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

이지은展 / LEEJIEUN / 李知恩 / printing.painting   2020_0812 ▶ 2020_0820 / 일,월요일 휴관

이지은_on the street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프레이_91×91cm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월요일 휴관

아터테인 S ARTERTAIN S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32(연희동 708-2번지) 1층 Tel. +82.(0)2.6160.8445 www.artertain.com

너와 나의 시선,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경계 ● 우리는, 지금 이 삶을 살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건 물리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떠올리고 그들에 대한 객관적이면서도 지극히 주관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에 대해서는 그 어떤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없다. 나라고 하는 신체를 통해 나는 나를 볼 수가 없다. 거울에 비친 내가 과연 나일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수 많은 사람들이 보는 내가 과연 거울 속에서 본 내 모습과 같을까. 결국, 나는 물리적으로 (시각적으로) 나를 볼 수 없다. 는 결론으로부터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야말로, 내가 누군가와의 관계를 위한 기초적인 준비가 이루어지는 단계인 듯 하다.

이지은_Skateboard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프레이_193.5×68cm_2020
이지은_Docent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스프레이_90×200cm_2019

우리의 시선을 포함한 감각은 언제나 외부로 향한다. 이는 모든 객관적인 대상들이 외부에 있으며, 우린 그 대상들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우리는 외부에 놓여있는 대상들의 메시지를 읽고, 행동으로 혹은 감정으로 그것들에 대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행동과 감정들은 고스란히 기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다시 기억은, 외부로 향하는 감각들의 에너지로 순환되는 일련의 과정들. 우리가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내가 나를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나의 시선과 감각들이 외부의 무엇과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일단 우리는 서로를 바라 볼 수 밖에 없다. 나에 대한 너, 너에 대한 나의 사색이 시작된다. 우린 서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지은_Head_종이에 드라이포인트_22×16.5cm_2020
이지은_Continual-1_종이에 모노타이프_31.5×28.4cm_2020
이지은_Continual-1_종이에 모노타이프_31.5×21.7cm_2020

해서, 이지은의 실루엣은, 이미 오래 전부터 대상이 되었던 나와 너였다. 그리고 그 너였던 대상이 다시 나를 대상화 시키는 것들로, 바라보고 있는 주체가 반대로, 보여지는 대상이 되는 순간, 너와 나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그 순간을 그리고 있다. 경계의 모호함은 다른 말로, 서로의 소통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경계는 너와 나의 구분이기도 하면서 너와 내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지은_Continual-2_종이에 모노타이프_31.5×28.4cm_2020
이지은_Continual-2_종이에 모노타이프_31.5×21.7cm_2020

모노타이프는, 판화의 여러 기법 중 가장 회화에 가까운 기법이다. 사람 사이의 경계의 모호함을 스탠실 기법(공판화, 종이 등을 오려내고 그 빈 곳에 잉크나 스프레이 등으로 채워서 찍어내는 판화 기법)으로, 실루엣처럼 표현했다면, 너와 내가 바라보는 직접적인 시선에 관한 표현을 위해서, 이지은은 모노타이프 기법을 택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직접적이면서 찰나적인 기법으로서 모노타이프는 회화만큼의 희소성과 함께, 회화가 가지지 못하는 색감과 화면의 질감을 가지고 있다. 그 색감과 질감으로부터 우리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여러 감정들에 대한 단서들을 찾는다. 무엇을 그리고자 했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형식에서 오는 단서들이야 말로 모노타이프만의 색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지은_Continual-5_종이에 모노타이프_11.2×11.2cm_2020
이지은_Continual-6_종이에 모노타이프_11.2×11.2cm_2020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 대상을 객관화 하여 바라보는 세계가 가장 일반적일 것이다. 그리고 나의 내면을 한번 거치고 바라보는 세계가 그 뒤를 이을 것이고, 나의 내면과 너의 내면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가 그 다음을 이을 것이다. 나의 내면을 거치고, 너의 내면까지 거쳐서 바라본 세상은 어쩌면, 너와 나의 경계가 오히려 소통과 합일의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극히 추상적인 우리의 정신활동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드러나는 수 많은 이미지들. 너와 나의 모호해진, 아니 소통과 합일이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경계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다. 그 시작은 내가 바라보는 너였고, 네가 바라본 나의 시선이었다. ■ 임대식

Vol.20200812d | 이지은展 / LEEJIEUN / 李知恩 / printing.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