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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와인피부과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0:00am~02:00pm / 수,일,공휴일 휴관
와인아트로드 WYNE ART ROAD 충북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47 남궁타워 4층 Tel. +82.(0)43.223.6000
우리는 삶에서 오는 고단함을 덜어내지 못하고 기쁨을 만들어내지 못할 때, 종종 종교의 힘을 빌리곤 한다. 종교는 마치 부모와 같아서 모든 걸 이해하고 품에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조건 없는 자비심을 보여준다. 하지만, 종교는 그 자비심으로 엉덩이를 겨우 앉힐 수 있을 만큼의 기다랗고 좁아터진 딱딱한 나무의자에 사람들을 앉혔다. 이왕 자비를 베풀 거면 좀 푹신하고 넓은 의자를 두었으면 오죽 좋으련만. 무슨 심보로 그런 의자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단 말인가. 여행지에서 너무 걸어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팠다. 예민한 탓에 자비심까지 들먹이며 애먼 종교를 탓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인간 군상 속 쉽게 일희일비하는 한낱 진상이 되어 있었다.
선택권은 없었다. 내 종교는 없지만, 서있기가 너무 힘들어 곧장 성당으로 들어가 의자에 아픈 발을 살짝 바닥에서 띄우고 앉아 무거운 중력에서 잠시 몸을 해방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여행자의 신분을 망각한 채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다시 사람들이 북적이는 길로 나와 거리를 배회할 수 밖에. 그러나 늘 그랬듯 갑자기 들이닥치는 허기짐은 길 위에서 사람을 더욱 당혹시키곤 한다. 그와 동시에 다리는 더욱 아파오고 어디 길바닥에 철퍼덕 앉기도 뭣해 적당한 장소를 찾은 지만 벌써 한 시간째. 먹을 곳과 쉴 곳을 고르는 것조차 결정장애. 그냥 어디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가서 앉아도 될 듯한데 굳이 맘이 내키는 곳이 아니라면 두 다리가 부서져도 들어가질 않는 걸 보니 단지 맘이 편한 곳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러다가 동네 귀퉁이에 항상 있던 작은 성당을 쉼터로 삼다가 돌아선 골목길 끝에서 맥도날드를 본 순간, 탄성을 질렀다. 맥도날드는 나의 안식처이자 피난처이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나에게 있어 그때만큼은 성당과 맥도날드의 무게는 같았다. ■ 김홍철
Vol.20200827e | 김홍철展 / KIMHONGCHEOL / 金弘澈 / drawing.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