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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주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09:00am~06:30pm / 토_12:00pm~06:30pm / 일,공휴일 휴관
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82.(0)2.3448.0100 www.songeunartspace.org
일상의 표면 안에서 ● 이미정의 작업은 개인의 일상이 추구하는 외형의 지표 가운데에서도 거주의 내부에 관심을 갖는다.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도 사회적 좌표 안에서 자신의 삶이 지닌 위치값을 가늠하려는 기호들로 가득 채워진다. 우리는 빈번히 한껏 장식된 거주의 이미지에 선망과 욕망을 느낀다. 여기에는 스스로의 삶의 질을 계층적 조건에 맞추고 취향을 드러내려는 태도가 뒤섞여 있다. 자신의 신체를 장식하고 과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적인 일상의 영역을 내보이려는 것에는 자신이 보유한 계층적 위치와 코드에 남다른 차이를 부과하려는 욕구가 내재되어 있다. ● 이미정의 작업은 이러한 기호들을 욕망하고 소유하고 발현하는 일상의 표면을 이미지로 드러낸다. 그것은 사물이나 장식이 되고, 창문과 풍경이 되고, 또는 그 이미지 자체가 된다. 실내의 표면은 모두 기능과는 무관한 '그림 같은 풍경', '고급스런 실내', '값비싼 물건들'이란 함의를 대신한다. 또한 이것은 어떤 요구에 대한 끊임없는 대답이기도 하다. 편안한 삶을 살고 있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경제적 사정을 묻는 말에 대한 에두른 답변, 부실한 실내를 숨기려는 허둥댐 같은 것이, 꾸미려는 의욕, 가리려는 시도 안에 상존한다. 이미정은 이처럼 삶의 외형에 자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답하려는 태도 사이에 쌓인 단층의 모양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는 단층은 오늘의 삶에서 암암리에 드러나는 아비투스에 대한 비판적 제시이기보다, 일상의 표면에 깃들어 있는 오늘의 존재 방식을 독해해 나가는 것이다.
이미정의 작업 방식은 평면의 조립과 배치를 통해 입체로 구축되어 간다. 그러나 그 입체가 기능이나 사실성을 띤 구체적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업은 극도의 평면적 구성과 입체적 구조의 틈에 경첩처럼 위치하며 평면과 입체를 단단히 잇는다. 이는 그의 작품을 관습적 장르로 고착시킬 수 없는 모호함을 낳고, 그의 작품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구체적 사물로 호명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의 작업에는 일상적 대상의 표면에 투사되는 어느 존재의 위치와 그 표면의 두께를 사방에서 바라보는 공간이 늘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 즉 그것은 구체적인 사물의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공간 속에 우리를 자리하게 만든다. 예컨대 「Daily pledge」 와 마주할 때, 장식 몰딩의 유리창에는 평온한 일상의 서사가 내재되어 있다. 그의 작업에 자주 등장하는 눈의 이미지는 그런 평온한 일상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구멍이자 우리의 일상을 투사하는 통로가 되어, 유리에 드리워진 하얀 호흡을 우리의 숨으로 바꾼다.
또한 「Picturesque #01, #02」에서 드러나듯, 창밖으로 어떤 외부의 풍경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선망에는 "그림 같은 풍경", "갤러리 같은 집"이라는 흔한 비유처럼 이상화된 예술이 암묵적으로 가담하고 있다. 특히 「Sky blue: layered landscape」는 이번 전시에 가장 큰 스케일의 작업으로, 정연한 선반들, 활짝 열린 아치형의 창, 그 창 너머의 푸른 하늘의 풍경이라는 다층적 구조를 갖는다. 이것은 외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 창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이 예술의 권위로 특징지어지는 생활의 가치에 대한 욕망과 연결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욕망은 결국 선반도 아니고 창도 아니며 하늘도 아니며 풍경도 아닌, 실제 갤러리의 텅 빈 흰 벽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처럼 일상의 상투적 욕구와 공모하는 예술을 다시 미술의 장소 안으로 옮겼을 때의 기시감은 현대적 삶에서 통용되는 미적 기호의 속성과 예술 간의 대칭적 강박을 목도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 전시는 크게 두 공간의 흐름으로 볼 수 있는데, 입구를 중심으로 좌측 벽면에 걸린 작업들과 우측으로 펼쳐진 실내 공간의 설치가 그것이다. 먼저 좌측 벽면의 작업들은 주로 창과 벽면 장식, 선반의 모티브를 중심으로 병렬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여기서는 바닥에 있을 법한 사물의 형상들까지 모두 벽으로 끌어올려지는데, 「2-person rug」, 「Moveable entrance」는 대상의 일반적 위치에서 외형을 떼어내고 이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동시킨 결과이다. 이 같은 위치상의 간극은 이미정의 작업에서 일상 속 사물을 둘러싸고 노출되는 무수한 사회성을 하나의 독립적인 이미지로 환원시킨다. 이는 삶의 공간을 이미지로 만들어 노출하려는 욕구와 사물을 이미지로 거래하는 소비의 형태 모두를 아우르며 융기한 독립상이라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그의 작업은 어디에 위치하고 무엇과 어떻게 배치되는가에 따라 수많은 문맥의 변용을 거듭하며 확장된다. 전시장의 우측 공간에 설치된 어떤 실내의 모습은 바로 이런 과정의 결과이다. 선반이 된 벽난로 위에는 꽃장식과 풍경이 놓이고, 난로의 불은 공간 한 켠에 불의 형상으로 겹겹이 타오른다. 벽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장식 몰딩에는 상투적인 문구가 적혀 있지만, 어떤 의미도 없이 부유하고 있다. 두 개의 고급 액자 모양 안에는 베일에 싸인 소파의 형태가 작은 눈으로 우리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어딘가 익숙한 이 공간에서 기실 익숙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곳의 사물은 마치 장기의 말처럼 거주의 공간을 극적으로 점유하는 장치의 이미지이다. 