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하절기(4-10월)_10:00am~07:00pm / 동절기(11-3월)_10:00am~06:00pm 월요일 휴관 / 관람종료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포항시립미술관 Pohang Museum of Steel Art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길 10 Tel. +82.(0)54.270.4700 www.poma.kr
포항시립미술관은 40여 년간 수행하는 자세로 쉼 없이 작업에 정진해 온 원로 조각가 이점원의 전시 『구도(求道)의 일기』를 개최한다. 전시는 이점원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실천으로 획득한 예술노동자의 서사를 펼친다.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여정에는 예술실천의 힘에 대한 작가의 믿음과 그것에 답한 예술이 있다. 거기에는 생명의 원형에 관한 사유, 생활민예품이나 버려진 오브제·발견한 재료로 탄생시킨 생명의 관념과 질서가 있다.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예술을 일구는 오늘이 함께한다. 이 발걸음은 "욕망을 삼키고 정진해보고 증득(證得)되었다면 버리는 것, 내려놓는 순간 소유하지 않아도 소유하는 편안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라는 작가의 세계관 위에서 옮아간다. 땅에 발을 딛고 단단하게 서 있는 생활인이자 예술노동자로서 진솔하게 담아낸 『구도(求道)의 일기』는 그 걸음의 가치와 걸음이 빚어낸 예술의 의미에 관해 다시 묻는다.
"모든 것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소박한 것에도 생명이 존재한다." ● 이점원은 전통적 생활도구나 민예품 혹은 고택, 산, 들, 길 등에서 우연한 계기로 획득한 오브제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자연이든 삶이든, 어디에서든 떨어져 나온 것에는 분명 시간이 퇴적돼 있다. 특히 누군가가 소유했던 오브제에는 소유했던 사람의 감정과 손때가 묻어 있고, 사연과 시간이 쌓여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점원은 사용했던 오브제를 재사용하는 조각을 "시간조각"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익숙한 오브제에 다른 생명성을 부여하여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돌변하게 하는 것을 두고는 "인연을 만들어 쓴다"라고 표현한다. 그는 생활과 밀착된 조형의지로 보잘것없는 조건 아래 이야기를 만든다. 이는 버려지고 발끝에 차이는 하찮은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그 관심은 생명 외경으로부터 기인한다. 마치 인연설을 따르듯 '그것들은' 우리 이웃의 모습으로, 동물의 형상으로, 바람이 새긴 꽃으로, 욕망을 삼킨 새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누군가로 다시 태어난다. 혹은 생명을 부여받아 「윤회」, 「환생」 등과 같은 연작으로 탄생하며 생명의 순환을 연상하게 한다. 고로 모든 존재 양식은 서로 동등함을 전제로 태어난다. 결국 작업에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감수성은 수행하듯 쉼 없이 작업하는 그의 실천태도가 부여하는 확신이며, 그 과정에서 포착한 생명의 기원이자 질서에 대한 깨달음이다.
"여름에는 석조(石造)가 좋고, 가을에는 목조(木造)가 좋다." ● 이점원의 엄청난 작업량이 가능한 것은 그가 더 많은 작품을 구현하기 위해 재료를 국한하지 않은 전략을 선택한 덕분이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냄새 맡을 수 있는 것 등 모든 것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는 재료를 발견하는 것은 끊이지 않고 작품이 나오는 창작의 샘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이때 재료의 다양성만큼이나 실천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샘솟는' 조형의지를 발현하는 작업과정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장대소할" 만큼 즐거운 유희이다. 끊임없이 작업할 수 있는 일상이 그래서 그는 "재밌다"라고 말한다. 이점원에게 재료는 마치 어느 길목에서 불쑥 솟아나는 감정처럼 예기치 않은 곳에서 들이닥친다. 그것은 성찰의 대상처럼, 그것과 마주치는 동시에 의식이 작동된다. 긴 시간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다음 생을 기다린 듯 존재하는 형상에서 작가는 관념성을 제거하고 원래의 의미를 달리하여 세상에 발하도록 한다. 그래서 재료의 발견은 곧 작업의 테마로 이어진다. 하나의 재료에서 찾은 테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상을 연속해서 만들어내는 조형방식, 바로 여기에 이점원의 작업을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집합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이제 흐트러짐을 향해 걷는다." ● 이점원은 토속적인 삶의 뿌리에서 전통적 조형양식을 차용하여 자신의 조형의지를 발현하기 위해 법칙을 찾아 실천해왔다. 이것은 옛 것에 대한 몰두가 아니라 전통적 생활도구나 민예품 등을 창조적 오브제로서 발견하고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실천이다. 작가는 오브제에서 예기치 않게 생명의 숨겨진 표현을 목격할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끼고, 그 세계의 본질로 다가갔다. 그는 각종 재료를 이용한 조각적 형식실험으로 예술적 관심을 표출해왔고, 이제는 삶을, 공동체를 조각하는 것으로 그 관심을 드러낸다. 이점원은 공동체와 함께하는 예술에 가치를 두고 그 개념을 확장하는 실천방식을 '농촌미술'이라고 부른다. 그는 작업의 재료와 그 안에 담아내는 이야기를 이웃에서 찾고, 그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독려한다. 작가는 자신이 만끽했던 '즐거운 유희'를 주변으로 전파하고자 일명 '놀자학교'로 불리는 '경주전통문화체험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예술을 실현한다. 그에게 예술은 공동체의 삶과 함께하려는 소박한 태도이고, 작가 개인의 삶과 그 주변을 아우르며 자신이 속해 살고 있는 세계를 변화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은 마치 중생(衆生)을 구제하고자 하는 맹세, 즉 자비와 같은 불교정신을 이행하는 듯 그의 예술실천은 구도자적 태도 위에서 전개된다.
"구도(求道)의 일기" ● 한 사람의 삶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오롯이 목격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뿐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는 없다. 우리는 스스로 삶을 살아내며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고, 느낌으로써 또한 살아있음을 알아챈다. 그래서 이점원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인하고 확신하는 방법으로 예술실천을 선택했다. 그것은 삶이 작업에, 작업은 다시 삶에 점철되어있기에 가능하고, 이는 마치 유한과 무한의 고리가 끝없이 연결된 생명과도 같다. 그가 종교인이 수행에 정진하듯 작업에 임하는 것은 결국 무한과 유한의 시간에 위치한 삶에서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느끼고 또 증명하는 행위이다. 이점원이 죽어가는 것들, 잊힌 것들, 소외된 것들, 쓸모없어진 것들과 같이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두는 것은 일종의 삶에 대한 열망이며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이다. 그리고 유한한 세상에 무한하게 존재하고자 하는 그의 역설이다. 「구도(求道)의 일기」는 이처럼 삶과 죽음의 고리 앞에서 담담하고 겸허하게 그러나 열정적으로 그 순리를 따라 걸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 포항시립미술관
Vol.20200902j | 이점원展 / LEEJEOMWON / 李點元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