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문화체육관광부_(재)예술경영지원센터_예비 전속작가제 지원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요일(사전예약제)_0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라흰갤러리 LAHEEN GALLERY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50길 38-7 Tel. +82.(0)2.534.2033 laheengallery.com
체험을 통한 문명의 독해 – 그 섬세한 감성에 대하여 ●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은 진솔한 삶의 기록을 통해 자신이 속한 시대를 기록하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는 내밀한 개인사를, 또 경우에 따라서는 시대적인 담론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물론 어떤 경우든 그 시작과 핵심은 작가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에 의해 포착된 형태와 색채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작가 진광영은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이미 국내에서 몇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그의 역량과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인 바 있다. 그의 작업은 사회적인 이슈나 특정한 사건에 집중하거나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일상에 대한 솔직한 감상과 기억, 그리고 이에 대한 사유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특히 다분히 일상적이고 소소한 상황이나 현상을 통해 스스로의 사유를 확장시켜 개별화하여 조형화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그것은 개인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문화사적인 담론이나 서사적인 장면으로 확대되며 보는 이를 자연스럽게 화면 속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다. 특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지나치게 무거운 난해한 주제를 선택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자신과 그 주변에서부터 채집된 이야기들을 조형적으로 가공하여 표출하기에 그의 작업은 그만큼 진솔한 개성이 두드러진다.
이번에 선보이는 그의 작업은 한국과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생활하는 과정에서 수집된 박스들을 이용한 독특한 형식의 작업들이다. 박스를 해체하여 화면의 지지체로 삼음으로써 사각의 정형화된 화면 형식을 탈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규칙한 직선들은 또 하나의 조형 요소로 적극적인 작용을 한다. 박스들은 그 자체로 일정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작가가 굳이 오스트리아와 우리나라에서 채집된 박스들을 작업에 차용한 것은 고전적인 회화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우선 읽히는 것은 바로 박스로 상징되는 문화와 공간, 그리고 인간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동서라는 서로 다른 문명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밖에 없는 문화적인 충돌과 이에 대한 해석이 바로 작품의 기본적인 동인이라 읽힌다. ● 사실 동서 문명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자연관 세계관, 인간관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고전적인 경직된 해석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현대문명에서도 그 본질적인 차이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작가는 서로 다른 두 문명의 공간에서 채집된 박스들을 통해 같음과 다름을 확인하고, 이를 한 화면 위에서 융합함으로써 시대성이나 역사성 등 서로 다른 정체성들을 수용해낸다. 이는 문명에 대한 비교나 비판이 아닌 같음과 다름을 확인하고 이를 하나의 화면에 수용함으로써 현대, 혹은 오늘이라는 보편적인 새로운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작가 자신의 삶이 우리나라와 오스트리아라는 서로 다른 문명의 상징적 공간에서 이루어졌음에 대한 성찰의 결과일 것이다. ●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현대 물질문명은 효용과 실질이라는 가치를 획일화된 직선을 통해 구현한다. 작가의 박스들은 정연한 직선의 조합의 반복적인 나열이다. 서로 다른 모양의 박스들은 당연히 독립적인 정체성을 지닌 것들이다. 이는 아마 작가가 경험하며 마주친 서로 다른 문명들 속에서의 다양한 인물들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다양한 문명적,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인물들은 현대문명의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질서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상황을 수용하곤 한다. 그것은 종종 작은 일화를 동반한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문화적 충격을 야기하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이 개인의 경험이나 기억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명과 사람 등과의 교류를 통해 융합되어 새롭게 해석되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박스를 이용한 비정형적 화면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파스텔 톤의 색채들로 가득하다. 그것은 맑고 담백한 색채 심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으로, 고전적인 회화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그의 화면은 화려하지만 소박하고 장식적인 동시에 보는 이의 참여를 유도하는 여유롭고 오묘한 매력이 있다. 성근 붓 터치와 색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그의 화면은 바로 작가 자신의 섬세한 감성과 예민한 감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색채의 안온함은 바로 작가가 바라보는 자신과 주변에 대한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능적이고 기교적인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 내면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는 감성의 솔직한 토로라 여겨진다. 우리는 그의 작업을 굳이 인상파 등 기성의 미술사조에 빗대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배경과 그만의 개별적인 독특한 감성에 보다 주목되고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 오늘날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문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시대이다. 이는 인류가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문명 상황이다. 기계문명의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 가치는 오로지 예술에 의해 보존되고 존중될 것이다. 더불어 인간과 문명, 그리고 자연에 대한 성찰은 오늘날 문명이 당면한 가장 핵심적인 화두일 것이다. 이른바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던 보편성의 가치는 지역적 차별성과 특수성으로 대체되었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상이한 문명을 체험하며 느낀 바를 작품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기성의 담론에 휘둘리지 않는 개별적인 것으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현대미술의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양식이 아닌 내밀한 성찰과 사유를 마치 맑고 정갈한 수필처럼 꾸밈없이 서술하고 있음이 돋보인다. 이는 그것이 전적으로 자신의 체험과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다양성을 전제로 한 현대미술의 상황에서, 그리고 지역적 차별성과 특수성이 존중되는 현실에서 작가의 출현은 사뭇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어쩌면 이 시대가 갈구하고 있는 중요한 핵심에 접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조건과 단서들을 작가는 이미 일정 부분 확보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 김상철
이번 작업은 국가나 인종 혹은 문화를 뛰어넘는 보다 실질적이며 시대상 자체를 화폭에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삶의 여러 형태에서 '개인'이라는 모티프를 시골과 도시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상 속의 여러 개체 (건물과 자동차 오토바이 트럭 등의 이동수단 )와 주유소라는 특정 장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한다. 특히 과거의 근본적인 에너지원이었던 석탄, 석유, 그리고 원자력 나아가 포터블 전지로 변화하는 현 과도기적 상황에서, 내가 바라보는 지금의 군상이 아들러가 살던 당시 유럽 오스트리아 빈의 세기말적 시점과 그(아들러)의 관점에서 동일한 고민과 담론이 존재하며 어느 정도 그 분위기가 지금과 일치하고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 나는 다양성과 개성이 강한 개개인들로 구성되었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현대인들의 내면에, 사실상 별반 다를 것 없는 단조롭고 획일화된 과거의 기억이 자리하는 가장 큰 이유를 형이상학적 접근을 통해 그려낸다. 그리고 그 과거가 담긴 일종의 풍경화를 바라보며 큰 괴리를 느끼지 못하고 금세 각자(개인)의 뇌리에 흩어져 있던 과거 속 이미지 파편들의 조합이 기억을 소환해 내고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대목(융의 집단무의식 이론과도 일치)에서 개인심리학적 측면의 회화 인식법이 가능하다는 논고의 그림을 그려가는 중이다. ■ 진광영
Vol.20200811a | 진광영展 / Danue YOUNG JIN / 多鈕 陳光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