우리는 그가 만들어 놓은 공간 안에서 안락하고 윤택한 삶의 이미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삶의 이미지가 갖는 기묘함을 본다. 그리고 이 낯선 공간을 만든 것은 안정된 삶의 기표에서 떼어낸 가상의 표면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표면은 결코 소유되지 않는다. 이는 「Breakfast at HOME」에서 정연한 난간 너머로 보이는 풍성한 커튼 뒤의 내부를 결코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미정의 작업은 본래의 대상이 지닌 서사의 내부까지 압착하면서도, 그것을 포화된 허구의 형태로 드러낸다. 이미정의 이미지가 갖는 단순화된 형태는 대상의 압착과 포화가 일어난 결과이며, 이것은 어쩌면 일상적 삶에서 그리게 되는 더 나은 생활에 대한 욕망이 머릿속의 이미지로 흔들릴 때의 모습이다. 우리는 그것이 허구임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의 위치를 자문하고 대답하고, 은폐하고 드러내려는 것은 마치 언젠가 드리워진 저 커튼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리라는 몸짓에 다름아닐 것이다. ■ 구나연
SANWICH TIMES ● 이미정은 집을 꾸미는 데에서 자주 드러나는 양태들, 유통되는 이미지들을 그래픽적으로 재현하여 개인의 욕망이 묻어나는 부분을 조명한다. 구현된 얇은 부피의 오브제들은 회화로 꾸며지고 한 공간에 여러 개의 장면을 배치하여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 전시 제목인 '샌드위치'는 작가에게 중의적인 의미를 뜻하고 있다. 하나의 물체지만 여러 요소가 필요하고 모두 중첩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이는 온전히 홀로 존재하기보다는 다양한 레이어 – 현재 속해있는 세대와 그 전후 세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하는 것,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등 – 사이에 끼어있는 작가, 그리고 우리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지난 개인전 『The Gold Terrace』(2018)에서 이미정은 사물의 기능성과 효율성에 중점을 두며 좁은 공간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 형태의 오브제들을 선보였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셀프 인테리어 문화에서 젊은 층에게 큰 호응을 얻은 가구들로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벽면과 바닥에 주목해 우리가 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층 넓은 시야로 이어간다. 집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거주하는 장소가 아닌 개인이 소유하고 싶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범위가 확장되면서 개인이 사회에 내비쳐지고 싶은 이미지에 도달하기 위해 쏟는 노력과 현재 형편 사이의 간극을 탐구한다. 밝고 경쾌한 색감의 작업들은 문득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면서도 사회 구조의 문제를 또렷하게 마주하게끔 요구하고 현시대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장면은 마치 스크랩북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길게 늘어뜨려진 하나의 화이트큐브 안에 다채로운 장면이 포착된다.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Daily pledge」(2020)는 평상시 집 밖을 오갈 때 제일 먼저 접하는 현관문의 역할을 한다. 표면에는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낙서를 한듯한 흔적이 보이면서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한 제스처가 묻어나는 캐릭터의 눈 모양이 채워져 있다. 「Wall system for concentration」(2020)에서도 펼쳐지는 이러한 이미지는 단지 표면 안에서 머무르지 않고, 레일 장치를 추가해 작업을 좌우로 열었다 닫고, 펼쳤다 접으며 매번 다른 모습을 비춘다. 움직임이 부여된 평면화는 변화하는 위치와 환경에 따라 적응해가야 하는 현 세대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교차된다. ● 작가는 회화성과 평면 작업에 대해 「Wall system for Black square」(2020)로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거실을 꾸미기 위한 인테리어 제품 '아트월(art wall)'은 사실상 액자 프레임과 다를 바 없다. '아트'가 지니는 본래의 이미지는 집 안에 들어서서 이용되는 순간 미묘하게 변형되고, 새로운 인상이 더해진 '아트'가 다시 한번 갤러리 환경으로 잠입하는 장면이 전개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예술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어떤 형상, 이미지로 소비되는지 이야기한다. 전시장 외부에 설치된 「Sky blue : layered landscape」(2020)는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한강 뷰의 창문을 묘사한 것으로 잠시나마 그 여유를 느껴볼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을 목격하면 '그림 같다'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창을 통해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이 재현된 장면은 그림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회화로 인식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작가는 관객 개개인이 자신만의 시점으로 전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이채원
Vol.20200812c | 이미정展 / LEEMIJUNG / 李美貞 / paint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