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고안철_김도균_김무영_김진현_김효재_노상호 손윤원×라나 머도키 Lana Murdochy_업체eobchae×류성실 이미혜_이우성_이윤서_전민제_정아사란_치명타_한재석_홍민키_홍채연
주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획 / 강성은_이은주 자문 / 이관훈 진행 / 금지원_김유빈_김해리 전시 디자인 / 길종상가 그래픽 디자인 / 물질과 비물질
전시일정은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오후 6시 30분까지 입장가능 온라인 사전 예약시 네이버에서 '아르코미술관' 검색 후 예약페이지에서 사전예약 신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ARKO ART CENTER 서울 종로구 동숭길 3 제1,2전시실 Tel. +82.(0)2.760.4850 www.arko.or.kr www.facebook.com/arkoartcenter
내가 사는 피드 ● 트위터로 팔로잉하는 뉴스를 읽고, 어제 밤 핀터레스트에 저장한 레시피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인스타그램에 지인이 올린 전시 전경을 보며 직접 방문할지 말지 결정한다.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지 않는 나조차도 어느덧 이처럼 주위 관계들 속에 형성된 새로운 피드와 알고리즘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다. 알고리즘이 판단하는 내 정체성의 싱크로율에 맞춰 제공되는 정보들은 반복되는 횟수의 빈번함에 따라 일상 속에 점점 어떤 자리를 차지하면서, 나의 일부가 되고 내 생활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이렇게 형성된 세계는 물리적인 나의 연장일수도, 역으로 유행하는 정보 값들이 내게 주입하는 시스템일 수도 있다. 이 아슬아슬한 경계선 상에서 우리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고간다. SNS에 노출되는 사적 풍경은 만민에게 읽히기 위한 일기장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동시에 공공적이기도 한 전례 없는 공간을 경험시킨다. 이처럼 일상을 잠식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그물망에서 미술의 물질성은, 미술의 취향은, 미학의 문제는, 미술의 유통은, 그 수용자 계층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 2019년 봄, 대안공간 세대의 기획자 3인, SNS 환경과 밀접한 20-30대 미술이론 전공자 3인의 공동 리서치에서 시작한 이러한 관심사가 어느덧 하나의 전시로 완성되었다. 우리는 애초에 2010년대 이후 신생공간을 토대로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에게 SNS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거나 작품 세계를 소통하는 중심 플랫폼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업의 주요 기반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리서치를 통해 실상 SNS가 이미 특정 세대를 넘어서는 창작의 요건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전시는 SNS 소통 채널을 방법론으로 삼거나 그 속성을 활용한 작품들을 모아봄으로써, SNS가 일상화된 시대의 새로운 예술 현황을 매핑(mapping)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시 안에 SNS 이미지의 가벼운 속성이나 기술적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작업들, SNS 콘텐츠에 내재한 욕망과 이데올로기를 다룬 작업들, SNS 상에서 형성되는 가상적 정체성을 성찰하거나 SNS를 문화적 지리적 차이를 넘어서는 소통의 매개로 삼는 작업들의 다양한 양상을 얽히게 하여, 끝없이 갱신되는 소셜 미디어의 피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상황을 반추해보고자 했다. ● 이 전시 역시 수많은 피드 속에서 재생산될 수도, 전시 직후 휘발되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SNS가 코로나19 상황에서 필연적인 소통 채널로 진화해버렸고, 기획진 간의, 작가들과의 오프라인 만남은 SNS라는 공동의 관심사 때문에 세대 문화의 격차를 넘어 한층 더 즐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 이은주
노상호 ● 나는 매일 인터넷이나 SNS 속 저화질 스톡 이미지를 기준 없이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한 이미지들을 A4 종이에 '먹지'를 덧대고 베낀다. 이 과정에서 작은 요소들을 추가하거나 또 다른 이미지를 몽타주 하며 동시에 이야기를 짓고 SNS에 업로드한다. 나는 스스로 인터넷 가상 환경과 현실의 쏟아지는 이미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얇은 사람'이라고 칭해왔다. 그것이 '먹지'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들어온(input) 자료들과 재생산/재배치되어 나가는(output) 생산물들 사이에 '나'라는 사람이 아주 얇은 '먹지'처럼 존재하는 것이다. 챕북(chapbook)은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한 싸구려 책이다. 행인들에게 가볍게 읽힌 후 버려지는 챕북처럼 「The Great Chapbook II」는 연결되지 않는 배경을 덕지덕지 이어 붙인 퀼트에서 과시하듯 튀어나오는 이미지의 집합이다.
