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Coexistence

김승연展 / KIMSEUNGYEON / 金承姸 / painting   2020_0826 ▶ 2020_0831

김승연_Endangered_캔버스에 유채_86×61cm_2019

초대일시 / 2020_082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1-1 3층 Tel. +82.(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나는 인생이, 세계가 악몽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탈출할 수 없고 그저 꿈만 꾸는 거죠. 우리는 구원에 이를 수 없어요. 구원은 우리에게서 차단되어 있지요.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나의 구원은 글을 쓰는 데 있다고, 꽤나 가망 없는 방식이지만 글쓰기에 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예요." (보르헤스의 『말』 중에서) ● 보르헤스는 단편 『무한히 갈라지는 오솔길들의 정원』에서 평행우주론이라는 가설을 제안한다. 우리가 택해 살고 있는 이 길의 시간 말고도 선택하지 않은 길들에 다른 시간의 삶이 존재한다는 가설이다. 끝없이 갈라지는 시간의 다층적 미로에서 가능한 모든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상상은 흥미롭다. 화가 김승연의 다가설 수 없는 낯선 그림은 보르헤스가 제시하는 다른 시간을 선택해 만난 풍경으로 보인다.

김승연_Creature_캔버스에 유채_40×50cm_2019

그의 그림은 언뜻 날 것 같아서 접근이 용이한 듯 보이지만,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picturesque)은 또 다른 세계로 안내하기 위한 기표임을 이해해야 한다. 화가가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탐색하는 생태문제에 대한 다양한 기표의 의미는 차원을 달리해야 접근이 가능하다. 작품의 대부분은 화가가 선택한 차원의 시공간에서 만났거나 상상하는 풍경을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의 세계와 관계없다는 것은 아니며, 이상향의 풍경이 아닌 이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기를 바라는 은유에 가깝다. ● 그의 그림을 통해 만난 자연의 풍경들은 막다른 길이거나 물길마저 곤두박질치는, 더 이상 날지 못하거나 나아갈 곳이 없는 한계의 장소를 보여준다. 생명의 경이로움도 가치를 상실했거나 핍진한 상태이다. 소박하고 보편적인 욕망을 해소하고자 자본의 달콤한 제안에 따라 이 세상의 시간을 선택한 필자 또한 자연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도 생태계의 위태로움이나 생물의 멸종위기 등의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었음에 저릿함이 느껴진다. ● 하늘 높이 무리를 지어 날던 멸종된 새들은 더 이상 울지 않지만 말은 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고고했던 존재의 흔적만 남았으므로 정직한 눈으로 바라보아야 들린다. 핍진해진 나뭇가지 끝에 밤새 앉아 있는 새 한 마리, 빙하의 틈으로 보이는 폭포수 떨어지는 풍경은 이상향으로 우리를 안내하지만 생성의 에너지로 충만한 바다와 하늘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거나 막다른 길로 향하는 위태로운 단절의 사태를 보여준다. 그리고 화가는 내면에 응축되어 있던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김승연_Regeneration_캔버스에 유채_112×145cm_2020

더 이상 희망을 노래할 수 없는 새들의 부재를 유혹적인 무지개 색깔의 바위들로 장식해 생명의 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피폐한 대지를 가리는 물보라,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넓은 이파리들로 가득 채운 나무들, 박제가 되어버린 새들의 표정은 이전의 오랜 시간 동안 아름다웠던 것들이다. 이렇게 동물과 식물을 접속한 '~되기'의 풍경은 자연과의 친화적인 공존(coexistence)을 위한 화가가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이며 전시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대자연 속에서는 모든 동식물이 평등하게 관계를 이루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생태주의적 상상력이 그려낸 비극과 초월을 함축한 풍경이다. ● 과거를 담은 가족의 사진을 선정 조합한 이미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통해 삭막한 삶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풍경을 오롯이 드러낸다. 파스텔 톤의 따듯한 물성, 부드러운 질감은 자연과의 내밀함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무지개 물감을 풀어놓은 듯 곱게 드리워진 채색은 예민한 감성을 지닌 화가의 그림처럼 순수하다. 그러나 그의 그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의 『침묵의 봄』과 같은 환경에 대한 시대정신과 무거운 성찰이 담겨 있다.

