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염라展_辛閻羅展

김형관展 / KIMHYUNGKWAN / 金炯官 / painting.installation   2020_0818 ▶ 2020_0913 / 월요일 휴관

김형관_신염라_종이에 테이프, 시트지, 투명 우레탄_130×97cm_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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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818_화요일_05:00pm

후원 / 동화그룹_동화컬쳐빌리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자하미술관 ZAHA MUSEUM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5가길 46 (부암동 362-21번지) Tel. +82.(0)2.395.3222 www.zahamuseum.org

김형관 작가의 『신염라展』은 지옥과 염라대왕에 대한 작가만의 독특한 해석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일견, '신춘향전'처럼 고전적 소재에 대한 현대판 각색이 아닐까 추측하기 쉬운데 그렇다면 왜 '신'자가 '새로울 신 新'이 아니고 '매울 신 辛'인지에 대해 먼저 주목해야 한다. 작가는 맵다는 '감각'에 대해 말한다. 실제로 '매운 맛'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미뢰가 감지하는 '맛'이 아니라 '통각'이다. 모 백과사전에는 '구강 점막을 자극할 때 느끼는, 타는 듯한 또는 아픈 듯한 감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맵다'는 표현은 다양하게도 쓰인다. 매운 시집살이, 매운 바람 등 사람이 아닌 대상에도 쓰인다. 무언가 아프고 쓰라리고 시리고 화끈하게 만드는 감각의 속성. 그렇다면 이러한 매운 속성을 지녔다는 '辛염라'의 존재는 어떤 것일까? 염라는 기본적으로 선악을 판단하는, 저승이자 지옥의 신이다. 불구덩이로 떨어질 인간을 가려내는 두렵고도 절대적인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실재하는가 아니면 상상 속의 허상에 불과한가? 작가의 해석에 의하면 염라는 실재하되, 미지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 선한 행위와 악한 행위 사이에서 매순간 갈등하면서 결국은 선택을 하고 각자의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내는 스스로가, 판단하는 염라이며 동시에 판결 받는 염라인 것이다.

김형관_untitled(우리를부러워하라)_종이에 테이프, 투명 우레탄_103×149cm_2014~20
김형관_꿈_종이에 테이프, 시트지, 투명 우레탄_85×100×5cm_2014~20

이제 지옥은 더이상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무형의 관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실제로도 우리는 지옥을 가깝게 느끼고 시시때때로 언급하고 있다. 입시 지옥, 교통 지옥, 지옥 훈련, 헬조선 등 고통스러운 상황을 '지옥'이란 단어로, 마치 경험해 본 냥 손쉽게 비유한다. 심지어 좋은 물건이 많은 상점을 '개미 지옥' (개미는 개인을 말하며, 이들이 매력적인 상품으로부터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소비하게 만든다는 뜻)이라고 재미삼아 부르기도 하고 화장품 광고에서는 '여드름 지옥'에서 탈출하라고 속삭인다. '지옥'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그리 무거운 것이 아닌 듯하다. 어쩌면 현 세태의 지옥은 '눈물'이나 '걱정' 같은 개념들처럼 흔해진 것이어서, 한 때 위대한 신이었던 염라가 더이상 거창하게 관장하기엔 닳고 닳은 소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김형관_낙원_패널에 테이프, 시트지, 투명 우레탄_100×147cm_2020
김형관_무제(辛염라)_하이글로시 패널에 테이프, 시트지, 투명 우레탄_100×84cm_2020
김형관_辛신_패널에 테이프, 시트지, 투명 우레탄_100×84cm_2020

결국 작가에 의하면 염라는 절대자의 지위를 내려놓고 도처에 깔려 있는 지옥 속에서 매순간 흔한 고통과 아픔을 감각하는 개인의 내면에 자리잡아 현대판 '辛염라'로 재탄생한 것인데,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그런 염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한데 모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건물에 투영된 욕망의 감각, 살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성적 감각, 타자를 이기고 짓밟는 데서 느끼는 짜릿한 우월의 감각, 자연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통제하면서 구축한 질서의 감각 등, 다채롭게 매운 풍경들이 곳곳에 자리잡았다. ●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현대판 지옥의 풍경들을 마냥 비판하거나 긍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활달한 감각으로 오리고 붙이고 그림으로써, 본인의 시선으로 보고 느낀 감각의 지옥을 재현해 내고 있을 뿐이다. 작품 속의 사건들은 생각보다 무심하게 그러나 역동적인 에너지로 표현되고 있다. 울긋불긋하고 알싸하게 강렬한 색감, 번쩍거리며 붙어 있는 셀로판지, 형광빛을 뿜어대는 인공적인 안료들의 조합이 눈길을 찌르듯이 사로잡는다. 묘하게 발랄하고 명랑하게 냉소적이면서도 화려하고 이질적인 풍경들이 관객들을 맛깔나게 초대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맵다.

김형관 작가는 이전의 작업에서도 '아귀'를 소재로 현대인의 군상을 묘사한 바가 있다. 보통 먹을 것에 대한 죄를 짓거나 물질적으로 탐욕스럽게 산 자가 '아귀'가 되는데, 목구멍이 바늘 구멍처럼 좁아 음식을 삼키지 못해서 늘 굶주린다고 한다. 자본주의, 권력, 첨단 과학 등에 대한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동시대 사람들의 속성과도 닮았다. 이처럼 옛 무속 신앙이나 불교 등에서 특정한 소재를 찾아 현재에도 유효한 속성과 가치들을 포착해내고, 거기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의 꾸준한 행보가 재밌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표현하면서도 판단적 측면에서는 계속 유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아귀', '염라', '지옥' 등이 현대인의 삶을 반영한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명확한데 꼭 그 대상들이 부정적으로만 그려져 있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 그러니 이번 전시 또한 열린 결말이자 최종 판단은 관객이자 辛염라, 당신의 몫이 될 것이다. 당신은 작가가 제시한 현대판 지옥의 풍경들에 공감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지옥은 나쁘거나 불행하기만 한 곳일까? 또, 개인의 선택과 의지로 벗어날 수 있는가? 거대한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 안에서 한 인간은 얼마나 주체적으로 선과 악을 판별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과 함께, 이 찰나의 순간 辛염라가 되어 감각의 지옥에 풍덩 빠져볼지 아니면 빠져 나올지는 각자의 자유의지에 맡겨보기로 한다. ■ 김유란

Vol.20200816b | 김형관展 / KIMHYUNGKWAN / 金炯官 / painting.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