홍채연 ● 유명 미술기관, 내셔널지오그래피, 여행가, 패션쇼, 동료 작가 등 팔로우하는 다양한 인스타그램 속 정방형 피드를 회화 프레임으로 옮기면서 상상을 거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든다. 방대한 세계 속에서 개인이라는 존재가 우주의 먼지와 같다는 것을 경험하며 하나의 피드처럼 이미지를 조각조각 채운다. 이렇게 쌓인 이미지들이 모인 하나의 큰 세계는 동시대적인 흐름에서 이미지를 위한 예술과, 예술을 위한 이미지의 경계를 보여준다. 이는 실제와 가상의 삶 사이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경계선 세계이다.
이윤서 ● 쉴 틈 없이 방대하게 쏟아지는 SNS의 자극적 시각 정보들,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은 작가의 욕망. 다가오는 이미지들의 잔상을 재빨리 기록하고 그 다음의 잔상을, 또 그 다음의 잔상을 쫓아간다. 무엇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조급하지만 손의 속도는 마음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회화의 진행에 있어서 다양한 정보들은 일부만 기록되거나 속도에 밀려 지워지거나 기록되지 못하기도 하였다. 각각의 강한 색과 붓질들이 모여 무엇 하나 특별하지 않은 어렴풋한 상태를 이루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형성된 내 그림 속 이미지는 방대하고 깊이 없는 정보들 속에서 내가 만들어내는 시간의 균형에 대한 것이다.
이우성 ● 핸드폰 사진첩을 따라 수직으로 저장된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뒤로 밀려난 이별 기억이 있는 반면, 기념 기억, 각인 기억, 잘 꺼내 보지 않는 장롱 기억, 문득 떠오른 이불 킥 기억, 더듬어 그 윤곽을 찾는 안개 기억이 있으며, 사소하고 반복적인 무명의 기억도 있다. 이 시간들을 한번 다 그려 볼까? 새벽에 사진첩을 보며 생각했다. 11cm 정방형 종이에 과거에 찍은 사진을 보면서, 사진이 없는 것은 기억을 더듬어 그렸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가 섞인 일렬의 타임라인을 만들었다. 조금 더 먼 과거와 조금 더 현재의 순간들을 이어서 그리는 작업으로, SNS에서는 또 다른 타임라인을 만들고 있다.
김도균 ● 유일무이:무한복제, 물질:비물질, 오프라인:온라인, 아날로그:디지털 등 대립 또는 반대 그 어디쯤을 떠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형적인 장면(비행기 내부의 모서리, 풍경, 미술관의 구석 등)을 폴라로이드 카메라, 폴라로이드 랩으로 촬영해 물질로서의 사진을 만들고 이를 다시 스캔하여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한다. 전시장에 놓인 유일무이한 사진은 인스타그램 상에 비물질적 이미지로 존재하며 무한하게 유통된다.
김진현 ● 내가 찍은 대상은 SNS에서 크게 유행한 핑크뮬리다. 5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 없이 미국에서 자생하던 식물이지만 SNS를 타고 급속히 유행하면서 지금은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갔다. 핑크뮬리가 만발하면 인증샷을 위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이는 벌이 꽃가루를 옮겨 꽃이 번식하듯 SNS를 위해 심은 핑크뮬리가 다시 SNS로 돌아가 생명을 이어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핑크뮬리의 진짜 서식처는 SNS일지도 모른다. 핑크뮬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고, 그 업로드한 이미지를 다운받아 다시 올리기를 반복해 위와 같은 속성을 표현했다.