김승연_Border_캔버스에 유채_76×61cm_2019

그림은 무대 장치로 보이기도 한다. 포스터처럼 환상과 상상 그리고 픽션으로 구성된 내용은 곧 시연될 무대에서 이야기가 제공된다는 의미다. 그림은 인간의 부조리한 삶을 개탄하는 내용은 없지만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데, 바라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불길한 사태를 보여주기에 쓸쓸한 혼돈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나타난 낯익은 새는 낯섦(uncanny)이라는 호기심으로 가까이하기에는 위협적이다. 인간은 어떤 허락을 받고 살아온 것일까? 나무를 닮은 새는 침묵으로 질문을 던진다. 인공정원에서는 생명이 성장하지 않으므로 자연을 회복하는 일은 이제 인간의 소임이 아니지만 지켜야 할 진지한 성찰과 사유를 위한 희망마저 소진되고 돌아갈 길은 막혔다. ● 화가는 인간의 문명이 자연과 생명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사실, 환경 파괴에 대해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한다. 잘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다른 사유로 다른 세계를 그리는 창작자의 가치에 방점을 둔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번뜩이는 칼이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창작자는 비극의 한 복판에서도 타협할 줄 모르는 사유와 결의를 곧게 세우는 존재다. 좋은 그림은 태만한 현실 자체보다는 현실에 내재한 불순함을 그린다. 이육사의 『절정』에 표현된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라는 시구처럼.

김승연_Daydream_캔버스에 유채_50×81cm_2020

창작의 모티브는 공존(coexistence)이다. 그로테스크한 문어의 이미지, 식물처럼 살고 싶은 문어의 욕망은 한계와 공존이라는 이유로 나무에게 안긴다. 감각이 선명하게 꿈틀거리는 환상성에 몸을 맡긴 문어의 입은 예민하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변이다. 역습을 당하고도 위기를 깨닫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삶에서 공존은 사라져야 할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저마다의 빛깔과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새들은 침묵하고 있고, 달콤한 과즙과 아름다운 꽃의 향기는 사라진다. 어떤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인간의 소망 또한 납작해진다는 것이다. ● 그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잠시 머물렀던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여 미래 삶의 생성을 위한 따사로운 풍경을 제안한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 새장처럼 변했다. 미국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보류하고 전시를 위해 한국에 체류 중인 그의 그림도 원이라는 울타리와 새장에 갇혀 있다. 이 철장의 각각은 불안, 공포, 절망, 슬픔 등으로 구성되어 그림 속 세계와 현실의 위기를 넘나든다. 그의 그림은 사람을 풍경 밖으로 격리시킴으로써 자연을 대상화하려는 주체의 시선과 욕망을 제거해 탐욕을 단절하고 있다. 우주적 차원으로 모든 생명을 경외하고 살아 있음의 신비와 기쁨의 뜻에 감사를 올릴 때 우리는 삶의 진정한 순례자가 되는 것이다. 내면의 자의식과 반성적인 비판 의식이 담긴 그의 그림은 윤리 담론을 지니고 매순간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을 생명에 대한 애도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이 야만의 시대에 서정시를 쓰거나 재현을 구현하는 타협의 태도는 불가능해 보인다. ■ 주성열

김승연_I wish 2_캔버스에 유채_101×76cm_2019

공존한다는 건... Coexistence ● 인터넷에 많은 기사들 사진들은 온난화와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멸종 위기의 죽어가는 동식물들의 기사들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동정심과 공감은 하지만 막상 그 잔인한 진실을 회피하게 됩니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자연보호에 대한 경각심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연속에서 함께 공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긍정적인 메세지를 주고 싶습니다. 자연속에 자연스럽게 존재 되어지는 동식물 모습을 재배치함으로써 만일 그들이 이런 상황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잊고 살아갔던 것들과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동기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 나약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다른 동물과 달리 자연과 치열한 싸움을 통해 정복을 하고 결국 이 땅을 지배한 인간은 우리만의 지구라는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승연_Odds and ends_캔버스에 유채_76×101cm_2012

이젠 정복과 지배의 개념이 아닌 함께 공존해 가야하는 메세지를 주고 싶습니다. 지구에서 인간이 주인공이 아닌, 자연속에 동물, 나무, 꽃, 그리고 인간 또한 그 속에 일부분으로 속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인식하고 겸손해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나가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나무, 새들이지만 자세히 본다면 그들 중에는 멸종의 위험을 받는 존재들 일수도 있고, 그 수요는 서서히 줄어들어 흔한 것이 아닌 소수의 것들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죽어가고 있는 나무위에 앉아 있는 이 아름다운 색을 갖은 새는 자신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개척하기에는 너무도 나약한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미래에 그들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중일지 모릅니다. ● 자연과 동식물을 소재로 해학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서 초현실주의적인 표현으로 어른들에게 읽히고 싶은 그림책처럼 신선한 상상력과 긍정적인 메세지지만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것이 저의 작업관에 대한 취지입니다. ■ 김승연

Vol.20200826d | 김승연展 / KIMSEUNGYEON / 金承姸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