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주관 / 서울시립미술관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서울혁신파크 SeMA 창고 SEOUL INNOVATION PARK_SeMA Storage 서울 은평구 통일로 684(녹번동 5-29번지) 서울혁신파크 5동 SeMA 창고 B Tel. +82.(0)2.2124.8813 sema.seoul.go.kr
얼룩진 소금밭을 또 다시 직면할 이유 ● 몇 년 전 신안의 염전에서 임금 체불, 폭행, 비인간적 노동 환경에 내몰린 이들의 이야기가 미디어의 수면 위로 올랐던 적이 있다. 각종 시사 프로그램은 가해자가 누구인지 또 피해자는 얼마나 처절한 시간을 견뎌야 했는지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리고 2020년 5월,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을 보며 국민들은 또 한 번 분개한다. 그때와 지금, 우리는 여전히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하승현은 사회적으로 쉽게 잊혀지는 현실들을 좇으며, 흐릿해진 근과거를 재소환하고 문제시한다. 모두가 신안에서 일어난 비극을 잊어갈 때 즈음 그는 이 사건을 다시 한번 짚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그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허무맹랑한 것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카메라는 결국 타자로서 작가가 가졌던 응시를 반영하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피사체는 필연적인 대상화의 과정을 거친다. 적어도 그는 거기에 있었지만, 그곳에서 확인한 것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담보하는 기록성이 보여주는 구멍들이며 끝없이 한계에 부딪히고 마는 불완전한 시선의 그림자였다.
사진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프레임 안에 현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한계를 수용한 이후, 하승현은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제시한다. 화면에는 얼룩진 표면의 염전 바닥과 불규칙한 격자무늬가 드러난다. 현장의 참혹함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고요하고 적막한 이미지는 언뜻 피해자들의 고통을 탈각시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동시에 그의 카메라는 보고자 하는 대상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그것으로부터 무심하게 멀어져 있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결코 무엇도 숨기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그 문제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The Pale Red Dot」(2018-2020)과 「Salt Pond」(2018-2020) 연작은 사건이 일어난 장소와 억압받은 개인의 존재를 또렷하게 직시한다. 노동자들이 염전에서 도망가더라도 쉽게 눈에 띄도록 고용주들이 강제로 입혔던 붉은색 작업복은 희미한 작은 점(pale red dot)이 되어 화면의 이곳저곳에 먼지처럼 떠다닌다. 또한 사진의 각기 다른 색감과 질감들은 사회적 논란 이후 상승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운영이 중단되거나, 국가 주도의 태양광 발전사업으로의 전환을 이유로 방치된 염전 작업장의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기이한 장면들의 기록이다. 즉 일련의 풍경은 다루고자 하는 현실의 물리적 상황과 사진의 형식 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진술하고 있다. 단지 이 모든 사실은 수용자의 읽기의 습관에서 쉽게 간과될 뿐이다.
카메라가 타자를 너무 가까이서 혹은 극적인 스펙터클로서 다룰 때, 보는 이는 쉬이 그것에 반감을 느끼거나 비난한다. 하지만 역으로 사진이 리얼리티를 눈의 영역 밖으로 밀어낼 때, 우리는 이미지에 포획된 것 너머의 의미를 쉽게 놓치거나 용인한다. 하승현의 렌즈는 그것이 담고자 하는 진실의 어두운 단면보다 그 장소가 가감없이 보여주는 외적 조형성을 무던히 응시하는 것으로써, 타인의 고통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형적 스펙터클이 되는 오류를 피해 가고자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읽는 행위를 통해 사진에 얽힌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생경한 풍경이 되어 관객에게 성큼 다가선다. 요컨대 대상으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되 최소한의 시각적 단서들을 화면에 남기는 전략은 작가가 다루고자 했던 문제의 본질로 보는 이를 극적으로 소급시킨다. 관객은 추상에 가까운 이미지와 구체적인 사건 사이의 공백에 서있게 되며, 비로소 그가 제시하는 물음표와 마주한다. 전시 『The Pale Red Dot』은 단일한 사건을 조명하고 있음에도 오늘날 어딘가에서 반복되고 있을 노동을 둘러싼 일상적 폭력과 비극, 그리고 대중의 망각에 관한 문제들과 공명한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으며 그들은 또 어떻게 잊혀 가는가? 천문학적인 숫자의 이미지들이 쏟아지는 매일 속에서 사진을 쉽게 소비하는 것처럼, 당장 눈앞에서 비켜서있는 주변의 이야기들을 너무 쉽게 흘려보내지 않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가 아니라 그들을 향한 시선의 지속이 아닌가? 그리고 사진은 그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전시장에서 돌아 나설 때 안고 가야 할 것은 하나의 답이기보다는 더 많은 질문들에 가깝다. ■ 박지형
The reason to face with the stained salt fields ● A few years ago, news about slavery, exploitation, assaults, and inhumane labor environment in the salt farms in Sinan made the headlines. Various current affairs programs reported on the perpetrators, and the excruciatingly miserable time the victims had to endure. In May 2020, people were infuriated again when a security guard of an apartment in Seoul committed suicide after having suffered through a period of violence and assaults from a resident of the apartment. What are we still missing, then and now? Seunghyeon Ha pursues the realities that are easily slipped into public oblivion, reviving and casting a critical outlook on the faded recent past. When everyone else started to forget about the Sinan tragedy, he visited the site with the intentions to