이미혜 ● #국민잡지 #인스타감성의아이콘 #뭐든올려놓고찍음 #감성각잡아주는 #촬영짝꿍 #비루한일상도 #우아한일상으로 #킨포크매직 #간지템 #킨포크없는 #카페는없다 #인테리어의완성은킨포크 #호텔같은집 #카페같은집 #외국같은집 #일상인가 #연출인가 #허세각 #부러우면지는거다 #소비가소통을낳고 #소통이소비를낳고 #사는재미가없으면 #사는재미라도 #사는것으로 #사는시대 #좋아요자본주의
전민제 ● #food #foodporn. 인스타그램에는 음식에 관한 해시태그와 함께 많은 사진이 올라온다. 음식 찍어올리기가 하나의 문화 행위로 자리 잡았다면 이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은 대체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인간의 욕심이라면 이를 어떤 형태로 나타낼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작업의 동기가 되었다. 나에게 음식 해시태그가 달린 이미지는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형태의 탐욕스러운 데이터다. 그래서 대량의 음식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 해체, 분석해 비주얼과 사운드로 재구축했다.
치명타 ● 자투리 시간을 알차게 채워주는 유튜브. 하지만 그 '알참'이 여성을 차별하고 소수자의 자리를 지우는 방향이라면 마땅히 개선되어야 한다. 나는 유튜브 세계의 잘못된 부분을 변환하기 위해 스스로 뷰티 유튜버가 되었다. 매주 한 가지의 화두를 정해 화장을 했고, 이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Make Up Dash 시리즈」는 사회가 말하는 가장 '여성스러운' 행동인 화장으로 '여성스러움'을 전복하려는 시도다.
손윤원 ● 「연결풍경」은 디지털 우정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 작업이다. 우리(커디스탄-스코티시 레즈비언 라나 머도키와 한국인 이성애자 손윤원)는 정체성, 미래, 장거리 관계 등 다양한 키워드로 사이버 대화를 나눈다. 작년까지 함께 작업실을 쓰던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대화는 각자 서울과 에든버러에서 머물고 있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부러진 언어(Broken English)로 오가는 우리의 이야기는 주변의 풍경을 연결해 동시대를 업데이트한다. 카카오톡 상의 음성파일로 배포될 이 대화를 통해 우리가 공유한 풍경을 가늠해볼 수 있다.
김효재 ● 컴퓨터 프로그램의 기본값인 디폴트. 「디폴트Default」는 모든 것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가상 정체성을 '디폴트'화하는 사용자를 다룬다. 영상 속 인플루언서 나라(@naras._)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수집한 불완전한 B컷과 정보로 자신의 '디폴트'를 형성해 가상과 현실 너머의 세계를 모델링한다. 자신의 얼굴이 프린트된 티셔츠가 일본의 한 편집샵에서 불법으로 유통된다는 것을 알게 된 나라는 자신의 '디폴트'가 국경과 가상을 초월해 부유함을 인지하고, 이를 '하라주쿠 티셔츠 썰'로 유튜브에 공개한다. 「태교」는 가상의 존재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하고 미래에 대한 염원을 담는다. 도래할 Z에게 외친다. "자연이 부당하면, 자연을 바꿔라!"
홍민키 ● "국내 최초! 서울 위를 둥둥 떠다니는 최첨단 스튜디오에서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토크쇼!" ● 첫 번째 에피소드는 망원동 주민들을 초대해 동네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망리단길'로 유명한 망원동 일대 근현대사와 현재 소비문화, 그리고 SNS의 영향력을 다룬다.
고안철 ● 고향이 제주여서 그런지 제주를 그다지 특별하게 느끼지 않는다. 나에게 '제주'는 마치 흔하디 흔한 제주의 현무암 같다. 집 마당에 수많은 그저 그런 현무암 중 하나를 캐스팅한 우레탄 모형을 서울에 가지고 왔다. 그리고 제주에 있는 원본 현무암과 서울에 있는 현무암처럼 생긴 모형을 촬영해 인스타그램 속 디지털 이미지로 다시 제시한다.
