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1:00p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스페이스 D SPACE D 서울 강남구 선릉로108길 31-1 로프트 D B1 Tel. +82.(0)2.6494.1000/+82.(0)2.508.8400 www.spacedelco.com
오래전 인간의 눈으로 세계를 관찰할 때, 하늘은 태양과 달, 화성과 금성 등 볼 수 있는 별까지만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바다역시 수영으로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만 기록할 수 있었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곳은 신의 영역이었다. 사실 신은 인간이 할 수 없는 것, 파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신을 상상하기 시작하자 그리스 신화처럼 우주와 바다를 관할하는 여러 신들의 세계를 그리며 상상이 또 다른 상상을 낳았다. 그 상상에 맞추어 인간의 삶을 이해하며 만족하기도 했다. ●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 세계는 점점 축소되었고, 유리를 통해 광선을 분석하고, 다이빙 장비로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만든 문명은 그 과학과 기술 덕에 꽃피었지만 상상의 세계를 축소시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과학과 기술이 만들어낸 세계 너머에 아직도 모르는 세계가 또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미지의 세계는 과거에도 지금에도 여전히 끝이 없는 세계이다. 인간이 그 심연을 향해 계속 가며 정복하고 있으나 여전히 새로운 심연이 나온다는 아이러니에 갇혀 있다.
이번 전시 『Floating Waves(부유하는 물결)』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소리와 빛의 영역을 탐구하는 윤희수와 이지훈의 작업을 선보인다. ● 윤희수는 소리를 수집하여 그 소리들을 편집, 몽타주하여 소리의 풍경, 즉 사운드 스케이프(sound scape)를 만들고 있다. 윤작가의 소리 풍경은 우리의 일상과 다른 곳으로 인간이 오랫동안 그래왔듯이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곳, 알 수 없는 곳, 먼 바다 속이나 우주와 같은 공간을 상상한다. 익숙하지 않은 소리, 에너지가 파동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낯선 세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물결을 만든다. 디지털 기술이 가능하게 한 세계이다.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 "수집된 소리들로 편집된 '소리 몽타주'는 주로 암흑의 공간 안에 확장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퍼포먼스와 함께 재구성된다. 공간에서는 실제의 소리(즉흥의 소리) 또는 에어쿠스마틱 (acousmatic)의 소리(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등을 혼용 하면서 이는 공간 안의 다양의 소리의 배치를 통해 관객들을 위한 몰입(immersive)의 공간을 조성한다."
이지훈은 입체에 특수효과장치와 센서를 이용하여 몽환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시간을 만들어 낸다. 그 역시 LED와 음향장치 등 현대 기술을 활용하여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만들지만, 완전히 낯선 세계는 아니다. 축하화환의 꽃 대신에 LED 팬이 들어가 현실과 가상을 오간다. 클럽의 전구볼과 같은 구조는 「Sucking up anxiety device」라고 명명되어 LED의 환상적인 색에 빠져들게 한다. 그의 작업들은 점차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디지털 기술과 장치를 활용하여 미래에 익숙하게 될 세계를 미리 보여주는 듯하다. ● 이지훈이 시각화하는 작업은 현재의 불안, 불안감과 긴장으로 피로한 인간의 감각을 확대하고 그 감각이 확장된 미지에 대한 상상이다. 현대 인간의 불안은 여러 가지 요소에 기인하기에 이지훈이 그 불안을 해소시킬 수도 없다. 그러니 그가 가려는 종착점은 과학과 기술이 낙관적 미래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슬며시 남기면서도 그 희망을 액면그대로 믿지 않는 인간을 위한 임시 풍경이다. 미지의 세계를 찾다가 우연히 도달한, 그리고 잠시만 효용이 있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 양은희
Vol.20200830a | Floating Waves-이지훈_윤희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