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바다

사진집단 이꼴展   2020_0722 ▶ 2020_0802 / 화요일 휴관

김애란_죽은 듯 실눈 뜨고_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2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김애란_남기성_박용하_오영진_이덕영_이병권 장복수_정기준_최해진_한재수_홍성일_황성수

관람시간 / 10:00am~07:00pm / 화요일 휴관

뻘다방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선재로 55 Tel. +82.(0)32.889.8300

바다는 인간 삶의 원천이다. 깊고 드넓은 바다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 까? 인간은 육지만큼 바다를 알지 못하지만, 미지의 보고(寶庫)인 바다는 소중히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자 희망이다. 인간과 바다의 인연 속 천태만상을 담은 작품을 통해 '사람의 바다'란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져 본다.

김애란은 사람의 미식을 위해 횟집 수족관에 진열된 어류를 담았다. 제단에 바쳐진 제물처럼 인간에게 선택받음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바다에서 위용을 자랑하던 큰 집게는 꽁꽁 묶여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닌 죽은 듯 실눈 뜨고 있는 횟감 대기 어류를 보며 나 또한 보이지 않는 속박에 묶여 있지는 않나 의문을 가져 본다.

남기성_304개의 조개껍데기들_피그먼트 프린트_110×165cm_2020

남기성은 해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개껍데기를 담았다. 한 때는 살아있는 생명이 있었지만 껍데기만 남아 밟혀 깨지고 가루되어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다. 바다와 304는 어떤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다. 안산시 탄도, 대부도 일대 해안가에서 조개껍데기 304개를 채집해서 각각 개별 촬영하고 한 장에 배열하며 희생의 넋을 그려 보았다.

박용하_또 다른 자아(alter ego)_피그먼트 프린트_150×100cm_2016

박용하는 물이 빠져 나간 바다 갯벌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문제를 숙고하면서 근원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삶이 의미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소박한 이미지 작업은 아우라를 한 꺼풀 벗겨내는 일이다. 물이 빠져나가 바다처럼 외형의 나를 버리고 무의식에서 떠도는 '또 다른 자아'를 찾아 의식화하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이다. 또 다른 자아를 찾는 과정은 아우라의 죽음을 부르고 이를 통한 스스로의 자아와 매일 이별과 해후를 반복한다.

오영진_자연산_피그먼트 프린트_20×30cm_2010

오영진은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있는 사람들을 담았다. 물이 빠진 그곳은 마치 멀리 보이는 발전소 가동으로 모든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침범해 보물을 찾는 듯하다.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은 자연을 어디까지 파헤칠까. 이제는 바다는 인간의 거대 양식장이다. 자연산이라는 망상뿐 바다가 저 발전소를 삼켜 버릴 수 있다는 생각는 하지 않는다.

이덕영_포말이야기_피그먼트 프린트_40×50cm_2015

이덕영은 여행 중 페리호 뒤로 물을 가르며 달리는 힘찬 여객선의 추진력으로 생기는 포말을 담았다. 배가 지나는 물위는 요동치며 신비로운 새하얀 포말로 변신하고 순간에 사라진다.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넓이나 형체를 가지지 않고 무엇으로도 나눌 수 없는 궁극적인 실체를 '모나드' 했다. 어쩌면 순간 모습을 보이고 사라지는 저 포말이 바다를 이루는 모나드란 생각을 한다. 배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포말이 배를 움직이게 한다며…….

이병권_바다_피그먼트 프린트_30×50cm_2010

이병권은 미술관에 전시된 대형 바다 그림을 프레임 안에 담았다. 2020년은 코로나 펜데믹은 우리를 집에 가두어 버렸다. 각박한 세상에 자연풍광만큼 인간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것 있을까? 그 만큼 바다는 인간이 담을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동경의 대상이다.

장복수_Rock Face_피그먼트 프린트_150×100cm_2020

장복수는 해안의 암벽을 보며 세월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바닷가 암벽은 수만 년의 세월을 거쳐 저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지금도 계속 모습을 바꾸고 있다. 단지 사람의 시간과 암벽의 시간이 다를 뿐 어느 누구도 암벽의 세월을 말할 수 없다. 오직 바다만 말할 수 있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했듯, 멍하니 해안암벽 앞에서 과거를 희망하고 현재를 관통해 미래를 회상한다.

정기준_1997년 시화호_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1997

정기준은 잃어버린 바다를 담았다.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 진행이 될 까? 바다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건만, 바다를 잃어버린 생명들은 그렇게 개발이란 미명하에 이름 없이 사라져 같다. 고대 화석처럼 퇴색해 버린 뼈조각들은 어쩜 인간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최해진_사람의 바다_피그먼트 프린트_80×45cm_2020

최해진은 불면의 밤 한가운데서 칠흑에 싸인 바다를 보며 삶 망상에 사무쳐 본다. 밤바다는 그저 파다소리만 들릴 뿐, 자신을 내던지며 자책에 사로잡혀 보지만, 그저 속절없이 들려오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 하지만 어둠 넘어로 손에 닿을 듯 희미하게 보이는 고깃배의 집어등에서 한 가닥의 빛을 본다. 사람의 바다는 희망적이라고... 그리고 깨닫는다. 안개에 휩싸인 바로 이곳 아파트단지가 인간세상의 거대한 바다라며…….

한재수_공생8호_피그먼트 프린트_30×40cm_2011

한재수는 사라져 가는 염전을 담았다. 천일염은 바람과 햇빛 그리고 바닷물의 신비로운 조화로 태어난다. 공생8호는 실향민들이 생계를 위해 일군 염전 중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 곳이다.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사람과 함께 삶을 풍요롭게 이어주던 공생 8호는 전쟁의 기억만큼이나 사라지며 잊혀져 가고 있다. 마치 소금이 바다에서 온 것을 망각하는 것처럼…….

홍성일_행운의 메시지_피그먼트 프린트_40×60cm_2020

홍성일은 작은 무지개를 담았다. 무지개는 수분과 빛의 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자연현상이지만 인간에게 행운, 희망을 상징한다. 바닷가에 부서지는 파도에서 순간 현출되는 무지개를 담아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을 선물하고 싶었다. 용기와 희망은 작은 순간에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며…….

황성수_텅 빈 충만_피그먼트 프린트_50×70cm_2019

황성수는 7월 폭염, 염천(鹽川)에 멱을 감으며 도심의 빌딩숲을 빠져 나온다. 남서쪽으로 발길을 돌려 다다른 곳, 바다, 텅 빈 時空, 혼자라서 외로운 곳이 아니라 오롯이 자기 자신과 맞선 곳이기에 충만하다. 비어 있어서, 혼자라서 오히려 더 충만하다. 사람은 때론 이런 충만함으로 자기 자신을 가득 채워야 하리라. 텅 빈 바닷가에 머물러야 하리라. 오늘 당신은 이 바닷가에서 무슨 생각에 잠기는가? ■ 사람의 바다

Vol.20200722e | 사람의 바다-사진집단 이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