한재석 ● 누군가에게 SNS는 유토피아적인 공간이며, 다른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적인 공간이다. 나에게 SNS는 제3의 공간이자 가능성의 공간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낀' 세대인 나는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모호함을 좋아한다. 작업을 통해 디지털을 대표하는 인스타그램 세상에 '개인'으로 비유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녹인다 . 「Live Feedback」은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수신과 발신 사이에 야기되는 시간차를 이용하여 상호 피드백을 가시화한 작업이다. 시차가 만들어낸 소리의 울림과 영상의 반복을 통해, 수신자와 발신자가 특정되지 않은 채 무한히 유동하는 SNS 시스템안의 세계를 경험했으면 한다.
정아사란 ● 「Moment, Moment, Moment」는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SNS 정보를 노트북에 설정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반복 인쇄하는 작업이다. 관객이 목격한 그 시간에 발생하는 정보가 물화된 인쇄 종이는 즉시 하단에 비치된 수조로 폐기된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 ... ...」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모터가 트위터 타임라인을 계속 새로 고침 한다. 모터에 의한 새로 고침 보다 빠르게 업로드 되는 타임라인의 트윗은 SNS의 불연속적이고 비대한 증식을 보여준다.
업체eobchae×류성실 ● 「CHERRY BOMB」에서는 가상의 유튜버 '체리 장'을 통해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음모론과 루머가 서로를 난반사하며 도리어 신뢰도를 얻는 기이한 과정을 저해상도로 모사하고자 했다. '체리 장'은 2018년 4월 한국인의 코앞에 닥친 절체절명의 북핵 위기를 풍수지리와 유사 국제정치학을 결합한 콘텐츠로 실시간 중계한다.
김무영 ● 「유투브 스타의 관점에서」는 반공 활동을 주제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한 인물의 사적인 삶과 유튜버로서의 삶을 두껍게 읽어낸다. 인물의 사적인 감각으로 반공주의에 내재한 감정 구조를 찾아본다.
피드 ● 따르는 사람이, 하려는 이야기가, 새로운 흐름이 많아질수록 밀려나는 것 또한 많아진다. 최신의 피드가 금세 N초 단위로 과거가 되어 가라앉는다. 매끄러운 화면에 얇고 판판한 이미지와 조각난 글이 등장함과 동시에 떠다닌다. 흘러내리는 이미지와 글 틈에 개입하여 반응(좋아하기, 언급하기, 공유하기)하면 행선지 없는 그것들은 나의 고유한 곳에 잠시 머물렀다 간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것과 나와 가까운 것 중 무엇을 먼저 만날지 고르고,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나 콘텐츠를 추천받는 식으로 편의와 데이터를 맞바꿀 수도 있다. 복잡 불편한 알고리즘을 알아채고 이를 전면에 활용하는 이,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은 뒤로한 채 저마다의 맥락을 축적하는 이가 공존하는 세계다. ■ 김유빈
좋아요 ● 내가 사는 일상, 지금의 시대는 정보로 넘쳐나고 세상 모든 것이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공존한다. 이 피드 안에서 상용되는 여러 기능 중 하트/좋아요는 이미지나 텍스트 등 누군가 업로드 한 콘텐츠에 개인의 기호나 관심을 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관계 형성의 수단이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로는 표피적인 반응으로 타성에 젖은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관계에 대한 강박을 느끼기도 한다. 이 현상 사이에 깊은 사유의 방식과 내면의 진정한 자아를 과연 확인할 수 있을까. 당연시되는 피드의 법칙에서 되돌이표만 찍는, 복제되는 일상을 표류하는 마음은 계속 이렇게 흘러가는 것일까. ■ 이관훈
밈 ● 밈(meme). 가볍게 터지다 마는 발음처럼 온라인을 떠돌다 이내 사라지는 밈이 있다.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인 밈은 뇌에서 뇌로 옮겨다니는 문화의 전파를 설명하기 위해 리처드 도킨스가 제안한 단어다. 엄밀한 연구를 요하는 학술 용어지만 현재는 인터넷 밈, 한국말로는 짤방 정도의 의미로 널리 사용된다. 적당한 이미지에 적절한 문구로 피식 웃음을 자아내는 밈을 우리 모두 본 적이 있을뿐더러, 또 하나의 전파자가 되어 나른 적 있다. 원본의 맥락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별 부담과 책임 없이 스쳐가면 그만인 잠깐의 즐거움이다. 누군가는 모든 게 밈화되어 사람들이 더 이상 진지함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나 가상 세계를 부유하다 금세 자취를 감추는 밈의 기저엔 주고 받는 사람 간의 공감, 위로, 지지, 응원, 비판, 경고, 경악, 조롱이 담겨 있다. 사각의 그리드 안에 피고 지는 밈 속에서 우리는 현실을 해방하는 탈주로, 가상에서 출발한 짙은 사유를 볼 수 있다. ■ 김해리
(부)계정 ● 현대인은 복잡다단한 페르소나를 가진다. 국내 큰 흐름을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도 2020년의 키워드로 멀티 페르소나를 제시할 만큼 오늘날 다양화된 정체성에 관심이 뜨겁다. 도래한 상황에 많은 이들은 SNS를 그 이유로 뽑는다. 다중 정체성을 익명으로 표출할 수 있는 SNS 특성상, 주로 비공개로 운영되는 부계정은 현실의 자아를 보완하는 또 다른 페르소나로서 기능한다. 블로그, 브이로그, 일상 계정, 인플루언서 계정 등에 개인의 관심사가 녹아있는 콘텐츠는 스크린 위에서 가상 자아를 수행하기도, 도리어 형성하기도 한다. 무엇을 전면에 내보일지, 무엇을 부계정에 세우는지에 따라 상상되는 이미지는 달라진다. 어떤 의미에서는, 작품 또한 작가의 정체성 중 일부가 미술이라는 조형 언어와 엮여 미술관이라는 플랫폼에 장착된 '콘텐츠'가 아닐까? 오늘날 예술가의 콘텐츠는 그 곳을 방문한 이의 피드에 담겨 전시가 끝난 후에도 가상 세계를 돌고 돈다. 그리고는 그 누군가의 페르소나에 작은 점으로 발자국을 남긴다. ■ 금지원
