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갤러리175_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연구소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175 Gallery175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53 2층 Tel. +82.(0)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비교적 지능이 높은 어떤 동물들은 생존에 직결되지 않는 세상의 현상들에 호기심을 갖는다. 그 호기심은 때때로 그들의 삶의 큰 위협이 된다. 호기심 많은 반려 앵무새는 여러 실내 구조물들에 의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애조인들은 앵무새를 길들이기 위하여 새의 제1 비행깃을 자른다. 비행 능력을 잃은 앵무새는 유리창이나 가스레인지 등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고 주인에게 더 의지하여 둘은 친밀감을 형성한다. ●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창작자들의 동력이기도 하다. 창작자들은 호기심과 대결하기도 하고 호기심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들에게도 호기심은 위험하다. 호기심은 때때로 삶과 무관한 문제들을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호기심을 밀어붙여 도달하는 위기의 끝에서, 이미지와 사유는 생존을 횡단한다. 창작자들은 각자의 세계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립된 방식으로 진화한다. 그 세계 내에서 창작자는 안전하다. 그러므로 더 이상 세계는 위협이 되지 못한다. 어쩌면 이제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바로 옆에서 서로의 세계관에 균열을 일으키는 또 다른 생존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것은 동료다. ● 『윙 컷』은 동료인 두 창작자가 서로를 향한 불길한 호기심과 불가능한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기획이다. 김지우의 작업은 일상의 미지근함에 편차를 만들어내는 파동의 폭과 길이들을 가늠하며, 이 틈을 비집고 돌출하는 삶의 감각들을 미지화한다. 임지지의 작업은 이미 서사가 해체된 세계에서 서정성과 이야기를 재구축하는 탈문학/유사영화/비미술의 대안서사를 모험한다. 두 창작자는 동일한 물리적 시공간에서 거주하고, 두 창작자의 작업은 세계를 향해 열려(혹은 닫혀) 있다.
이 기획에서 두 창작자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 날개를 자르듯, 전시를 위해 서로의 작업을 월담한다. 김지우 작업의 잠정적 서사는 임지지의 작업 전면에 드러난 텍스트의 가시성을, 임지지의 비디오가 가진 행간 없는 타임라인은 김지우의 설치가 가진 자유롭고 무한한 독백을 의식하기 시작한다. 두 창작자의 작업은 하나의 전시 공간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안전함을 위해 가벽을 세우는데, 이는 서로를 향한 은밀한 친밀함에 의해 그 높이가 낮아진다. 두 창작자의 작업은 서로가 가진 고유한 시야각과 동선을 훼손하며 함께 한다. 함께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작업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삽화가 되며 자신들의 감각과 서사의 모험을 전개한다. ● 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비행 능력을 제한하는 것은, 사랑의 결정불가능한 체현이다. 새의 눈을 가리고 가장 바깥의 깃털을 대여섯 장 자르는 장면 안에는, 새를 염려하고 사랑하 는 마음도, 허무한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새의 울적한 몸부림도 읽어낼 수 없는 섬뜩한 가위질만이 있다. 계절이 바뀌면 새 비행깃이 자라난다. 다시 날아오를 수 있게 된 새가 우리 앞에 있다. ■ 김지우_임지지
Vol.20200815d | Wing Cut 윙컷-김지우_임지지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