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리지 못한 나무

황태하展 / HWANGTAEHA / 黄太夏 / painting   2020_0821 ▶ 2020_0830 / 일,월요일 휴관

황태하_얼굴_캔버스에 유채_119.5×98cm_2018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아터테인 S ARTERTAIN S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32(연희동 708-2번지) 1층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뿌리 내리지 못하는 도시, 나는 나무였다. ● 삶은 노력보다는 노력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몫인 듯 하다. 시대가 만들어지는 순간, 즉 거대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건,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지역이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다. 거기엔, 생명이 다다를 수 있는 물이 있었고, 별이 달이 그리고 태양이 있었다. 태양은 빛났다기 보다, 불을 상상하게 했고, 달은 은은했다기 보다 우리에게 밀고 당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던 것처럼, 별은 언제나 내가 떠나왔을 것 같은 아련함으로, |또한, 그리웠다. 그렇게, 황태하의 식물들은, 도시에 있었다.

황태하_장닝江宁가는 길-붉은 기와집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0
황태하_하늘을 향하는 방법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20

그리고, 작가 역시 도시에 있었고, 그 도시에 뿌리가 내려지지 않을 것 같은, 그 식물, 자연을 대신해 왔던 것 같다. 거친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뚫고 내린 뿌리로 흙을 만나는 것. 그것이 식물의 꿈이었고, 도시의 삶이었던 것. 작가에게 삶이란, 그 삶으로 시작된 일상이란, 아무리 밀고 올려놓아도 끊임없이 밀려 내려오는 커다란 바위와 같았을 것 같다. 그렇게, 찾아지는 세상의 풍경은, 일단 이국이었다. 내가 살고자 하는 곳 보다는, 살고 싶었던 그곳. 해서, 여전히 내가 살고 있는 곳들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는 순간들에 대한 감성을 그리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의 황태하였다.

황태하_철거이주拆迁-입주민_종이에 수채_35×25cm_2020
황태하_불임不稔_종이에 수채_35×25cm_2020

뿌리내리지 못하는 식물들의 상대적 의미는 뿌리내리고자 하는 의지다. 겉돌지도 아니, 내가 살아가야 할 정확한 방향에 대한 실험과 현실화의 부분이다. 그리지 못하는 것. 그릴 수 있는 것. 그 두 개의 간극을 오고 가고자 하는 것. 어쩌면 황태하의 식물들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뿌리내리지 못하고, 헤매 일 수 밖에 없었던 낯선 도시... 도시보다는, 내가 삶을 살아야 할 곳에 대한,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었던 것 같다. 황태하의 드로잉은. (여기서 드로잉은, 그리다 라는 것.)

황태하_승리촌 남쪽胜利村南_종이에 수채_20×13cm_2018
황태하_당위의 장當爲之場_종이에 수채_35×25cm_2020

인류가 인류로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을 무렵,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을 하게 되면서 우린, 나와 너의 간극을 정하게 되었고, 그 간극을 구별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게 되었다. 쉽고 편안하게. 나는 너와 다르다. 그렇게. 황태하가 도시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식물들, 혹은, 단편적인 삶의 안락함을 위해 만들어지는 풍경들을 보면서, 그려왔던, 수 많은 장면들이 과연 그렇게 편리하게 너와 나의 간극을 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었을까.

황태하_아침 인사_종이에 수채_20.2×15.3cm_2019
황태하_풀잎들_종이에 수채_21×15cm_2019
황태하_풀잎들2_종이에 수채_21×13cm_2019

아무리 봐도, 일단, 그의 식물(풍경)들이 세상을 향해 내가 고민해 왔던 그 어떤 것 이라도 한마디는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왜! 내가 살면서 가장 재밌고 즐겁고 그랬었으면 하는 장면들 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그 장면(풍경)들을 찾을 수 있는 능력과 감각이... ■ 임대식

Vol.20200821g | 황태하展 / HWANGTAEHA / 黄太夏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