인플루언서 ● SNS의 등장으로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의 인플루언서.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고, 솔직하고 대담하게 자신의 일상과 감성, 취향을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다. 욕망과 소비, 허언과 관종, 노출증과 관음증이 얽힌 좋아요와 팔로우 수는 디지털 경제의 중요한 자본이 된다. 단시간 동안 수십, 수백만 명에게 정보를 노출하는 파급력으로 제품을 광고하고, 기부를 이끌어내고, 사회 운동을 일으킨다. 우리의 판단력이 마비되면 그 영향력은 재앙을 불러오기도 한다. 인류가 예측하지 못했던 전염병 코로나19 사태 속에 확인을 거치지 않은 가짜 뉴스가 진화, 재생산되는 인포데믹(infodemic) 현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미성년 성착취 영상물도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유통되었다. 가상 공간을 장악한 새로운 권력자는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 갈 수 있다. ■ 강성은
해시태그 ●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사회에서의 정치 영역이 친밀함을 공적으로 전시하거나 사적인 미덕과 악덕을 공개적으로 검열하는 장으로 좁혀졌다고 보았다. 이러한 의견은 SNS를 통해 일상을 전시하는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동하는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공적 합의가 불가능함을 우려했던 바우만의 관점으로는 더 이상 #MeToo 운동과 같은 디지털 액티비즘을 설명하기 어렵다. SNS 계정의 무수한 개인적 창들에 붙은 #들은 종종 덧없는 자기 과시에 그칠 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공간의 집합으로서의 공공성, 혹은 개인성을 유지한 채로의 집단적 연대, 혼자 놀면서 같이 정치하는 문화라는 분명히 새로운 영역을 낳았다. 개인에게 똑같이 할당된 SNS 저장 공간만큼이나 균질한 이 목소리들의 집단적 무게. #세월호 #MeToo #WithYou #덕분에 #BlackLivesMatter ■ 이은주
Follow Flow Feed ● People read news they follow on Twitter, prepare their breakfast with a recipe stored on Pinterest last night, and decide whether to go to an exhibition of which photos have been posted by their friends on Instagram. Although I am not an avid user of social media, I live in a world made of new feeds and algorithms formed within relationships that surround me. The information provided in synch with my identity – based on the judgment of algorithms – not only takes up a spot in my daily life depending on the frequency of repetition but also forms a part of myself and creates a form of my lifestyle. The world formed as such could be a physical extension of myself, or reversely, a system injected in me by the information values of popularity. We move back and forth the worlds of reality and virtuality on such subtle boundaries. People's personal sceneries exposed on social media – just like a diary to be read by everyone – are utterly private, yet offering an unprecedented space that is public at the same time. Against this new background of a communication net deeply penetrated into people's lives, how would the materiality of art, tastes in art, the issue of aesthetics, distribution of art and the target audience transform? ● Research on such topics kicked off in the spring of 2019 by three curators of the generation when alternative spaces emerged in Korea, and three art majors in their 20s and 30s who grew up in social media landscape: it is at last realized as an exhibition. From the outset, we – the six researchers – paid attention to the fact that social media served as a key platform for artists that began their career based on post-alternative spaces newly created in the 2010s to express their identity and communicate on their artworks, and has even been expanded into a major platform of their work. We were able to notice throughout research that social media has already become a condition for creation beyond a specific generation. Through collecting artworks that consider the communication channel as a methodology or utilize its attributes, this exhibition aims to map a new status of art in a world where social media has become a part of our life. The exhibition interweaves wide-ranging facets of various works – those that intentionally utilize light attributes or technical algorithms of social media images; those dealing with desire and ideologies found in content on social media; and those that contemplate on a virtual identity formed on social media or utilize social media as a means of communication