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일상의 풍경 앞에 등장하는 유기견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를 대변하여 정치적인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후의 정치적 상황을 기록한 「집회」(2019, 2020) 시리즈는 2016년 서울 및 전국에서 일어났던 촛불집회를 주제로 회색빛의 군중들의 모습을 화면 가득 메우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사회의 모습을 담은 작품에서 작가는 보도 자료를 참고하며 사회 고발적 주제와 이미지들을 조합한다. 회색빛으로 그려진 군중들의 모습은 다큐멘터리 사진보다 현실을 더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색을 배제하고 조합한 모습은 도시민이 느끼는 현재 상황과 감각을 더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

이종길_지열발전소_캔버스에 유채_122×162.1cm_2019

「그날의 기억」(2019), 「지열발전소」(2019) 작품에서 담고 있는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사건은 지역출신 작가로서 포항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작품이다. 「그날의 기억」 작품의 배경이 되는 포항 북구 대전리는 3.1운동 당시 태극기를 제작하고, 14인의 3.1운동 의사가 나온 마을이기도 하다. 어두웠던 사회 상황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의지를 무궁화를 통해 강하게 비추고 있다. 많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현재이기에 3.1운동 당시 여느 지역보다 열의 가득 했었던 대전리의 모습을 담은 「그날의 기억」은 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지열발전소」 포항 북구 남송리에 위치한 지열발전소의 모습으로, 2017년에 발생한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현재도 진상조사와 피해구제가 진행 중인 포항 지진은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에 게는 피부에 와닿은 사회적 사건이다. 이는 일상의 범위까지 스며든 사건들로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가 작품으로 다룸으로써 그 사안의 진정성이나 심각성에 대한 당위를 얻게 된다. 작가는 지역적 연결고리를 유지하며 본인의 시선으로 현시대를 사유한다. ● 이종길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사건뿐만 아니라 시대의 단면들을 읽을 수 있는 이슈들을 캔버스에 옮기며 우리가 당면한 현재에 대한 고발적 태도를 취한다. 사회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영향을 미쳐, 결국은 일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변화를 위해 부단히 부딪치게 된다. 이종길은 예술가의 위치에서 사회적 발언을 작품으로 선보이며 현시대를 고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 포항시립미술관

Vol.20200903j | 이종길展 / LEEJONGGIL / 李鍾吉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