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8:00pm
4LOG Art Space 서울 강동구 풍성로 161(성내동 516-13번지) B1 Tel. +82.(0)2.470.0107 www.instagram.com/4log_artspace
내가 오늘 산책하면서 보는 콘크리트 블럭 사이 이끼, 갈라진 시멘트 벽면의 틈은 그 곳을 지나쳤을 존재의 과거와 미래, 가시적 비가시적 정서를 함께 담고 있다. 공간에 중첩되어 존재하는 다른 시간성, 다른 차원을 보기 위해,규정된 길이 아닌 길로의 산책을 제안한다. 현재에 있으면서 현재 안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행위, 세계의 외형적 질서 안에 있으면서 질서의 경계를 슬그머니 넘나드는 행위인 산책은 예술 행위이기도 하다. ● 이 전시는 촘촘해지는 질서와 경계의 선을 아슬아슬, 또는 유유히 넘나들며 산책을 계속하는 행위에 대한 예찬이다. 작가들은 길을 벗어난 산책 중에서만 눈에 띄는 세계를 대담하게 펼쳐보이기도 하고, 은밀한 내면의 세계를 슬쩍 보여주기도 하면서 어떤 산책을 무단으로 규정하려는 가치에 대항한다.
풍경을 주제로 장소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천착해 온 정희정은 회화와 실사, 애니메이션을 섞은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사진합성으로 만들어진 환등상Phantasmagoria 시리즈 중 하나인 「Moon River」는 한 방향으로 화면 전체가 흘러가면서 친밀하고 익숙한 산책로를 낯선 감각으로 마주하게 한다. 걷기를 통해 끝없이 공간을 표시하고 표기해 온 정희정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일들, 일상의 뜻밖의 사건들과 마주하게 하는 장소들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녀의 장소는 이성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우리의 욕망과 불안을 상기시킨다. 「살과 거울」은 작가가 계속 탐구해 온 장소성과 그것을 감각하는 '나'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이 더해진다. '나'의 감각기관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장소성의 감각을 얻고 회복하려는 몸짓이 담겨있다.
다큐멘터리로 작업을 시작한 설수안 작가는 일상의 눈높이에서 포착된 이미지를 통해 당연하게 지나쳤지만 사실은 이상한 세상의 아이러니를 꼬집거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것들에 담긴 의미를 되묻는다. 무심코 던지는 언어들, 합리적이라 여겼던 행위들을 응시할 때 발생하는 이질적인 느낌 에 주목한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사라진 다양한 씨앗들을 지키고, 찾고, 기르는 사람들의 행위에는 세상에서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가치들이 존재한다. 다채널 비디오와 오브제로 이루어진 설치작품 「씨」는 '쓸데없는' 일을 지속하는 이들의 행위를 탐구한다. 싱글 채널 비디오 「불편」은 은행나무 암그루가 주는 불편을 막기 위해 도시에서 행하는 행위들에 주목한다. 이상한 행위가 있게 하고, 이상한 광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어떤 집단 의식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김혜진, 김혜령 자매로 이루어진 자매이다킴은 영상을 기반으로 하여, 사진과 회화, 오브제를 융합하는 시각예술 작업을 한다. 각 매체의 다른 재현 방식을 한 번 비트는 독특한 방식으로 현실 안의 남루함과 그 안의 반짝이는 작은 빛들을 담아낸다. 끄집어내진 현실의 편린들은 서로의 몸체에 덕지덕지 붙어있고, 그 지긋지긋한 공존을 통해 세상을 이루는 것이 사실은 그런 편린들과 그것에 반응하는 의식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작가들의 장편영화 「신은 죽었다」의 설치버전인 「허공놀이」는 회화와 사진을 일반적인 전시 방식이 아닌 일상적 사물의 일부로 설치하여 우리의 시각에 의문을 던지며 세상의 가장 비루한 구석과 예술의 아우라를 단번에 뒤섞어 버린다. 「달의 사막」은 고독의 삶에 잠식된 사람들, 그들의 고독이 형상화되는 공간들을 행위와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 실험영화다. 재개발구역에 사는 인물들을 통해 경계의 삶을 표현하는 장편영화 「신은 죽었다」는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 무단산책
Vol.20200902h | 무단산책 walk into the worn path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