beyond cultural and geographical differences – in hopes of reflecting on our own circumstances, as we live in the endlessly renewed feeds of social media. This exhibition might also be regenerated among so many feeds, or volatilize to disappear immediately as it closes. Yet, it is clear that social media has evolved into an unavoidable communication channel in the world under coronavirus pandemic, and that the offline encounters of the curatorial selves and the artists were indeed more enjoyable, beyond the generational gaps of cultures, thanks to their common interest in social media. ■ Lee Eunju
Feed ● More people follow; there are more stories to be told; more trends to follow; and so, more and more is scrolled away. The latest feeds sink immediately, turning into the past by the nth second. Thin and flat images and fragmented texts appear as they float around on the sleek screens. The feeds without a destination would stay temporarily in my exclusive space, once I intervene in the flowing images and texts and respond to them (via Like, Mention and Share). In this place, data and convenience are exchanged: I pick which one to meet among what is new and what is near; and I get recommendation/curation on people or content that would click well with me. It is a world where those that recognize the complicated and inconvenient algorithms and utilize them fully, and those that accumulate their own contexts by putting aside such a complicated system, coexist. ■ KimYubin
Like ● My daily life; the current world I live in is flooded with information, and everything coexists on the social network. 'Heart/Like' among many features commonly used in these feeds were designed to show one's preference for or interest in some content uploaded by someone such as images or texts. It is also a means of forming relationships and an instrument to reveal one's presence. Yet, people sometimes press 'Like' out of their inertial habit as a superficial response, and ultimately, feel paranoid about relationships. Would it be possible to identify the ways of deep contemplation and a genuine self within this phenomenon? Would the heart, marking 'on repeat' within the law of feeds taken for granted, or drifting in the everyday life on duplication, float on and on like this? ■ LeeKwanHoon
Meme ● There are memes that would hover around online and disappear as its pronunciation of two lips lightly popping and retreating. As a combination of two words – mimesis and gene, meme was coined by Richard Dawkins to explain the spread of cultures that would move from one brain to another. It is an academic jargon requiring thorough research, but it is commonly used as Internet meme or jjalbang in Korean. We have not only seen memes, consisting of appropriate images and/or pertinent bits of text that make us snicker, but as hosts, we have spread them. Few ask for their original context. They frivolously entertain us with fleeting joy, as we casually pass them by. Some worry that everything will turn into a meme to the point where people cannot tolerate any seriousness anymore. Yet, behind memes that float around a virtual world and soon disappear are empathy, consolation, support, encouragement, criticism, warning, astonishment, and mockery among those who exchange them. Within memes that flourish and wither away inside square grids lies an outlet to escape from the reality and reflection derived from virtuality. ■ KimHaelee
