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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20_0814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비영리전시공간 싹 NONPROFIT ART SPACE_SSAC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 2287-1 B1 Tel. +82.(0)53.745.9222 www.staires.co.kr
현대 사회에서 특정 유니폼을 입으며 살아가는 인간 그리고 유니폼의 이미지. 이 이미지는 사회 구조로부터 형성된 인식에 의해 해석된다. 이러한 해석에는 편견이나 고정관념, 스테레오타입이 얽혀있다. 개인의 가치, 이미지가 유니폼의 사회적 이미지로 귀결되는 경향, 당대의 직업과 유니폼의 이미지에 작용하는 사회 구조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는 인식. 나는 일련의 작업으로 이를 드러내 구조화된 틀에 의해 옷을 입혀놓은 인간 모형처럼 존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기록, 획일화된 가치와 인간 상실에 대해 환기하고자 했다. ■ 정민규
유니폼에 함몰되지 않는 삶 ● 문명의 발달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그야말로 정신 없이 살아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낯섦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그저 시대의 흐름에 자신의 몸을 맡긴 채 목적지도 모른 채 방향을 잃고 부유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혼돈의 삶 속에서 발생한 극단적인 합리주의(rationalism), 지나친 효용주의, 이해 타산적 판단, 원초적인 것의 추구 등이 현대 사회에서 양극화 현상을 부추겼다. 한스 제들마이어(Hans Sedlmayr, 1896~1984)는 이런 양극화 현상의 흐름 속에서 인간성은 상실되었으며, 분극화 되거나 분열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현상들을 '중심의 상실(Verlust der mitt)'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중심의 상실』을 통해 현대는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에도 의식되어 있지 않는 것들을 의식하도록 만듦으로써 그것을 새롭고도 직접적이며 자명한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과제가 부여되어 있다고 말했다.
작가 정민규는 「현대인의 모습 -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시리즈를 통해 제들마이어가 언급한 현대사회가 만들어 낸 과제의 일종이자,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중심 없이 가지는 비교적 고정된 견해와 사고, 즉 고정관념(Stereotype)에 대해 사유한다. 그의 작품은 집단화하고 소속감을 주어 일체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복이 사회의 구조화된 틀 속에서 개인의 개성 및 특수성은 무시되고 유니폼이라는 보편성을 통해 일반화 되어버리고 그로 인해 판단되고, 재단되는 현대인의 모습, 아니 나의, 우리의 모습을 상기시키며 보여준다. 나는 결코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란 요행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마치 거울처럼 세세하게 스스로의 모습들을 드러내 보여준다.
작품 속의 주인공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쉽게 마주하고 헤어지는 언제 어디서나 만나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무력으로 범인을 제압해야 할 것 같지만 '책을 들고 있는 경찰관', 가장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지만 '조이스틱을 들고 있는 판사', 생명을 살리는 업인 만큼 고상한 취미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태리 타월(때수건)을 들고 있는 의사' 등 사회에서 전문가이자 나름의 권위 있는 집단이자 세상을 이끌어가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손에는 수갑이나 판사봉, 메스 등이 들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통상적인 생각과 달리 그들의 직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오브제들을 들고 있다. 이런 모습은 보는 이에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선입견이나 통상적인 모습과 다른 모습으로 인해 슬쩍 불편하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은 앞서 언급한 고정관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들은 같은 색의 배경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며, 얼굴은 철사로 만든 구조물로 대체되어 있어 신체 또한 하나의 틀 또는 도구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있는 획일성을 보여준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오브제만이 오로지 다름을 판단할 수 있는 요소이다. 작품 속 각 모델들이 들고 있는 오브제는 그저 작가가 우리의 고정관념과 대비되는 요소를 가져다가 병치시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그의 작품에는 각각의 모델들이 존재하며,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취미생활 혹은 취향을 대표할 수 있는 오브제를 선정 및 반영함으로써 작가의 작업에 대한 섬세한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작가는 획일적인 모습의 그들을 각기 다른 오브제를 통해 하나하나의 주체로서 각각의 대상들이 스스로 직업이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사전적 의미의 자신을 넘어 손에 든 도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개개인의 정체성이란 직업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자신의 기호와 취미 그리고 자신의 주관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개성을 상실한 유니폼에 갇혀버린 개개인의 사회적 관념에 한정되거나 구속된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도구는 작가에게도 작품을 끌고 나가는 도구가 되고 있다.
우리는 비록 개개인의 개성과 자존감 등을 상실해버린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즉 나와 우리와 같은 그들도 현대인으로써,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주체이며, 스스로의 삶을 지탱하는 자신감(self-confidence)을 통해 결코 유니폼 또는 틀이나 형식에 속박되지 아니하고 스스로 존엄한 절대적인 자아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작가 정민규는 조용히 하지만 강한 어조로 속삭인다. ■ 정연진
Vol.20200814c | 정민규展 / JUNGMINKYU / 鄭民奎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