retrace the incident. However, it did not take a long time for Seunghyeon Ha to realize the fact that his assurance in documenting exactly what he sees and feels is entirely absurd and groundless. The camera is bound to reflect the gaze of the artist as the other, and the subject unavoidably goes through the process of objectification. Although he was physically there, all that he could find were blind spots within guaranteed documentarity of photography and shadows of the imperfect gaze that endlessly confronted limitations. ● After accepting the limitations of photography to capture reality explicitly within the physical frame of the photograph, Seunghyeon Ha proposed the following images. The surface of the work reveals inconsistent grid patterns and blotchy surfaces of the salt fields. The calm still images are drastically contrasted with the atrocities of the site, almost eliminating the traces of the victims' sufferings from the place. At the same time, his camera remains its far distance from the subject until it's almost disappearing. However, his photographs ultimately never hide or exaggerate anything, nor does he run away from it. The Pale Red Dot (2018-2020) and Salt Pond series points clearly and directly at the site where the incidences took place and the presence of the oppressed individuals. The red uniform the employers forced the laborers to wear so that they can be easily spotted even if they run away from the salt fields, become pale red dots, floating around throughout the surface of the work like dust. Indeed, the different colors and textures of the photographs are the documentation of bizarre landscapes - due to environmental changes in the salt farms, either abandoned due to a state-led solar power generation project, or no longer operated because the employees couldn't handle the increased labor costs after the incident became a social controversy. In other words, the series of landscapes represent a close correlation between the real situation of incident and the form of photography. Only thing is all these facts is easily failed to be noticed by the viewer as a result of their habit of reading images. ● When the camera captures the other in too close of a distance or as an extreme spectacle, the audience can easily feel a sense of hostility or criticism towards it. Reversely, when photography pushes reality outside of the realm of vision, it's easy for us to lose or tolerate the meaning that lies beyond what's captured in the image. Rather than looking at the dark cross-section of reality that Seunghyeon Ha intends to capture, he gazes at the external visual formative elements of the site, presented in its pure bare state. And by doing so, he tries to avoid the trap of creating the typical spectacle which proclaims the sufferings of the other. When the reality comes to the front, however, every single factor turns into an uncanny view to the viewers. In short, the strategy of distancing as much as one can from the subject while leaving the minimum visual clues in the image dramatically draws the viewer back to the essence of the issue the artist is dealing with. Standing in the gap between the image which nears abstraction and the specific events, the viewer at last comes face-to-face with the questions raised by the artist. While 『The Pale Red Dot』 focuses on a single event, it also resonates with the daily issues such as violence and tragedy surrounding labor that's repeatedly taking place somewhere today, as well as the problem of public oblivescence. How is it different now than before, and how is it becoming forgotten? Aren't we blindly passing by the stories that lie in the margins of our lives, just as quickly as we consume the astronomical number of images that pour out in our daily life? Isn't what's most important the continuation of our gaze on them rather than trying to what them in a short distance? And what stories should the photography tell about them? When we leave the exhibition, what we bring with is not a single answer but multiple questions. ■ Jihyung Park
Vol.20200809b | 하승현展 / HASEUNGHYEON / 河承顯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