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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평일은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하실수있습니다. 사전예약은 @gallerylaab_official 통해 가능합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 휴관
갤러리 랩 GALLERY LAAB 서울 종로구 삼청로 75 Tel. +82.(0)10.3520.6672 gallerylaab.com
더 뜨거운 태양 - Spectra ● 유동하는 빛-그림: 새로운 'seeing'을 위하여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고 할 때에는 언제나 사물에 반사된 빛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의 근원은 태양이다. 동트는 새벽, 한낮, 노을 지는 저녁에 이르기까지, 대기층을 뚫고 들어오는 태양 빛은 하루 동안에도 시시각각 변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물은 이 빛의 영향 아래에서 인식되므로, 그 윤곽과 질감, 색감은 매 순간 미묘한 차이를 띤다. 이때 관찰자가 실제로 보는 것은 그가 위치해 있는 시공간에 따라 좌지우지되며, 광원의 위치와 방향, 개수, 색에 따라서 변화한다. 하지만 즉각적인 '봄seeing'의 순간에 이 점을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지필의 사진은 이러한 '봄'을 둘러싼 전제에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시각 경험이 가능한 조건을 실험한다. 우선 「태양의 자화상」(2016) 시리즈는 필름 대신 나뭇잎과 해조류 등을 넣고 태양을 촬영한 작업이다. 여기에는 날마다 달라지는 기상 상태와 시간에 따른 빛의 변화가 고스란히 기록되는데, 태양 빛을 활용하여 태양을 찍어 낸 작업이므로 '자화상'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 각양각색의 자화상들은 '봄'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인 태양 자체가 겪는 계속적인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지각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도 이에 따라 늘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또한 은銀 외에도 지구상의 모든 것이 빛에 반응하는 감광 물질이며, 태양 빛을 받아 지표면에 나타나는 자연 현상도 일종의 커다란 '빛photo-그림graph', 즉 (비은염) 사진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보인다. 다음으로, 「더 뜨거운 태양」(2019)은 '태양의 온도가 지금과 달랐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라는 물음에서 비롯된다. NASA가 위성을 통해 촬영한 실제 태양 사진에, 태양의 온도가 현재보다 더 뜨겁거나 차가울 때의 모습을 상상으로 덧입혀 재구성한 사진이다. 이 이미지는 정적이기보다는 동적인데, 앞선 가정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태양의 외관을 번갈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학적 원리에 근거한 시뮬레이션이자 가상과 현실을 조합한 이 새로운 태양 이미지는, 관람자의 시선을 지구에서 우주 전체로 이동시키면서, 지구에서의 시각 경험이 태양과 관계된 특정 조건 속에서 제한적으로 가능한 것임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더 뜨거운 태양 -스펙트라」(2020) 연작은 근접한 거리에 다수의 태양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를 가정한 초상 사진이다. 보통 인물 사진에서는 부드러운 확산광을 정면으로 비추어 얼굴의 주름이나 흠이 묻히도록 하는데, 「더 뜨거운 태양 -스펙트라」에서는 오히려 측면광과 직접광이 과감하게 활용된다. 인물의 좌우 측면에 각기 다른 속도로 색이 바뀌는 여러 개의 직접광이 설치되는데, 이 인공조명들은 모두 가상의 태양에 대응된다. 이 복수의 광원이 움직이면서 벽면에 다양한 강도와 농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인물의 신체에 대비가 강한 색색의 빛을 입히면서 흥미로운 윤곽을 그려 낸다. 여기서는 인물의 개성과 조명의 변수가 우연히 교차하면서, 말 그대로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관람자는 이 스펙트럼을 통해 한 인물이 비밀스럽게 품고 있는 여러 면모를 (장점은 물론 단점까지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외부의 영향력이 변화함에 따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유동적인 정체성fluid identity'1)을 목격하게 된다. ■ 홍예지
* 각주 1) 진 로버트슨 · 크레이그 맥다니엘, 『테마 현대미술 노트』, 문혜진 옮김, 두성북스, 2011. 93쪽 참조.
Vol.20200815b | 정지필展 / JUNGJIPIL / 鄭址必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