(Sub) Account ● Nowadays, people possess complicated personas. The attention towards diversifying identity is heightened to such an extent that Trend Korea, which predicts significant trends in Korea, suggested multi-persona as a keyword for 2020, which many saw as the result of social media. Given that social media allow oneself to express their various personas anonymously, subaccounts that are often run in 'private,' function as another persona that complement the self in reality. Content with one's interest posted on blogs, V-logs, daily accounts and influencer accounts sometimes perform, at other times, form a virtual self on screens. The conceived images differ depending on what is displayed on the main- and what appears on sub-accounts. In a sense, wouldn't an artwork, installed on a platform called an art museum, be/come 'content' in which some of an artist's identities are linked with the formative language of art? Artists' content today floats around in a virtual world even after an exhibitions' closure by being contained in its visitors' feeds. And leave footsteps as small dots in somebody's personas. ■ GeumJiwon
Influencers ● Influencers, with whom immediate communication is made possible in the digital age, thanks to the social media. They make and distribute content, honestly and boldly share and gain empathy on their daily life, emotions and preferences. The number of 'Likes' and 'Followers' becomes a crucial capital in the digital economy as they are interwoven with desire and consumption; falsehood and attention-seeking; and exhibitionism and voyeurism. Their impact of exposing information swiftly over tens and millions of people advertise products, induce contributions, and arouse social movements. Once we fail to make reasonable judgement, the impact might even cause a disaster. There came into being an infodemic phenomenon where unverified fake news evolves and is reproduced in the unexpected COVID-19 predicament. Videos on sexual exploitation of minors also have been distributed over social networks. A new authority dominating the virtual space could hunt somebody down to death. ■ KangSung-eun
Hashtag ● Zygmunt Bauman witnessed that a political domain in the modern society has been confined to a place of publicly showcasing one's closeness with others, or publicly cracking down on private virtues or malice. Such feedback could be applied to today's world where people's daily life is exhibited on social media. Yet, it is difficult to explain digital activism such as #MeToo movement anymore in the perspective of Bauman who was concerned about how it is impossible to reach public consensus in the society consisting of fluid individuals. Although hashtags attached to numerous individual pages in one's social media accounts often end up as reckless self-boasting, they undeniably generated a new domain: publicness as a cluster of personal spaces or collective solidarity achieved while maintaining individuality, and a culture of doing politics together while playing by oneself. You can hear the collective weight of such voices that are as homogeneous as the evenly allocated storage space on social media. #SewolFerry #MeToo #WithYou #BlackLivesMatter ■ LeeEunju
□ 작가와의 대화 8월 5일(수) 16:00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김도균, 손윤원, 이우성, 치명타, 홍민키
□ 인스타그램 라이브 퍼포먼스 김효재 「태교 (胎敎 : 도래할 Z에게)_11분, 2020 (인플루언서 나라와 무용가 양진경과의 협동 퍼포먼스) A/V 오퍼레이터: 끄고키고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 @arko_art_center 7월 9일(목) 18:00 7월 29일(수) 18:00 - 7월 29일 라이브 종료 후 김효재 작가와의 대화가 있습니다.
□ 제주 듀얼 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트리밍 고안철 @h_there_e @here_t_e 7월 19일(일) 11:00-19:00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실과 제주도 8월 2일(일) 11:00-19:00 아르코미술관 제1전시실과 제주도 새탕라움 제주도 새탕라움의 현무암과 전시장 현무암 모형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Vol.20200709b | Follow, Flow, Feed-내가 사는 피드展